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쌀쌀한 새벽, 이글루스 밸리의 어느 곳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우파 블로거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멋진 블로거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손가락 뒤쪽에는 일빠체가 끈질기게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살을 넘겼을 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우파 블로거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그의 성향은 이 사회에선 졸지에 좌파로 치부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그 블로거를 알아볼 정도다. 그 블로거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우파 논객이기 때문이다. 그 블로거의 글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 버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블로거 타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글을 호탕하게 쓰는 블로거가 좋다든지, 역시 신랄한 독설을 내뱉을 줄 알아야 한다든지, 멋진 사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든, 잘은 모르겠지만 따뜻한 문장을 가지고 있는 블로거에게 끌린다든지와 같은 식의.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는 있다. 올블로그에서 글을 읽다가, 무심코 누른 글에 담긴 카툰에 반해 넋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100퍼센트의 우파 블로거를 유형화하는 일은 아무도 할 수가 없다. 그 블로거의 문체가 어떻게 구성되었나 하는 따위는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 문체가 있긴 있었는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 블로거가 그리 글을 잘 쓰는 블로거는 아니었다는 사실뿐이다.
왠지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어제 100퍼센트의 우파 블로거를 이글루스 밸리에서 봤단 말이야」하고 나는 블로그에 포스팅한다.
「흠, 글을 잘 썼어?」라고 댓글로 누가 묻는다.
「아니야, 그렇진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겠군.」
「글쎄, 생각나지 않아.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었는 지, 전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다구.」
「이상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무슨 짓을 했나? 댓글을 단다든가, 글을 몽땅 읽어본다든가 말야.」
「하긴 뭘 해, 그저 글 하나만 보고 말았어.」
그 블로거는 방금 이글루스 밸리에 새로운 글을 보냈고, 나는 이글루스 밸리 인기 글들을 읽다가 실시간 최근 글에서 그의 글을 발견한다. 제법 기분이 좋은 10월의 새벽이다. 비록 짧은 댓글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의 일상 이야기를 듣고 싶고, 나의 연애밸리 현피 번개 이야기를 털어놓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008년 10월 어느 차가운 새벽에, 우리가 이글루스 밸리의 뒤안길에서 엇갈리기에 이른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밝혀 보고 싶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난 후 홍대 앞에서 번개를 치고, 고엔에서 교자를 먹으며, 낡은 카페에 들어가 커피나 뭔가를 마신다. 잘만 하면, 그 뒤에 그녀에게 애프터 신청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내 손가락은 이미 키보드 위로 올라갔다. 자,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은 걸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처음 와보는데, 글을 너무 잘 쓰시네요」
이건 너무나 바보스럽다. 마치 싸이월드 방명록 같지 않은가.
「미안합니다. 이 글에 인용한 자료의 출처를 알려주실 수 없는지요.」
이 역시 같은 정도로 바보스럽다. 무엇보다도 이 글은 인용한 자료가 없지 않은가. 누가 그런 댓글을 신용하겠는가? 어쩌면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우파 블로거란 말입니다.」
아니, 틀렸어. 그녀는 아마도 나와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있어서 내가 100퍼센트의 우파 블로거라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100퍼센트의 좌파 블로거는 아닌걸요, 죄송하지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사태가 그렇게 되면 나는 틀림없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나는 그 쇼크에서 두 번 다시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나이 벌써 서른두살,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이 새벽에 친구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을 때, 나는 그녀와 엇갈리게 된다. 따스하고 조그마한 마우스 감촉이 피부에 와닿는다. 유니버설독에 올려놓은 아이팟에선 느릿한 음악이 흐르고, 노란색 탁상 스탠드 불빛만이 컴퓨터와 나를 비추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댓글을 달 수도 없다. 컴퓨터가 갑자기 느려지는가 싶더니 메모리 점유율이 급작스럽게 상승한다. 갑자기 구글 크롬이 에러를 내며 꺼져버린다. 다시 복구하겠다는 버튼을 클릭하자, 그녀의 글을 불러들였던 페이지에선 이미 삭제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블로그라고 뜬다.
