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서 못하는 거다, 가 왜 폭력적이냐구요?


문제는 저런 말, 전의 글에 썼던 글들이 대부분 그렇듯, "상대를 나쁘게 만드는 명령형"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나이키의 광고 문구 JUST DO IT
- 우리 말로 하면 '해라' 정도가 되겠죠. 하지만 당신보고 '너 왜 게으르냐, 너 왜 하지도 않으면서 그러냐'라는 의미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디다스의 광고 문구 Impossible is nothing
- 우리 말로 하면 '불가능은 아무 것도 아니다'정도가 될거에요. 예, 이건 그저 선언에 불과합니다.



다들 알고 있는 광고 문구를 늘어놓는 이유는, 이런 문구와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해서 못하는 거다' 라는 말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어서 입니다.

내가 열심히 살겠다, 내가 직접 하겠다, 내가 즐기겠다-라면 뭐가 문제일까요? 그래서 '난 괴수 영화 좋아서 만들었다, 뭐가 문제냐'라고 하면 될 것을 왜 저런 식으로 말할까-하고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해서 못하는 거다'라는 말은, 그 말의 밑에 담겨있던 그린 이의 말처럼 '명심해,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해서 못하는 거라는 걸'이라는 '그러니 깨달아라'라는 의미를 동반합니다.




 ▲ 오토다케 히로타다

오체불만족이란 책을 쓴, 오토다케 히로타다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애는 고통이 아니라, 불편함이다.


그렇지만 그가 이렇게 말을 한다면 어땠을까요?

명심해, 장애따윈 고통이 아니라 불편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런 말을 듣는다고 다른 장애인들이 '아, 그렇구나, 장애는 고통이 아니구나'할까요? 아닙니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멋있어! 하고 외칠지 모르지만, 장애가 있는 분들은 어의를 상실할겁니다. 

물론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그런 말을 했다면 다들 받아들였을 겁니다. 정말 바닥에 있는 사람은 그럴 말을 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 바닥에서 기어나온 사람은,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습니다. 오하라 미쓰요의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책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 오하라 미쓰요의 책,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하지만 우리는 함부로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타인의 상처를 보고 공감하는 일이라면, 진지한 충고라면 누구나 해야합니다. 그렇지만, 가르침이나 훈계는 아무나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그것도 비웃는 의미가 담긴 말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눈 앞에 놓여있는, 우리의 말을 듣게될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지도 못했으면서 '안해서 못하는 거야-'라는 말은, 그래서 폭력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말은 결국 모든 책임의 결과를 개인에게로 돌려버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예,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결과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결국 주어진 몇가지 길 중에서 하나의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훈련소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은 결국, 군대에 들어온 이상 군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다른 길은 없다는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입니다. '안해서 못하는 거다'라는 말은 결국, '그러니까 성공하지 못한 너희들은 모두 안했을 뿐이야'라는 말과 다름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요?
정말로 그럴까요?

...그 말의 뒷 편에서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절망하고 절망하는 사람들,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었던 사람들, 세상이 가르쳐준 것과는 다른 길을 걸으려 했던 사람들을 지워버리려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태어나고 세상 속을 살아갑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한 치도 밖으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것이, 폭력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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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7/08/28 01:08 | 이의제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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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ljenaro at 2007/08/28 02:19
심형래씨가 한 그 말은 패배의식을 경계한 말이지, 성공하지 못한 분들에 대한 훈계는 아닙니다.
자그니님 말대로 그러한 해석의 여지가 있을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것은 문장의 뉘앙스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악수를 하면서 오른쪽 손이 비어있는 것을 보면서도 왼쪽손에 뭔가 들고있지는 않은지 의심하는 꼴이라고나 할까요?
명령형에 대해서 이의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전 심형래씨의 출신이 개그맨이기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봅니다. 저건 친구에게 하는 말에 가깝습니다.
자그니님 말대로, 심형래씨의 저 말 저변에는 '그러니 깨달아라'라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심형래씨의 저 말은 한국 영화계에 대한 질타와 격려가 동시에 들어가 있는거죠.
심형래 씨가 한 말의 뜻은 안하는 사람에 대한 자극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자극이었을 겁니다. 어른 중에 진정한 의미로 도전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적어도 제 주위의 일반적인 어른은 (어른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다고는 하여도) 도전을 즐기지 않습니다. 그가 이루어낸 것이 이런말 하나 못할 정도로 작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트랙백 할정도로 긴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댓글로 남깁니다.
Commented by Mchahm at 2007/08/28 10:24
저도 자그니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해서 못하는 거다' 류의 말은 개인적인 모티베이션으로 한 개인이 스스로에게 다짐할 수는 있어도 타인에 의해 강요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그니님의 의견도 그런 의미에서 이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Beatriz at 2007/08/28 11:16
어의 상실이 아니라 어이 상실이죠...
저도 Mchahm님과 같은 생각. ^^
Commented by 카시아파 at 2007/08/28 22:34
음....전 자그니님하고 같은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뭐랄까, 무한상승에의 강요. 심씨가 꼭 그런 의미를 담았다기 보다는 그때 그 말을 인용하고 보도하고 써먹던 사람들 대다수의 암묵적 합의랄까요. 암튼 저도 불편하게 듣던 말입니다.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7/08/31 20:03
말한 사람 자신은 그런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남들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되고 엇나간 방향으로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신문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은 말조심을 해야겠구나 싶더군요.

저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들으면 매우 우울한 느낌을 받습니다. 긍정적인 생활 태도를 권장하는 것이긴 해도 왠지 그 안에 들어있는 뉘앙스가 좀 섬뜩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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