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주도 사람입니다.


저는 제주도 사람입니다. 제 친구들도 그렇게 알고 있고, 저와 관계된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 모두 제주도 토박이시고, 집도 친척들도 모두 제주도에 있고, 표선면 성읍리 민속마을 근처가 저희 가문 마을입니다. (제주도에는 (편의상 호칭으로) 큰 이씨 집안과 작은 이씨 집안이 있습니다. 그중 작은 이씨 집안이 제 가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실은 제주도에서 그리 오래살아본 적은 없습니다. 매년 한두달씩 머물기는 했지만, 어렸을 적 보건소 의사로 돌아다니셨던 아버지 덕에, 영주, 안동, 태백, 진주, 광주, 제천, 서울에선 면목동과 대방동... 등등을 오가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덕분에 옛날 주민등록등본에는 이사 기록이 많이 나와서 여러장이 겹칠 정도였습니다. (제 기억으론 영주, 안동, 제천, 서울 대방동만 기억이 납니다.) ... 그리고 조금 커서 아버지와 떨어져 살게된 이후에는 계속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살게된 이후 신기했던 것은, 어느 자리를 가도 어디 사냐, 어디서 살았냐, 고향은 어디냐고 묻는 분이 꼭 계셨습니다. 저는 전국을 떠돌아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대통령 후보 하면 정말 쓸모있는 경력...이겠지만, 개인적으론 피곤한 경력이기도 합니다. 어린 나이에 1~2년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았던 삶-이랄까요. 물론 그때도 마음의 고향은 분명 제주도였습니다. 전국 어느 곳에 가 있어도, 때되면 돌아가는 곳은 고향 서귀포의, 할아버지 집-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어디 사람이라고 쉽게 말하진 못했습니다. 제주도-라고 하면 다들 하는 말이 "제주도 사투리 한번 해봐라"인데, 저는 좀 어색하게 -_-;; 하거든요. 집에 내려가면 사투리로 얘기하긴 하지만... 그곳에서 계속 자랐던 것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항상 소수민족..취급 받는 듯한 기분도 들고 -_-;;; (아 놔, 제주도라고 하면 물어볼 것이 사투리 밖에 없냐구요..) 그렇다고 서울 사람도 아니고...-_-;;; (서울 사람이라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제주도 사람입니다-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간 다음이었습니다. 대학부터는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많았기에, 학기중엔 서울에서 생활하고 방학때는 제주도에 가는, 저 같은 라이프스타일이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그래서 사투리 밖엔 화젯거리가 없는 제주도란 지역이, 얼마나 많은 것에서 자유로울수 있게 해주는 지를 알게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경상도도 아니고 전라도도 아닙니다. 그곳이 제주도입니다. 제주도는 충청도처럼 사람이 많아서 이 판 저 판에서 끌어당기기 위해 애쓰는 곳도 아닙니다. 대선 기간에 후보자들이 몇 번 들리지 않는, 인구도 55만밖에 안되는 작은 땅입니다. 10년 넘도록 집값도 제자리고, 발전의 혜택이란 건 아예 맛보지도 못한 땅입니다. 육지 사람들에게 뺏길 것은 다 뺏기면서도 뭐라 자기 주장 제대로 못하는 땅이기도 합니다. 당시 인구의 10%에 가깝게 죽은 4.3이란 참사를 겪었어도, 많은 역사학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버리는 땅이기도 합니다. 

...그곳이 주는 유일한 감정은, 자유입니다. 나는 당신의 지역감정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당신의 그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같은 도민들끼리의 친밀감 정도..랄까요. 어딜가도 제주도 사람을 보면 반갑다는, 그런 것들(실은 한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아마, 육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친밀감. (그래서 예전에 원희룡 의원 왜 안도와주냐고 혼난적이 있었다눈...)
 
하얀용님의 「퍼온 정치글.」과, 그 글에 달린 리플들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 저에겐, 너는 경상도 사람이어서 그렇다, 너는 전라도 사람이어서 그렇다... 라는, 그런 편견은 붙지 않겠지요. 그리고 그런 이유로 글이 곡해되는 일도 벌어지진 않겠지요. 거참, 이런 것에 감사해야 하는 나라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뭐, 이것도 다, 제주도 하면 '사투리' -_- 밖에 떠오르지 않기에 벌어진 현상이긴 하지만... (한라산, 유채꽃, 해녀...까지 생각해 주시면 정말 많이 생각해 주신거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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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3/31 15:02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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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쿨짹 at 2008/03/31 15:05
제주도 가보고 싶어요.
후훗...
Commented by jomas at 2008/03/31 15:32
제주도에서 태어나셨군요.. 예상치 못했는데..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8/03/31 15:40
본인은 서울에서 초,중,고를 다 나왔고...
실제로 논리적인 논쟁으로 맞붙고 싶어도..

