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위기론은 없다.


블로그 위기론, 게임의 몰락과 닮았다.」라는 글을 읽었다. 랭키닷컴의 글을 근거로, 작년까지 큰 성장을 보여줬던 블로그가, 올해들어 접속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그 이유는 블로거들의 열기가 식었고, 스크랩된 글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가 보다-하면서도, 뭔가 동의할 수가 없었다. ... 개인적으로, 최근들어 어느 정도 경륜을 쌓은 좋은 블로그들이 더 많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도 말했듯, 나는 블로그와 사이트를 소개하는 글을 1년넘게 써오고 있는 중이다. 그런 내눈에 비친 블로고스피어의 모습과, 랭키닷컴에서 내놓은 자료가 다르다는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정보가 내 눈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랭키닷컴의 자료를 찾아봤다. ...그런데 이거 왠걸, 전혀 다른 자료가 보인다.


위의 기사에 나온 내용을 잠깐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이 중에서 지난 한해 큰 성장을 보였던 블로그는 73.5%의 방문자수 증가를 기록해 0.5% 방문자수 감소를 보인 포털 블로그/미니홈피와 대조를 보였다.


다시 말해 포털 블로그 서비스는 0.5% 감소했지만, 전문 블로그 서비스는 73.5%의 성장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첫번째 글을 쓴 갈락티코님은 어떤 자료를 본 것이고, 어째서 블로그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이건 갈락티코님이 글을 쓴 근거를 알려주시면 해결될 문제이지만...

최소한, 지금 블로그 위기론은 어디에도 없다. 객관적으로 블로그는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뭐가 문제인가?


Atari 2600
▲ 극적으로 디지털 게임 시장을 개척했다가 극적으로 몰락한, 아타리 게임기


아타리 쇼크와는 다른 포털 블로그의 위기

윗 글의 주제를 '포털 서비스의 위기'라고 한정지어서 말해도, 1982년 아타리 쇼크와 포털 블로그의 위기를 결부지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보기엔 조금 오버라고 생각한다. 아타리 쇼크는 불량 게임(?)들이 한탕을 노리고 쏟아지는 바람에, 사람들이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과 비슷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재미없는 영화들이 투자자들의 눈 먼 돈을 바탕으로 쏟아져 나왔던 작년 영화판이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반면 포털 블로그의 위기는 콘텐츠 유통 방법의 문제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보단 남의 콘텐츠를 복제해서 쓰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이로 인해 좋은 콘텐츠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몇년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그래서 포털들도 블로거들을 지원하는 쪽으로 점차적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원인을 잘못파악하면 해법도 잘못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좋은 컨텐츠의 발굴과 홍보, 블로그 전도사들의 육성, 킬러 콘텐츠의 발굴은 그래서 공허한 해답이 되고 만다. 블로그 산업(?)은 디지털 게임같은 오락 산업과는 다르다. 어떤 의미에선, 분명 미디어 산업과 훨씬 더 비슷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사람들에게 정보와 읽을거리를 싼 값에 제공해주고, 대신 광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그게 지금 이 시대에 존재하는 미디어 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다. 반면 오락 산업은 컨텐츠를 여러 경로를 통해 팔아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미디어와 오락 산업이 점점 한 몸이 되어가고는 있지만, 최소한 현재 블로그에 있어서 '킬러 콘텐츠'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블로그 글을 소개해 주거나 홍보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그것은 메타블로그 사이트등을 통해 이미 이뤄지고 있다. 블로그 전도사? 사실 그런 것은 필요없다. 이미, 왜 기업에 블로그가 필요한지, 홍보에 어떻게 하면 블로그가 쓰일 수 있는지, 블로그가 왜 좋은 지를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블로고스피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블로고스피어는 한단계 도약을 하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블로그 위기론 같은 근거없는 호들갑은 필요없다. 나중에 다시 한번 쓰겠지만, 지금 한국의 블로고스피어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필요를 증명할 수 있는 '현실에서의 결과'다. 새로운 정체성의 형성, 새로운 필자의 발굴, 인적 네트워크의 구성-은 이미 초기에 한번씩 다뤘던 문제들이다. 그리고 메타블로그등을 통해 수없이 쏟아지는 블로그 글들을 어떻게 편집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틀도 갖췄다.

