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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길을 잃고나서야 시작되는 여행

가마쿠라의 카페 르노아르에 앉아 글을 쓴다. 도쿄 긴자에서 봤던 커피숍인데, 여기에서도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실은 가마쿠라에 오고 싶어서 오게된 것은 아니다. 나는 그냥, 일본에서 길을 잃었다.

여행을 시작한 곳은 시즈오카다. 에어 서울에서 싼 표가 나왔기에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고 표를 샀다. 아무 정보도 없이 도착한 시즈오카는, 알고보니 전 세계 모델러들의 고향 같은 곳이라 해도 좋은 도시였다. 덕분에 재미있게 걸어다녔다.



시즈오카 다음 도시는 아타미였다.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지만, 마징가Z... 리메이크 버전을 보기 전까지는 몰랐던 도시다. 그 애니에서 마징가는 이 도시를 기점으로 해서 싸운다. 여기가 신도쿄도 아닌데. 그래서 와보고 싶었고, 왔고, 온천물에 몸을 담궜다.

다음 목적지는 요코하마. 딱히 요코하마에 일이 있어서 가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당장 도쿄로 가봐야 할 일도 없었고, JR 열차를 기준으로 한시간에서 두시간 정도 안에 있는 도시를 메뚜기 뜀뛰듯 골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길을 잃었다. 정확하게는 아무 JR이나 잡아탔는데, 이 JR이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탔다. 중간에 사람들이 내리기에 따라 내리고, 따라 갈아탔다. 요코하마라는 목적지를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는데, 마음은 편하다. 뭐,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모로가도 도쿄만 가면 된다고, 도쿄에 갔다가 요코하마로 돌아내려오면 되겠지. 그리 생각하며 졸고 있다가, 사람들이 많이 타기 시작하길래 구글맵을 켰다.

어?대충 보고 있는데 움직이는 동선 근처에 가마쿠라가 보인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도쿄 서쪽에 있는 곳인지는 몰랐다. 구글맵에서 가는 길을 찾아보니, 다음 역에서 갈아타면 바로 도착한다. 별 생각없이 내려서 기차를 갈아탔다. 가마쿠라에 왔다.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드라마 '세상 끝에서 두번째 사랑'의 배경이 가마쿠라였고, 다시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구글맵을 켜니 보였을 뿐이다. 뭐, 요코하마에는 좀 늦게 가면 되지.



대충 맛있는 것을 찾아서 점심을 먹고, 가마쿠라역 근처를 걸었다. 큰 신사가 하나 근처에 있었다. 거기서 부처님을 보고, 절하는 사람들을 보고, 예쁜 꽃들을 봤다. 토요일이라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지만, 철 지난 탓인지 중국 사람들은 많지 않다. 조금은 두근거리는, 그런 분위기.

분위기에 휩쓸려 걷고, 노래 부르고, 미소 짓다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한 문장이 떠올랐다. 세상에 시간은 넘쳐날 만큼 많이 있었다고. 아 그래 맞아. 세상엔 어쩌면, 시간이 넘쳐날 만큼 많이 있는 건지도 몰라.

그냥 모른 척하고 있는 거지. 시계로 알 수 있는 기계적인 시간에 스스로 맞춰가며, 여기까지는 이 만큼, 저기까지는 저만큼의 무엇인가를 해야한다고. 생산성이 중요한 세상이니 보다 멀리 보다 높이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이 뭔가를 해야 알차게 세상을 살아가는 거라고. 그렇게 믿고 살면서, 진짜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거지.



마음의 문이 딸깍-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김없이, 나를 찾아와준 풍경이 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달뜬 사람들의 목소리, 처음인듯 살짝 손을 잡고 서로 딴 곳을 보며 딴청피는 연인들, 예쁘게 핀 꽃과 살찐 비둘기, 서로 밀치며 깔깔대고 웃는 학생들, 엄마 손을 몰래 놓고 달려가는 아이들, 붉은 기둥과 어디선가 합장을 하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

나는 괜찮았다.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모른다는 것도,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사실도, 어떤 것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현실도. 모든 것이 괜찮았다. 아아, 될데로 되라지.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기다리지 않고 가겠다. 바라는 것이 없으니 바라지 않고 가겠다. 행복이건 슬픔이건 상관없이, 나는 지금을 살겠다. 지금 그대로, 별 볼일 없이.

그래 맞아. 길을 잃어버리니, 거기에 내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됐지, 무엇을 더 바랄까. 마음을 두껍게 말고 있던 두려움이, 눈녹듯 사르르 사라졌다. 조금 열린 마음 틈으로 따뜻한 빛이 들어왔다. 이제야 겨우, 내 봄이 시작되고 있었다.

시즈오카에서 구입한 한정판 건프라

잠시 시즈오카에 왔습니다. 딱히 목적이 있어서 온 것은 아니고, 싼 비행기표가 나왔기에 낼름 물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온 여행인 만큼, 이번 여행에서 쇼핑을 한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딜가나 첫번째 여행은 탐색전, 다시 이곳에 올까 말까를 결정하는 여행이니, 최대한 가볍게 가는 것이 도리에 맞겠죠.물론 이때까지만해도, 시즈오카는 프라모델러들의 성... » 내용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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