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에, 우석훈 선생님 보러오세요.


지난 화요일, 출판 기념회를 마치고 잠시 기륭 전자앞에서 열리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분들을 위한 문화제에 다녀왔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래도 한번 가는 길 알아두면 나중에라도 오게되겠지-하는 마음에 갔는데, 학교 졸업하고 오랫동안 못봤던 선후배까지 덤으로 만나고 왔습니다. -_-;

솔직히 말하건데, 카렌님-_-의 글만 보고 갔다가, 버스 타는 곳 몰라서 한참을 헤맸습니다. ㅜ_ㅜ. 출구 나와서 바로 버스 타는 곳이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위 사진은, 막 도착했을 때 이미 진행되고 있던 문화제 모습. 아, 문화제는 오른쪽에서 진행되고 있었고... 눈 앞에 보이는 곳은 노조원분들이 계시는 컨테이너 박스입니다.

컨테이너에는 이런 팻말과 지지글이 붙어있더군요.

문화제의 모습입니다. 촛불 집회랑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구호 외치고, 자유발언하고, 구호 외치고, 자유 발언하고... 저는 그냥 무작정 가서 맨 뒷쪽에 앉았습니다. ...예, 실은 거기서 아는 후배가 "어어? 왠일?"하고 불렀습니다. 제 근처에 동조 단식하시는 분들이 몇분 계셨는데.. 힘드신지 고개를 푹-숙이고 계시더군요.

...사실 하루 이틀 단식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제가 찾아갔을 때는, 기륭 투쟁 1085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085일. 그 동안 남대문도 불탔고, 정권도 바뀌었습니다. 누군가는 대학원을 졸업했을 시간이고, 군대에 갔다가도 제대할 시간입니다. 이 날 사회보시는 분이 그러더군요. 자기 군대 가기 전에 시작된 일이, 자기 군대 갔다와도 계속 되기에 놀랐다고.



이 날 문화제가 끝나고, 홍세화 선생님과의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장소 여건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참석하신 분들에게는, 좋은 시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마이크 하나랑 전구 하나만 있었어도 더 좋았겠지만.



기륭전자 사태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 기륭 전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분들이, 원래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안돼는, 불법 하도급이란 판결이 났습니다.
② 이에 대해 기륭전자는 벌금을 선고 받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던지 다 짜르던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③ 그래서 다 짤랐습니다. -_-;
④ 이에 대해 비정규직 분들은 소송을 걸었으나, 패했습니다. -_-; 그리고 기륭전자는 비정규직분들에게 54억의 손해배상소송을 걸었습니다.
⑤ 억울해서 물러설 수 없으셨던 이 분들은,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며 1090일 가까이 되도록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단식 65일째인가요. 사진으로 뵌 분들은, 피골이 상접해 보였습니다. 저, 그러니까 울면서, 여러분들께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거나 그럴 생각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카렌님 아니었으면, 이오공감에 올라왔던 그 글 아니었으면 관심 가지지 못했을 겁니다. ... 그리고 이 분들이 죽든 살든, 우리네 삶과는 하나도 관계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세요. 70평생 살아간다면 61만 3,200 시간을 살아갑니다. 그 중에서, 딱 몇시간만 시간을 내주세요. 혼자 사는 세상 아니니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딱, 몇시간만. 내 인생에서 30만분의 1의 시간만.

어차피 변화란 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잖아요. 어떤 혁명의 날이 와서, 순식간에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니잖아요. 대신 눈 앞의 작은 하나라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고, 이게 더 옳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난 이렇게 살거야-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부터 알게모르게 변해가는 거잖아요. 그렇게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면, 그건, 당연히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분들에게도 같이 적용되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오늘 저녁 8시 반, 기륭 전자에서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선생님의 강연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그 핑계대고서라도, 한번 와주세요.

가산디지털 단지역(7호선, 1호선)에서 내리셔서, 2번 출구로 나오면 길 건너편에 마을 버스 타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3번버스 타고, 충남슈퍼에서 내리시면 첫번째 사진의 건물이 보입니다. 오셔서, 그 분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마음만이라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 관련글

* 개인적으론, 1000일전에 블로그와 아고라가 활성화 되었다면- 이것보단 다르게 전개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 저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나서, 시간되는대로 출발할 예정입니다(이거, 애매하긴 하네요...).

* 이 글, 누가 이오공감에 좀 올려주세요. 딱 오늘 하루만 올라가 있으면 됩니다.
* 아고라로 옮겨가 주실 수 있는 분들은 옮겨가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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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8/15 05:04 | 끄적끄적 | 트랙백(1)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news.egloos.com/tb/179711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why so serio.. at 2008/08/15 20:30

제목 : [스크랩] 우리 엄마를 돌려주세요.
기륭전자에, 우석훈 선생님 보러오세요. 죽어가는 이들이 있다. 왜? 우리 사회가 내몬 이들이 있다. 억울하면 힘을 키우라고 말한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지, 라고 말한다. 나는 물어본다, 스스로에게. 왜? 그들의 단식이 이어지기까지의 시간들을 모르기에 알고자 한다. 스스로에게 되풀이되는 질문. 왜? ps.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로 보인다. 자꾸....more

Commented by 핀투리키오 at 2008/08/15 06:58
참석도 못하는 주제에 말하긴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가서 힘을 북돋아주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antiwa at 2008/08/15 13:00
소중한 분들을 잃어선 안되겠죠...
Commented by jules at 2008/08/15 21:28
뙤약볕에 단식까지 힘드시겠네요. 저도 참석도 못하는 주제에 말씀드리기 뭣하지만 그래도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ㅠ.ㅠ
Commented by 손님 at 2008/08/16 18:21
비정규식 해고된 사람들의 말만 들으시는것 같아 남깁니다.
http://www.kiryung.co.kr/pop2.htm

저는 알바도 아니고, 어느쪽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회사측의 의견도 한번 보심ㄴ이...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8/17 14:47
핀투키리오/ 마음도 항상 고맙습니다.

antiwa/ 안되겠지요-

jules/ 마음, 고맙습니다. :)

손님/ 확인했습니다. :) 당시 상황이 기륭전자-하도급업체-노동자...의 관계였으니, 기륭전자의 주장은 그 사람들은 '하도급 업체'의 직원이지 우리 직원은 아니다-라는 이야기고, 노동자들의 주장은 '실질적 고용주는 기륭전자였다'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도급 업체를 가운데에 세워서 자신들을 면피하는 것은, 굉장히 일반화된 노동 탄압(?)의 방법이라서요.
Commented at 2008/08/19 00: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천군 at 2008/09/04 22:19
말세 대재앙에 피란처 선경을 찾아라!


http://www.paikmagongja.org/k_index.html

홈의 글 바로가기에 있습니다.

http://www.sinsun.net/



Commented by 릴라리 at 2008/09/23 23:45
가고싶지만, 너무 멉니다.
멀리서라도 응원 하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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