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보드 기사도용 사건에 대한 짧은 생각


잡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보면(올해 1월까지 월간 넥스아트의 편집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들어오는 원고들을 검토하는 것은 꽤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예전에야 인터넷이 없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있었지만(할 수 있는 도구가 없으면 못합니다.), 이젠 원고나 비평글에 담겨있는 개념 정의나 단순 소개에 대해서도 꽤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네이버 지식인 검색에 있는 "정의"들을 그대로 카피한 글들입니다. 리뷰나 비평글에서 자주 보이는데, 영화나 전시회 소개를 따오는 것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가장 난감할 경우가 "개념"에 대한 정의를 따오면서 "잘못 요약"하거나 "잘못된 소개를 그대로" 따오는 경우인데... 이 경우 어쩔 수 없이 원고에 대한 수정을 요구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⑩ 사실 관계에 대한 따옴은 넘어가지만 ② 그렇지 않은 경우 문제제기 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이 비슷한 일은 개인적으로도 있었습니다. 얼마전 이오공감에 올라간 「이공계 남자의 연애에 대해」란 글 보시면, 중간에 책을 발췌해 놓은 부분에 제가 전에 적었던 「이과계 남성을 위한 연애조언 몇가지」에 옮겨적었던 부분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글 중간에 나오는 인용에서..( ) 쳐서 넣은 부분은 제가 문장 이해를 돕기 위해 넣은 부분이었거든요.. :) 그래서 구별이 갔습니다.) 그 글에 대해 특별하게 딴지를 걸지 않았던 것은, 그 분이나 저나 다른 책에 나온 재밌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소개하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더 많이 옮겨 소개한 부분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단순 인용과는 달리, 이미 나와있는 내용이라도 누군가가 스스로의 힘으로 요약 & 정리했다면 저작권은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서명덕 기자와 닫군님의 논쟁에 있어서도 핵심은 이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닫군과 서명덕 기자의 논쟁, 무엇이 문제일까" 글을 참고해 주세요.) 서명덕 기자의 기사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은, 분명히 닫군님이 제로보드 소개 매뉴얼 "모듈편"을 요약 정리한 글입니다. 하지만 닫군님이 깔끔하게 요약 정리해서 포스팅을 했습니다. 그 내용을 서명덕 기자가 자신의 기사에 가져왔고, 그에 대해서는 결국 사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nova님의 "기능 요약이라 도용이 아니라고요?" 글을 참고해 주세요. 댓글의 소금이님 글에 서명덕 기자의 댓글을 정리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민노씨님도 비슷하게 판단하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말해, 닫군님의 글은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을 베낀 것도 아니고, 보도자료 취급을 받을 만한 글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 취급 받아 인용되었으니 닫군님이 화가 났다-로 요약됩니다. -_-;  ... 아마, 처음 문제제기에 서명덕 기자가 조금 차분하게(?) 대응했다면 이 정도로 커질 일도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보도자료에 전화취재를 통한 관계자의 말을 보태서 기사를 쓰는 것은 언론계의 관행에 속합니다. 그에 비하면, 서명덕 기자의 기사는 인터뷰까지 더했으니 꽤 공을 들인 글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닫군님의 글을 가지고 간 것은 잘못이 맞습니다. 이에 대해선 이미 끝난 얘기 같으니 중언부언하긴 뭐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블로거들의 글을 그냥 '보도자료'처럼 여겨서 쓰는 기사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게 더 좋은 일이구요. 너무 교훈적인 마무리인가요? :)


P.S. 개인적으로 제로보드XE가 정식 런칭(?) 되기를 기다려왔던 입장에서, 이런 식으로 제로보드XE의 공식 데뷔가 널리 알려지게 되니 조금 당황스럽긴 하네요. 원래는 노점상관련해서 입장 정리를 할 예정이었지만, 피곤해서 일명(소금이 님이 지칭하신 데로)  "제로보드 기사도용 사건"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적어봅니다.  

P.S.2 올블로그 메인에서 "사진은 권력이다"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썬도그님의 닉네임이 서명덕 기자 블로그에서 스팸처리 되어 있다-라는 글이 보이네요. 실은 저도 예전에 "블로그, 죽은 적 없거든요?" 라는 글 트랙백으로 보냈다가, "자그니"라는 닉네임이 바로 스팸처리 되어 버린걸요- :) 전 구차하게 닉을 수정해서 댓글을 달았는데도 여전히 스팸으로 남아있답니다. :) 작은 잡지이긴 하지만, 명색이 미술잡지 편집장이었던 저도 스팸 취급 받았는 걸요. 다 그러려니하고, 너무 화내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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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3/03 01:10 | 디지털문화 | 트랙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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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Forget the R.. at 2008/03/06 01:25