사실 이런 고민들-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것인가?-은 대부분 미디어 기술들이 등장하는 초기에, 항상 나타나는 문제다. 책과 신문들(심지어는 전화!)도 그랬고, TV와 라디오도 처음엔 '시스템'은 갖췄는데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을 다들 했었다. 그리고 그 고민은, 결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과 맞닥뜨려가며, 그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 지를 시험적으로 계속 내보내보며 결정하는 수 밖에는 없다.

지금 블로고스피어에 필요한 것은 '누가' '왜' 블로그의 글을 보는 가에 대한 고민이다. 정치와 이슈 중심으로 블로고스피어가 재편된 것이, 괜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쪽의 글을 원했고, 그런 글들에 더 많이 반응했기에 그에 호응하는 글이 쏟아진 것이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다른 글을 보길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한편으로 밀려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 블로고스피어는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렇게 단순히 제공하면 본다-라면 얼마나 좋을까. 욕구와 욕망은 천천히 늘어난다. 지금 다양한 정보는 대부분 '전문 커뮤니티'들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전문 커뮤니티에서 소비되는 욕구를 어떻게 블로고스피어로 끌어올 수 있을까?

...대답은 결국,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 블로거의 탄생이다. 그리고 그 전문 블로거의 글을 유통시켜줄 수 있는 채널의 등장이다. 이때는 분명히 자본의 투자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 자본을 어디서 끌어올 수 있을 것인가? ...실은 우리가 막혀 있는 부분은,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블로그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최근 있었던 오연호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논쟁들도 여기에 걸쳐 있을 거고...이 문제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나중에, 조금 더 들어가서 다루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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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8/10 03:16 | 블로그 연구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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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푸른별빛 at 2008/08/10 09:16
전문 블로거의 글을 유통시켜줄 수 있는 채널...의 등장에 필요한 자본의 투자라- 저도 이런 생각 몇 번 해봤는데, 가장 가능성 있는 것은 생각있고 어느 정도 자본의 여유가 있는 블로거들의 연합체의 등장 같은게 아닐까 싶더라구요...지식즐 대신 블로그에서 먼저 검색하는 사람의 한 마디였습니다;;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8/11 00:54
...자본 여유가 있는 블로거들의 연합은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ㅜ_ㅜ
Commented by 호박 at 2008/08/10 12:06
어젯밤.. 블로그 위기론은 있다? 글을 읽었었는데 오늘은 자그니님의 위기론은 없다!
를 만나네요^^ 갠적으로 없다에 한표^^

