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23일) 한양대 올림픽 체육관에서 열린 LG전자 크리스마스 과학강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오래간만에 아이들과 함께하니... 약간 민망스럽더군요. (총각의 웃음) 연극을 보기 전에, 강연극을 진행할 산타 역할을 맡은 최정훈 교수(한양대 화학과, 51)와 잠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최정훈 교수는 한양대학교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 센터장으로, 2002년부터 과학강연극을 진행해 오고 계십니다.
...인터뷰를 한줄로 요약하면, 아이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 과학에 미칠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사진보면 아시겠지만, 최정훈 교수는 산타 복장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풍채를 가지고 계십니다. 아니나 다를까, 산타 복장을 입고 봉사활동을 한 것은 벌써 18년 정도가 되셨다고 하네요. 그러다 과학 산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 2002년, 평소에는 버스를 타고 찾아가는 이동과학(전자) 교실을 운영하고, 연말에는 오늘처럼 행사를 열면서 살아온 것이 7년째..시네요. :)
처음에는 과학쑈-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학쑈의 문제는 재밌고 신기하기는 하지만 '원리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같은 학교 황복기 교수(...부부시랍니다. -_-;)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각색해 넣기 시작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과학 강연극입니다.
오늘 행사의 기반이 된 이야기는 전래동화 '흥부전', 그리고 다룬 내용은 깁스의 원리와, 유도전류, 무선통신, 액정&편광 TV, 연료전지, 저융점 합금, 열전소자, 압전소자, 태양전지, 형상기억합금, 열감응물질... 그리고 무선 전력 전송과 판 렌즈였습니다. (헥헥)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룬 내용을 많다보니 각각의 원리를 자세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아이들에게 가전제품이 작동하는 원리를 보여주고, 과학에 대한 동기 유발을 하는 쪽에 더 가까웠어요.
최교수가 이 강연극을 시작하게된 이유는,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최근의 이공계 기피 현상도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계시답니다. 과학은 진짜 재미있는 학문인데,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고, 써먹을 곳이 없으니 재미가 떨어진다는 거죠.
하지만 돈이 없으면 사업도 없는 법. 의지와는 달리 나름의 어려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부 지원 없이 진행되는 사업이라, 후원자가 계속 바뀌어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애질런트란 곳에서 2년간 후원을 받았다가 종료. 2006년부터 LG전자와 인연을 맺게되어 지금까지 계속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과학강연극의 성과는 꽤 좋다고 합니다. 일단 재밌는 과학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발굴됐습니다. 교육 현장에 계시는 과학 선생님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네요. 과학강연극을 관람한 아이들의 반응도 좋구요. 실제로, 화장실에서 아이들이 '그때는 그거 말고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라며 두런두런 토론하는 것을 보고 웃음 짓기도 했네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그동안 만들어진 콘텐츠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홈페이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비극이죠. 가장 큰 위기는 과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교수는 우리가 너무 영어 교육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과학은 미래 먹거리나 마찬가지인데, 왜 영어에는 그렇게 신경쓰면서 과학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 그러니까, 고군분투중이신 거죠.
▲ 이날 행사에는 LG트윈스 소속 한양대 출신 -_-; 선수들도 참석했습니다. 저는 야구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 잘 몰랐는데, 프로필을 살펴보다 보니 대부분 한양대 출신 선수들...이 참석했더군요. 참석한 분들은 유지현 코치, 심수창, 경헌호, 이병규 선수.
▲ 사인회만 한 것이 아니라, 연극 중간에 까메오로도 깜짝 출연했었어요. 이병규(아마도), 심수창(아마도) 선수.
▲ 이날 공연의 주요 출연자 네 사람, 놀부 아내, 놀부, 산타, 그리고 흥부....;;; 흥.부.네. 그 많던 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응?)
▲ 요즘 아이들은 굉장히 적극적이더군요...;; 질문 하나만 나오면 서로 손들고 하겠다는 모습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저는 수줍은 많았던 아이라서...
▲ 강연극은 이런 식으로 진행됐답니다. 압전소자를 설명할때, 밟아서 만들어지는 전기..를 확인하기 위해, 압전소자로 만들어진 판 위에서 열심히 뛰는 아이들.
▲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있었던, 무선 전력 전송 기술. 이것만 있으면 전선 없이도 자동 충전가능. 게임하다가, 음악듣다가 전원이 나가버리는 슬픔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 하지만, 아직까진 꿈의 기술. 이 기술이 재현될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풍물패의 등장과 함께, 강연극은 막을 내렸습니다. :)
...은근히 인기 좋으셨던 최교수님.
역시 은근히 인기 좋았던 놀부님...(응?) 아니 극진행은 알고보면 놀부 마누라...역할 맡으신 분이 핵심이었고, 형식상 주인공은 흥부였건만, 왜....
강연을 보고 돌아오는데, 인터뷰 막판에 최교수님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과학의 미래는 사람이다. 나는 과학의 팬이 아니라 매니아, 과학에 미칠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고. ... 생각해보니, 교수님들이 항상 '공부하려면 미치도록 해라'라고 하시는 것과 일맥상통한말이라 뜨끔...했습니다만. ... 그래도, 역시 미래는 사람이겠지요. 저도 사놓고 읽지 않았던 '보이지 않는 엔진'을 어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아, 역시 크리스마스는, 배움과 함께 해야 훈훈한 겁니다. .... 그렇지만 다음 번엔 인간 난로의 원리, 여우/늑대털 목도리가 있으면 왜 따뜻할까? 같은 것도 좀 가르쳐 주시면 안될까요? ...ㅜ_ㅜ
무선전력기술이 재작년부터 시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점점 범위가 늘어나는것을 보면서 '과연 배터리가 이길것인가 무선 전력기술이 이길것인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과학에 대한 흥미 유발이라는면에서는 과학관이 제일일텐데...
....우리나라 과학관은 아직 시궁창인듯... OTL
(아 과천에 새로 만들었다는데는 아직 못가봤습니다 ㅠ.ㅠ)
옛날에 가봤던 일본의 바다과학관이나 LA의 자연과학관과 비교하면 OTL이더군요.
대학때 좀 더 과학이 사람들에게 가까워지자는 모토로 실험 쇼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이공계로 오라고 말이죠. 거의 마술같은 실험쇼를 끝내고 나서 감상문을 받아 봤더니만 죄다 '마술이 재미있더라'는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중간에 이론 설명은 어디로 가고 실험의 과정이나 방법론도 사라지고 오로지 현상만을 보고 즐기는 것 뿐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