제목 : 041. 댣군 Vs. 떡이떡이 논쟁이 남긴 것은? ..
1. BGM 없어도 괜찮아요? (00:00) 2. 무서운 블로고스피어, 엌! 휘말렸다! (03:42) 3. 사건의 개요 (08:26) 4. 판단 기준의 구분 (12:41) 5. 법적인 판단 (15:58) 6. 윤리적인 판단 (25:26) 7. 좋지않은 버릇 (36:26) 8. 정체성의 혼란 (40:50) 9. 교훈과 결론 (43:08)...more

Commented by 리카르도 at 2008/03/03 01:29
서명덕 그사람 저보고 그러더군요. 자기블로그에 와서 건설적인 토론을 나누자고 -_-;; 기가 차는 노릇입니다.

자기 블로그에 악플러 어쩌고 저쩌고 글적어놨던데.. 좇선일보야 말로 대한민국의 지난 5년간 최대의 악플러였죠 쩝..;;
Commented by Raz at 2008/03/03 02:32
저작권에 대해 존중하려면 저작을 한 번 시켜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가봅니다.
두 개의 글도 다 읽어봤고 사건에 관한 글들도 거의 지켜봤지만,
솔직히 저는 창의적으로 작성했을 때 글의 일부분이 그 정도로 유사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인용은 가능한 일이지만 결국 인용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 및 사건에 대한 대응 태도의 문제겠죠.

그런데, 마지막 줄은 반어법인가요, 아니면 관대하신 건가요. 분간이 안됩니다. ㅎㅎㅎ
Commented by 작은인장 at 2008/03/03 05:10
자그니님도 차단되셨군요.
저는 트랙백만 차단당했습니다. 차단이 떡이떡이님의 취미생활인가봅니다. ^^
Commented by 민노씨 at 2008/03/03 09:21
"블로거들의 글을 그냥 '보도자료'처럼 여겨서 쓰는 기사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신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여기에 깊이 공감하는 바가 있어서 말이죠. 그런 경우도 종종 '당'(?)했구요. : )
Commented by 2BwithU at 2008/03/03 10:08
대한민국 보통 기자들의 수준이 서 모씨와 같다면, 정말 암울한 거죠. 능력은 둘째치고 일단 기자라면 기본적인 양심을 갖춰야하는 법인데, 서씨는 그런 부분이 좀 많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포용력도 없어 보이고요.
Commented by at 2008/03/03 13:59
포스트 내용중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에 비하면, 서명덕 기자의 기사는 인터뷰까지 더했으니 꽤 공을 들인 글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요, 인터뷰를 들어보니 언젠가 들어봤던 내용이더라고요. 그래서 검색해본 결과 작년 11월 6일날 올라온 본인의 기사 '“경쟁SW 벤치마크요? 사용자 요청이 답입니다”(http://www.itviewpoint.com/tt/index.php?pl=3521&setdate=200711)'에 사용된 육성 인터뷰를 다시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도 작년에 3개월 전의 인터뷰를 재활용 하고, 다른 내용들도 댣로그의 내용과 제로보드의 공식 공지사항을 조합하였을 뿐이므로 생각처럼 많은 공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3/03 18:02
리카르도/ 조금은 분리해서 봐야할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조선일보와, 기자와-

Raz/ 가끔 그런 일들을 겪는 편이라서요... :) 모든 사람과 친할 필요는 없으니, 오지 말란 분께는 안가면 됩니다..란 의미랍니다.

작은인장/ 헉, 작은인장님께서도 차단당하셨어요? ... (의외로 유명한 분들이 많이 차단당하셨네요..)

민노씨/ 그렇죠? 왠지 글쓰는 개인들을 정보원으로 여기는 듯한 느낌도 들구요.

2BwuthU/ ...보통 기자들은 그것보다 못한 분들도 꽤 많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정말 날림으로 먹는 분들도 봤는 걸요...

都/ 에엣...-_-;;;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짜집기로 만들어진 ... (자기 복제라고 해야 더 맞을라나요?) 글이었던가요..
Commented by chatmate at 2008/03/04 11:15
트랙백 스팸차단 문제는 다른 원인이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같은 듣보잡까지 서기자님 블로그에 트랙백이 막혀있을리가요. 블로그에 포스팅이 거의 하나도 없을 무렵부터 그랬거든요. 이글루스 트랙백이 막혀있는거 아닌가요?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3/05 00:21
chatmate / 아, 저는 확실하게 스팸단어로 등록이 된거구요... 다른 분들의 트랙백 문제는 잘 모르겠네요. 설마 이글루스 트랙백을 다 막아놨을까요? ... 음... 모르겠습니다. 사실 꽤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서기자님 블로그에선 블럭이 되어 있는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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