태생때문에.... 논쟁을 못해서 억울합니다.....
(니가 전라도니까 그런 이야기 하는거야? 라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ㅡ,.ㅡ;;)
Commented by 지민아빠 at 2008/03/31 17:08
저는 (지금은 인천이 되어버린)경기도 사람 입니다만, 많은 경기도 사람들은 그들끼리 부모님이 경상도다, 전라도다 나뉘어서 싸우더군요. ^^
Commented by luzluna at 2008/03/31 18:01
2mb에게 낚인건지.. 요즘 제주는 한나라당이 대세... 이해는 안됩니다만.. ㅎㅎ
Commented by 타누키 at 2008/03/31 18:02
4.3보고서가 그래도 몇년전에 나왔지요.....
읽어보았는데 정말 무섭더라구요. 갇혀있는 공간이라 더 심한 것 같기도 하고..
제주도사람은 한명정도 밖에 본 적이 없어서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푸른달팽이 at 2008/03/31 18:46
이녁도 제주도 사람 마씀. ^^;

육지와 제주를 나누는 지역감정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영호남간 지역감정 이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제주도 사람들은 꾸준히 '제주도왕국' 정도의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제주 항공권 할인 집회라던가, 감귤관련 무역 협상이라던가, 제주 자유도시 추진이라던가, 다음(Daum)기업의 제주도 정착기라던가를 보면
정말 민관이 합심하여 제주도 자체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외지인을 배타하는 모습도 가끔 봤던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영호남 어디든 적절히 편을 들어주면서 실리를 잘 챙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강원도도 조금 비슷해보이구요.


Commented by 우발사마 at 2008/03/31 19:18
내 고향 서울인데-_-;;;;;어째 서얼도 아닌게 아버지가 전라도 출신이면....라도 것이 되어버리는 서글픈 현실.
Commented by 몰핀중독 at 2008/03/31 19:58
제주도 태생이군요. 저는 부산사람이라 -_-; 억양때문에 타지에서 조금힘들군요.

그래바야 제가 부산사람이고 태어나고 자란곳이지만. 요즘은 후회되기도 합니다.

어투때문에 두어번 이야기 하기 힘들던...
Commented by 썰렁이 at 2008/03/31 20:19
ㅋㅋㅋ 제주도 왕국. 겅도 봐 지쿠다 양. 겅헌디 나보기엔 육짓것들은 제주도 사람덜 영허고 정허고간에 관심도 어신거 닮아뵘수다 ^^

... 학교도 제주대라 군대 빼고는 타지역에 가본 일은 없지요. 그런데 군대에서 느낀게 제주도에서 민관이 합심하든 뭘하든 정말 "관심도 밖"이 제가 느끼는 사람들의 일반적 인식입니다. 뭘해도 대한민국 1%랄까요. ^^; 근데 유격훈련가서 옆대대에 동네후배가 노란견장 달고 와 있는걸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우연도 그런 우연이 없더라고요.^^


말이 나온김에 한마디 더 하자면 4.3이야 군경에 의한 양민 학살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으니 잘못을 인정하기가 곤란했을 겁니다. 그럴때 국가가 동원하는 게 있잖습니까 "이게 다 빨갱이 때문이다." 모든 분란이 일시에 정리되고, 보상해 줄 필요도 없고 얼마나 간편합니까. 그런 면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이 과감하긴 했죠, 국가가 잘못한것이라 인정하고 사과했으니.
(그런데 개인적으론 과연 10%밖에 안 죽었을지 궁금하더군요. 3만이라 해도 당시 인구가 24만이니 10% 넘는데요.--; 아, 산사람들에게 피해입은 사람들은 뺀거겠죠? 그럼 맞는데...--;;;)
Commented by cdcd^-^ at 2008/03/31 21:54
우짜라고.(..
Commented by SvaraDeva at 2008/03/31 23:24
제주 은갈치에 갈치회, 전복된장국, 다금바리 등등 나이드니 먹는 걸로 기억을 -_-;
난 상대적으로 제주도 친구, 선후배들이 많아서 꽤 많이 놀러다녔는데 말야.
사투리 좀 해보지그래? ㅋㅋ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4/01 13:25
쿨짹/ 한번 와보세요. 참고로, 가을 겨울이 더 좋습니다. :)

jomas/ 아, 알고보면 뼛속까지 제주도 사람인걸요.. :)

닥슈나이더/ 그, 그러셨군요...-_-;;;;;;;;;;;; 대체 서울 사람은 그럼 누구일까요...

지민아빠/ ...그러니까.. 지역에서도 혈연주의인건가요? ㅜ_ㅜ

luzluna/ 왠일로.. 항상 무소속 여당-이 강세였던 곳인데... :)

타누키/ 저도 읽어봤습니다. ... 관련 글, 4월 3일에 맞춰 포스팅하겠습니다.

푸른달팽이/ 제 친구나 후배들도, 거의 진담에 가깝게 그 얘기 하더라구요 :) 하지만 제주도 토지의 상당수가 육지사람 소유인 상태에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는... 답답.

우발사마/ ...그렇게 되버리는 거야? -_-;;;;

몰핀중독/ 고향이 어디냐고 꼭 물어보죠? :) ... 제주도 사람들은 서울에선 서울말 쓴답니다...ㅜ-ㅜ;;

썰렁이/ 육짓것들은 관심 없다...에 한표입니다. --; 저는 당시 인구 25~30만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번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cdcd^-^/ 그냥 그렇다구요 :)

끼웅/ ...ㅡㅡ++++++
Commented by bean at 2008/04/02 21:38
난 강원도출신.. 소외받는 것.. 머.. 그닥 다르지 않을 듯.. 더불어 나도 사투리는.. -_-;
Commented by 루미스 at 2008/04/05 21:12
와, 제주도라니 ㅠ
왠지 멋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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