오늘도 역시 착하지 않는 날씨일것 같아요^^
모쪼록 몸과맘이 션션한 해피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8/11 00:55
처음으로 에어콘 틀어놓고 자봤답니다...(응?)
Commented by 불멸의 사학도 at 2008/08/10 12:22
블로그의 성장세가 주춤했다면 그 원인은 아마 지나치게 입을 봉해버렸던 선관위와 이제 할 말 없게 만든 누구씨에게 있다고 해야겠죠...(일단 좀 알려진 블로거들 몇분이 벌금크리리에 의욕을 상실하셔서 사실상 중단상태에 들어가기도 하셨구요...) 저도 이제 정 떨어지고 부모님과도 말이 안 통해서 그쪽 분야에 당분간 관심 끊기로 했습니다. 더이상 큰 이슈가 터지지 않는다면 말이죠...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8/11 00:55
정치 분야..는 아마도.. 그렇겠죠... 일단 블로고스피어 전체를 보고 하는 얘기랍니다.
Commented by 작은인장 at 2008/08/10 12:3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생각은 아주 살짝 달라서 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전문 블로그는 사실상 필요하기도, 하지 않기도 합니다. 블로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화되지 않더라도 활동할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들의 글들이 잘 유통될 채널 확보가 훨씬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문화된 블로그를 운영할 정도의 사람들은 사실 우리 사회에 그리 많지 않잖아요. ^^;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8/11 00:56
실은, 미국 시장에서 블로그가 살아남는 모습을 참고해서 제출한 대안이랍니다. 한번 같이 이야기해 보심은...
Commented by 작은인장 at 2008/08/11 01:21
그것도 좋죠. ^^
Commented by 로망롤랑 at 2008/08/11 08:09
저도 살펴본 포스팅이네요...블로그는 개개 블로거의 내면에서 이미 위기를 겪고 있지 않을까요? 정체성의 문제에 수없이 맞닥들이는 저로서는 항상 위기입니다. 블로그와 관련된 다양한 부분에서의 성장이나 유의미함은 플러스이겠지만, 개개 블로거에게선 언제나 위기론이 승승장구하지 않았을까요..뭐 자그니님과 반대의 의견은 아니지만 관점의 차이겠지요..무엇에서, 왜 위기인가, 하는요.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8/12 00:36
개개인 블로거들에게 위기인 것과, 그것이 '위기론'으로 나타나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요? :) 무엇보다, 위기론을 제기하신 분의 근거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트랙백 걸었지만 아직 묵묵부답이시네요..
Commented by 김정남 at 2008/08/12 01:16
제가 인용한 자료는 이겁니다. http://www.betanews.net/article/421085 .. 또 서명덕기자님도 좋은 글을 하나 썼더군요. http://itviewpoint.com/62621 또 서명덕기자님이 쓰신 왜 메타블로그는 지독한 침체기를 겪고 있나. 이글도 도움이 되겠군요. http://itviewpoint.com/62621 여론조사나 기업의 성장을 볼때. 흐름을 중요시하죠. 성장을 하느냐.. 꺽이느냐.. 그흐름이죠. 그리고 위기냐 아니냐는 역시 개인차에 기인하는군요. 저처럼 IT와 게임만 전문으로 보는 블로그의 입장에서 말이죠. 예전에 그렇게 매일 업데이트하던 분들이 예전같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위기라고 생각되네요. 그렇게 전문적인 모습을 보이던 분들이 개인의 위기를 겪는동안 지금처럼 특정 이슈에만 글들이 몰려있고 펌글이 만연한 지금 이 모습이 위기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렇다고 해서 위기가 징조가 있다는거지. 아타리 쇼크가 읽어났다는게 아닙니다. 아타리 쇼크 일어나기전의 모습과 유사하다는거죠. 저는 누구보다 블로그의 미래를 밝게 보는 사람입니다.

킬러콘텐츠를 이야기하면요.. 물건을 주고 사는게 아닌.. PC통신 소설을 예로들죠. 그저그런 소설들이 올라오던 하이텔에 이영도씨가 소설을 연재해서 하이텔의 소설란을 부흥시켰습니다. 만약에 어떤분이 블로그에 소설을 연재해서 블로거로 소설연재가 일반화된다면.. 그게 킬러컨텐츠이지요.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8/12 01:43
성장이 정체된 것과 위기가 온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출처로 드신 글에서 랭키닷컴의 애널리스트로 말하듯, 질적인 전환기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위기라고 생각하셨다면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가 아니라 '위기라고 생각한다'라고 쓰시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게 쓰셨다면 제 반론도 없었을 거란 생각입니다.

킬러컨텐츠에 대해선 제가 아는 것과 다르게 정의하시는 것 같으니 더 드릴 말은 없습니다. 제가 아는 킬러 컨텐츠는 '그것(어떤 게임)을 하기 위해 그 서비스(게임기)를 이용하게 만들 정도의 힘이 있는 컨텐츠'입니다. 드래곤 라자를 보기 위해 하이텔에 가입한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제가 보기엔 '저 사람이 저렇게 해서 인기를 모으니, 나도 한번 해봐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일종의 역할모델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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