1.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침략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지난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에 대해 사과했던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과도 다른 발언이었습니다. 무슨 총리가 저런 황당한 말을 하나 싶었는데, 이번엔 일본 극우 단체에서 아베의 소신 발언-_-을 지지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은근슬쩍 위안부 문제도 '누구나 다 그랬던 것 아니냐'라고 물타기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말을 자주 들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던 사람도 "응? 뭔가 그런 점이 있긴 있나?"하고 생각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라,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확인하고 정의 내리며 살아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피곤해서 어찌 살겠어요. 우리는 우리 주변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믿는 것을 대충 "그러려니"하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들도, 여러 번 자주 듣다 보면 헷갈리기 쉽습니다. 때론 "뭔가 이유가 있겠지?"하고 생각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노리는 것도 그런 것입니다. 사람들이 상식으로 믿고 있는 것을 흔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을 바꾸는 것. 농담이 아닙니다. 독일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태인 대량 학살은 없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런데 진짜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뒤집으려는 시도는 생각보다 많이, 숱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라면 차라리 낫겠지만, 실은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각자의 이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말하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생각의 틀' 바깥에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베 총리의 주장에 대해 정말 침략에 대한 정의는 정해져 있느냐 아니냐, 이런 쪽으로 논쟁이 빠지면 상대방이 미리 짜놓은 '생각의 틀거리'에 갇힐 뿐입니다. 이번엔 이런 말장난에 쇄기를 박은 사람이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였습니다. "무력으로 적국에 들어가면 그것이 침략이다"라는 상식적인 말에, 아베 총리가 짜놓은 프레임은 무력하게 부서지게 됩니다.
… 정말로 세상엔, 이런 상식적인 한 마디가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말장난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래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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