그녀는 그 사이 글을 삭제한 것이다. 블로그 주소가 바뀌지 않은 것으로 봐서, 블로그를 폐쇄할 생각까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글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봐서, 잠시 비공개로 글을 돌려둔 것 같다. 어쩌면 공개할 만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 * *
물론 지금은, 그때 그녀의 글 아래에 어떻게 댓글을 달았어야 했는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너무나도 긴 댓글이므로 틀림없이 제대로 적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실용적이지 못하다. 아무튼 그 대사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로 끝난다. * * *
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좌파 블로거와 우파 블로거가 있었다. 좌파 블로거 소년은 열 여덟 살이었고, 우파 블로거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었고, 그다지 예쁜 소녀도 아니었다. 다만 글쓰기 좋아하고, 책읽기 좋아하고, 토론하기를 좋아했다. 그렇지만 언제나 외롭고 힘들었다. 생각을 가지고 말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이들에게 공격을 받았다. 토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근거 없는 주장밖에 할 줄 모르거나 그저 선동과 인신공격만 해대는 꼴통 블로거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딘가에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이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좌파와 우파가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라워,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넌 네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우파 블로거란 말이야」하고 소년이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좌파 블로거야.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야. 꼭 꿈만 같아.」
두 사람은 트랙박과 댓글로, 그리고 오프라인 번개에서 만나 언제까지나 실컷 얘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그들은 각기 근거를 대어 주장하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 힘을 쓴다. 이기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토론한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은 다르다고 인정하며, 그러면서도 다른 시각과 지식을 가진 이로 인해 넓어지는 시야를 맛본다.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자신은 그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되고 있다.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이미 우주적인 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속을 얼마 안되는, 극히 얼마 안되는 의구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년이 말한다.
「이봐, 다시 한 번만 시도해 보자. 가령 우리 두 사람이 진정한 100퍼센트 어울리는 블로거라고 하면, 반드시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도 역시 서로가 서로의 100퍼센트라면, 그때 다시 한 번 토론하자구. 알겠니?」
「응, 알았어.」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네이버와 이글루스로.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시도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그런 것은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 잘 어울리는 블로거들이었으니까. 그것은 기적적인 사건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어려서, 그런 것은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정석처럼 비정한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마구 농락하기에 이른다. 어느해 겨울, 두 사람은 새로운 정권에서 도입된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걸려 몇 달간이나 감옥에 갇힌 끝에, 열심히 쓴 블로그 글들을 몽땅 잃고 말았던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그들이 풀려났을 때 그들의 머리 속은 마치 D. H. 로렌스의 소년 시절 저금통처럼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은 글을 쓸 의욕까지 완전히 잃고 말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을성 있는 소년과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다시금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히 새로운 블로거가 될 수 있었다. 아아 하느님, 그들은 진정 성실한 글쟁이였던 것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하루에 2건씩 포스팅하거나 다음 블로거 뉴스에 기사를 송고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못해도 75퍼센트의 좌파 블로거와 토론하고, 85퍼센트의 우파 블로거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10월의 어느 쌀쌀한 새벽, 좌파 블로거 소년은 이글루스 마이밸리에 올라온 글을 읽기 위해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우파 블로거 소녀는 새벽 일찍 일어나 그 날의 첫 포스팅을 개시한다. 두 사람은 좌파 블로거 소년의 브라우저가 다운되는 순간 서로 엇갈린다. 우파 블로거 소녀는 글을 삭제하자 마자, 새로 등록된 덧글에 기록된 댓글의 흔적을 보고 갸우뚱한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들의 가슴은 떨린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이 글을 올린 블로거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우파 블로거란 말이다. 이 댓글을 단 블로거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좌파 블로거야.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 연약하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 전만큼 맑지 않다. 두 사람은 생각은 말없이 엇갈려, 그들이 품었던 생각은 그들이 읽는 새로운 글들의 뒷 켠으로 잊혀지고 만다. 영원히.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 * *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댓글을 달아 봤어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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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피씨통신 시절에 만났던 몇몇, 진짜 우파 블로거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리워서, 하루키의 소설 하나 패러디해 봤습니다. 새벽부터 별 글 같지도 않은, 우파 망신 알아서 다 시키는 글들을 보고 있자니 빈정이 상해서. 말이 통했던, 그래서 생각이 달라도 말을 나누면, 늘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 같았던 사람들. 지금은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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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자그니 | 2008/10/25 06:16 | 이의제기 | 트랙백(1) | 덧글(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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