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와 말하기는 쪽팔리지만, 나는 조선일보의 정기구독자였다. 그것도 몇년동안 한달에 12000원씩 꼬박꼬박 내는 구독자였다. 일단 백화점 상품권에 눈이 팔려 신청하긴 했지만, 조선일보 PDF 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덕분에 과거 신문을 일일이 도서관에서 흝어보지 않아도 됐으니.
페이퍼도 다쓰고, 조선일보를 굳이 구독할 필요가 없는 상태가 와도 계속 봤었다. 어머니가 김영하의 '퀴즈쑈'란 소설을 좋아하셨던 탓이다. ... 뭐, 솔직하게 전화해서 끊으려니 귀찮은 마음도 없진 않았다. 언제 또 PDF 파일 검색해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그런데 지난 4월, 어머니가 먼저 끊자고 하시더라. 조선일보 더는 못보겠다고. 정권 바뀌고 났더니 재밌는 것이 하나도 없어졌다고 하신다.
전화해서 조선일보를 끊었다. 사설이 맘에 안들어서 그러냐기에 그렇다고 했다. 실은 읽으면 화만 나서, 사설 같은 것은 아예 읽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몇달 동안 계속 조선일보가 그대로 왔다. 자동이체를 중지했더니 돈 내라고 고지서가 날라왔다. 다시 보급소에 전화를 하는데, 잘 안받는다. 결국 이틀 정도 계속 전화해서, 조선일보를 끝내 끊었다.
2. 이사한 이후, 동아일보가 집에 계속 공짜로 들어오고 있었다. 사실 조선일보를 보면 동아일보는 정말 안본다. 신문은 다른데 내용은 어째 판박이다. -_-; 몇번 사람이 찾아와서, 그동안 공짜로 넣어줬으니 이젠 좀 봐달라고 할때도, 못보겠다고 했다. 그래도 신문은 계속 날아왔다. 어차피 공짜니까-하는 마음에 계속 봤는데, 오늘 아침 어머니가 그러신다.
"...그 순 엉터리 공갈만 하는 동아일보, 좀 넣지 말라고 하면 안되겠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동아일보에 화가 단단히 나셨다.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빤히, 어머니 얼굴만 바라보는데, 그러신다. TV와 하는 말이 너무 다르다고, 사람들이 하는 말이랑 너무 다르다고. 자꾸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만 해서 화만 난다고. 생각해보니, 나는 동아일보 나쁜 넘들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왜 동아일보를 계속 보고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젊은게 어머니 보다도 생각이 백배는 짧다. 아니, 나이가 어리니 짧은 것은 당연한 건가.
정보 다량의 사회에서, 정보 관리의 핵심은 '불필요한 정보를 거르는 것'이다. 불필요한 정보를 막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 그리고 그 정보를 모아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능력. 정보 관리의 핵심은 이 세가지로 요약된다. 내게 있어 동아일보는 '노이즈'에 가까운 정보다. 그런데도 왜 그동안 읽고 있었을까. 왜 괜히 읽으며 '이 나쁜 놈들'이라고 중얼거리고만 있었을까.
...어차피, 정보는 웹에 모두 널려있다. 동아일보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정보 같은 것은 세상에 없다.
3. 웹 상의 정보는 보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싸움이다. 보는 사람은 어떻게든 필요한 정보만 찾아보려고 하고, 보내는 사람은 어떻게든 자신의 정보를 보게 만드려고 한다. 그에 비해 오프라인 신문이나 TV는 일방적인 전달이다.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보를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리해서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사실 오프라인 신문을 보는 것은 그런 이유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니가 모아서' 전달해 줘-라는 것. 혹시라도 내가 놓칠 수 있는 정보도 알려달라는 것. 하지만 '만드는 사람이 말하고 싶은' 것만을 모아 보내주면 보는 사람은 괴롭다. 세상 돌아가는 것 좀 알려달랬더니 자기 할 말만 줄창 늘어놓는 술취한 사람을 보는 것 같다.
다음에 '동아일보'와 내가 사는 지역명-을 넣고 치니 보급소 전화번호가 검색된다. 전화 걸어서 넣지 말아달라고 했다. 왠일로 순순히, 내일부턴 안넣겠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불필요한 정보가 하나 걸러졌다. 신문 보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 뭐, 몇가지 줄어들 정보야 있겠지만, 그건, 다른 누가 내게 전달해주게 만들어야 겠지.
...이제 한겨레에 보낼 메세지나 한번 고민해 봐야겠다. 나, 정기구독하고 있는데, 몇가지가 아쉽다. 이런 저런 정보가 필요한데, 지금 당장은 안되더라도, 이것저것 좀 강화해주면 안되겠냐고. 못하겠다면, 잘 할 수 있는 블로거들 몇명 소개시켜 주겠다고. 아무튼 끊고나니, 속은 다 시원하다.
# by 자그니 | 2008/07/04 19:26 | 미디어 갖고놀기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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