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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EBS 스페이스 공감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넥스트 콘서트였죠. 신나는 공연이 끝나고 앵콜을 외치는데, 신해철씨가 나와서 그러더군요. "오늘 100분 토론 가야해서, 앵콜은 한곡만 하겠다"고. 그리고 공연 복장 그대로 나갈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대로 입고 나왔더군요. -_-)b!
원래 TV를 많이 보지는 않는데, 덕분에 오늘 100분토론 400회 특집을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토론자들도 화려했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제성호 중앙대 교수, 전원책 변호사, 이승환 변호사, 전병현 민주당 의원,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가수 신해철과 방송인 김제동등. 전체적으론 조금 중구난방으로 진행된 면이 없진 않지만, 주로 논의된 논제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과 촛불집회, 사이버 명예훼손법, 그리고 교과서 수정 파동.
개인적으로, 오늘 은근히 두드러졌던 사람은 방송인 김제동씨. 솔직히 오늘 쟁쟁한 입담꾼들 사이에서 얼마만큼 선방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역시 그의 가치는 입담 보다는 진지함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사이버 명예훼손법에 대해서 "그 정도는 우리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라고 한방에 잠재운 발언이나, 교과서 수정 파동에 대해서 "그 시간에 가난한 아이들 조금 더 공부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고민해 달라"라는 발언은... 최고-_-b 였다고 할까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자기 주장의 프레임을 짜오고, 그 프레임에 갇힌 느낌이었는데,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로운 위치여서 그랬는지... 상대방의 프레임을 벗어나, 핵심을 치고 찌르는 모습은 은근히 강자였습니다. 두루뭉실하게 양비론이나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는 모습도 신선했구요. 결론적으로, 다시 봤습니다.
진중권 선생님은, 오늘은 선방 정도. 전체적으로 토론 분위기를 좌지우지 한 것은 사실이지만, 뭔가 새로운 얘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 위기에 있어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켜라-라는 것은 당연한 주장이지만... 너무 당연하잖아요? :) 조금 날카로운 맛이 떨어져서 아쉬웠습니다. ... 뭐, 워낙에 상대가 뻔한 소리들만 하고 있긴 했지만.
예상외로 신해철씨는 오늘 개그 캐릭터... 맞는 이야기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면 우리편을 설득시킬 수는 있지만, 상대를 한방 먹이기에는 약해요. 그런 것들, 예를 들어 어떤 공포감, 내가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기분. 그걸 상대방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공포라고 표현하지 않지요. 법치라고 표현하지.
...그리고, 따지자면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오래되지 않은 기억, 그리고 살아있는 인물이라서 부정적인 취급이지, 조만간 전직 대통령들이 죽는다면, 그들을 신비화하면서 이용하려는 사람은 분명히 나옵니다. 전두환때가 물가도 안정되고 살기 좋았다는 식으로.)
유시민 전 장관은, 예전에 비해서 많이 부드러워 졌더군요. 토론 후반이 되니 다시 날카로운 모습이 조금 살아나기도 했지만. :) 오늘 가장 반박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했죠. "이명박 정권에서, 노무현 정권 시절 국무위원들 전원의 뒷조사를 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중에서 몇가지를 터트리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렇게 남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뻥- 터트려주면, 상대방도 반격하기 힘들죠.
소심하게 "나는 스스로를 조금은 좌파라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할 때는 귀여워서 웃기도.
오늘의 패자. 나중엔 성질내는 모습까지 화면에 잡혔지요. ... 그건 그렇고, 바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명예훼손으로 잡혀갈라나요? :) 예를 들어 사이버 명예훼손죄. 다른 사람들이 "채찍이 아니라 당근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데 "채찍만 아니라 당근도 준비했다"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센스는...-_-;;
교과서 수정 파동도 마찬가지. 절차를 지켜라-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교과부에서 수정 건의 받아왔다-라고 뒷부분의 '강제 수정 지시'가 있었던 부분은 쏙 빼먹은 채, 언론 장악 문제도 YTN에 대해 국제기자협회에서 문제제기하고 있는 마당에 그 부분은 쏙 뺀채, 이야기 하는 것보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는.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욕설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미안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욕설의 자유입니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그 정도 수위에 대한 처벌은 현행법에서도 가능하구요. 유감스럽지만, 표현의 자유는 온갖 더러운 것들의 자유입니다.
좋고 깨끗한 곳에서 자란 당신 같은 분은 모르겠지만, 그 더러운 것들보다 더러운 것을 더럽다고 누군가가 함부로 판단내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은, 지금까지 있어온 민주주의 역사에서 이미 확인된 부분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충돌되는 것은 주로 프라이버시 문제이지, 욕설이 아니라구요.
그래도 양심은 있으신지 '좌파' 단어 문제에 있어선 가만히 있으시더군요. "진정한 민주화세력이 아닌 친북 수구좌파일 뿐인 우리당의 '위장 민주화 세력'은 발끈하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링크)"라고 스스로 얘기하신 것은 기억하고 계신가 보죠?
제성호 교수, 그 동안 말만 듣고 누군지는 몰랐는데... 오늘 보니, 이 사람 좀 문제있더군요. 법치란 말로 전체주의를 포장하고 있어요. 법이 모든 것을 판단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법으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습니다. 이 정도는 상식입니다. 그런데 법치란 이름으로, 법의 자의적 해석과 적용까지 모두 용납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 특히 사법이나 경찰 기관에 많은 제약을 두고 있는 것은, 권력은 언제라도 남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의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것, 경찰의 권한 행사를 제약하는 것, 그리고 입법-사법-행정의 3권이 분리되어 있는 것은 모두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인 자유민주주의를 자본주의 + 선거민주주의 정도로 딱 규정내려버리고, 자신이 보기에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모두 반헌법적이라고 몰아가고 있더군요. .... 그것 역시 여러가지 해석중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일종의 근본주의인데... 이건 학문하는 사람이 아니라 종교 믿는 사람입니다.
전원책 변호사. 입만 살은 동네 할아버지 -_-;
이승환 변호사, 이 분은 이미지도 찾기 힘드네요. 뭐하시는 분? 기왕 나오신 것 얘기 많이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X맨 치고는 별로 활약하지 못했네요. 전병현 민주당 의원. 뭔가 쌀로 밥짓는 이야기만... 이 분은 그냥 NPC로 칩시다. 퀘스트에 별로 도움 안됨. 인공지능 떨어짐.
어찌됐건, 2시간동안 재미있게 봤던 토론이었습니다. 김제동씨를 빼면 각자 주장의 프레임이 그냥 보여서 ... 까는 맛은 좀 떨어지긴 했지만. 사람들이 저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지켜볼 수 있었네요. 그렇지만 진중권 선생님의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없다'거나 신해철씨의 '이명박 정부는 포용력이 부족하다'라는 주장에는 조금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이 정부는 머리 속에 삽 하나 밖에 없긴해도, 분명히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 토건업체들, 고소영 인맥의 이익을 위해. ...다만 비전이 삽이어서 문제일뿐. 그리고 포용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포용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애들을 말 잘듣게 만들 것인가-하는 생각뿐. 국민이 국가를 무서워 해야 하는 것을 당연히 아는 사람들, 여당 대표 입에서 전쟁 모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사람들에게... 포용 같은 것을 기대하시면, 실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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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자그니 | 2008/12/19 03:23 | 미디어 갖고놀기 | 트랙백(5) | 덧글(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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