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실질 헌법 프로젝트



실질헌법이란? 헌법 전문을 읽고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곳이 이 헌법을 얼마나 지키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때의 씁쓸함이 기억에 남아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상향의 헌법을 좀 현실적으로 바꿔보고 싶군요. 지키지 못하는 법이니까 좀 쉽게 지킬 수 있게 말입니다...

- 적수, 실질헌법 프로젝트의 기획의도


실질 헌법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었다. 지난 2000년, 인터넷 등급제 논란과 사이트 파업으로 시끌시끌한 인터넷의 한 구석에서 시작된, 다소 도발적인 이름의 프로젝트다. 지난 2000년 7월 5일부터 '적수네 동네'라는 홈페이지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가, 어느 순간 조용하게 묻혀지고 잊혀지고만 프로젝트였다.

당시 진행되었던 실질 헌법 프로젝트의 일부분을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실질 헌법

제10조 - 대다수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잃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되 이를 경시할 수 있다.

제12조 - 모든 국민은 예비 범죄자로서 구속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을 수 있으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을 수 있다. 국가정보원에 의해 끌려갔을 경우 어디로 어떻게 갔는지는 요원들만이 알고있어야 한다.

이 정도만 읽어도 실질 헌법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충분히 느낌이 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내용을 어떤 한 사람이 작성해서 올려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실질 헌법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헌법의 원문을 밝히고 그것에 대해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각자 생각하는 개정안을 올리면,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내용이 '개정 헌법(?)'이란 이름으로 자동 채택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당시에는 보통 헌법 문구 하나당 작게는 1-3개의 개정안에서 많게는 백여개의 개정안이 상정되었는데, 이런 시스템에 의해 그 문안이 수시로 바뀌며, 그 당시 이용자들이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오직 돈을 쫓는 국가이며(제9조 국가는 돈이 되는 문화면 무조건 바꿔버리고 전에 것은 말살해 버린다), 미국의 꼬봉이며(제5조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또한 미.국.이 개입된 모든 전쟁은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는 행위로 인정한다.), 가진 자와 없는 자를 극명하게 차별하는 나라이며(제31조 1항 모든 국민은 재.산.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약한 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찾기 힘든 나라다(제34조 1항 모든 국민은 소유한 재.산.에 따라 인간 이상 혹은 인간 이하를 생활을 할 의무가 있다.)

물론 실질 헌법 프로젝트의 내용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다. 실질 헌법 프로젝트는 2000년 초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크게 유행한 패러디 작업의 일종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현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냉소적 시선이 모여있다. 겉으론 '지키지도 못할 것을 지킬 수 있게 바꾸자'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그 안에는 '제발 헌법에 규정된 내용이라도 지켜달라'는 외침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때는 굉장히 슬프게 실질 헌법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실질 헌법을 읽으면서 개정안을 내는데 참여하거나 찬성 투표를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다 읽고 나면 아직까지 우린 요모양 요꼴인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난처럼 고쳐놓은 글들의 내용은 바로 우리의 주변에서 항상 일어나는 현실이기에.

...그때부터 지금까지, 벌써 8년이 지났다. 정말 슬프게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사람들은, 아직까지 헌법 1조를 외치며, 헌법을 지키라고 말한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이젠 냉소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그 헌법을 지키라!'라고 말할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며칠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실질헌법 프로젝트가 되살아난 것을 발견했다. 아직 홍보가 거의 되지 않은 탓인지 참여는 저조하다. 그렇지만, 되살아났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기쁘다. 자- 자신이 생각하는 헌법 조항을 만들고, 고치고, 곱씹어볼 좋은 기회다. 아래의 링크로 접속해서 헌법을 읽고, 개정되야한다고 생각하는 조항을 클릭한 다음, 자신이 생각하는 문항을 써넣어서 제시하면 된다.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번 참여해보는 것이 어떨까? 개인적으론 인터넷 자유권 같은 조항을 포함 시켰으면 좋겠는데, 아쉽게 조항을 추가하는 기능은 없다. :) ... 아직 별로 참여 안했다. 자신이 먼저 문항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다. 더불어 이 기회에 헌법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 적수네 동네_실질 헌법 프로젝트 http://www.unix.co.kr/juksu_clone/cons/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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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6/23 17:39 | 디지털문화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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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연 at 2008/06/23 17:55
전 재미있는게 아니라 무서운데요..;;;;;;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6/24 08:05
나, 나름 재밌어요...ㅜ-ㅜ (응?)
Commented by 또롱 at 2008/06/23 20:13
헌법은 추구되어야 할 법이지 현실에서 완벽하게 반영될 수는 없습니다........1조2항 2문,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5000만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이 조항을 어떻게 반영해야 될까요? 다른예, 10조,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5000만이 불가침의 행복을 추구할 수 없는 건 당연하겠죠? 사람 마다 다 다를테니까요.

물론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 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풍자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헌법에 기술되어 있는 글들이 더 실천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을 잘 뽑아 하위법률을 잘 만들게 하고 또한 우리들도 법이 지켜지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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