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쉬운 미네르바 100분 토론이었습니다. 얘기해야할 것을 얘기하지 못하고, 뭔가 빙빙 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느낌과는 별개로 이번 미네르바 수사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할 여야 정당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비겁하다는 생각입니다. 대체 법이란 것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깊게 만들어준 시간이기도 했네요.
이번 MBC 100분 토론은 "미네르바의 구속"을 놓고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정당한 법집행인가" vs "비판 여론을 없애기 위한 인터넷 계엄령 선포인가"의 구도로 짜여졌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물을 예정이었구요. 사이버 모욕죄는 여기에 당연히 포함될 논쟁이겠지요.
잘못 짜여진 논쟁 구도
그렇지만 이렇게 물어서는 안됐습니다. 오늘도 우리 동네 할아버지 전원책 변호사는 계속 "공문을 안보냈는데 공문을 보냈다고 하니 범죄가 성립된다"만 물고 늘어지고, 진중권 선생님은 "주관적 견해를 처벌하는 것이 말이 되냐"라고 맞불을 놓으셨는데.. 이렇게 따지게 되면 법리 해석 문제로 빠지게 됩니다. ... 그렇지만, 우리가 요즘 느끼고 있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잖아요?
하긴, 윤창현 교수처럼 근거 제시도 제대로 못하면서, 자신의 주관적 해석을 포장하는 사람들보다는 나은 걸까요. 이 분, 작년말과 재작년말의 상황이 굉장히 다른데 계속 재작년과 작년 상황 비교하시는 바람에 아주 짜증났다는. -_-; 아 놔 재작년 연말에 환율이 이 모양이었냐구요.
아무튼, 중요한 것은 미네르바에게 적용된 법집행이 올바른 가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이미 양쪽의 입장이 나온 문제고, 법리적으로 하나하나 싸워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이건 80년도에 만들어진 법이 이제야 적용됐는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한 거구요.
중요한 것은 미네르바가 아니다
나중에 진중권 선생님이 지적하셨듯이, 우리는 미네르바 구속을 통해 나타난 '사회적 퇴행' 현상에 대해 말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미네르바의 신상 공개에서 드러나듯, 우리 사회가 얼마나 '퇴행적 기준'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지에 대해 말했어야 하구요. 지난 10년동안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들을 제대로 드러냈어야 합니다.
... 중요한 것은, 미네르바가 아니라 미네르바를 둘러싼 '구도'였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90년대 한겨레21을 다시 뒤적거리다 알게된 사실이지만....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 예전 김영삼 정부가 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_-;;; 뭐랄까, 이들의 작업 스타일과 행동거지에는, 그래서 한나라당-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DNA처럼 박혀있는 듯 싶네요. 권력 기반 계급의 이해관계일수도 있고.
그런데 막상 그 얘기가 나올 '사이버 모욕죄'는 조건부 찬성 1 vs 반대 3 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바람에, 얼마나 후진국(?)적 생각인가-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냥 넘어가고. 전원책 아저씨와 진중권 선생님은 서로 흥분해서 배틀-_-뜨고. 일명 '지식정보화 시대'로 넘어간 것이 언제인데,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규칙을 말해도 아까웠을 시간에.... 참, 아쉽더군요.
시대적 퇴행을 고발했어야
정보화 시대로 진입한 지가 한참 옛날입니다. 이런 시대에 네티즌의 입을 가로막는 것은, 이 시대의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는 퇴화이며, 결국 이 나라의 미래를 망쳐버리는 일이 될겁니다. 한나라당은 지금 미래의 규칙과 비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부수기만 할 뿐입니다.
이때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이런 퇴행적 흐름을 가로 막고, 새로운 규칙을 세우기 위한 토론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공감대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통 분모라면 이 정도 수준일 겁니다. 미네르바의 구속을 통해 '퇴화하는 정부'의 실체에 대해 확인했다는 것. 그리고 '비판에 대해 입을 막으려'하고 있다는 것.
이는, 정책 수행에 대한 동의(지지율)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정권이, 강압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강압적인 정책을 고발하고, 실제 필요한 정책이 어떤 것인지를 말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미네르바의 구속을 통해 느끼고 있는 것들일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 모두 알고 있는 공통분모를 또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버리고 말았네요. 다음에는 보다 책임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보다 화끈하게 치고 받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 그리고 인물 한 줄평
: 전원책 변호사 - 여전히 말많은 동네 할아버지. "사람을 찔러죽였는데 때려죽였다고 썼으니 법적으로 허위사실 유포다!" 헌법 조항마저 틀리는 크리. 슬슬 은퇴 준비를. : 진중권 선생님 - 왠지 요즘 계속, 예전보다 약해진 모습. 그 원인은 물론 원고마감. (응?) 대신 주변 토론자들과 주고받음이 점점 능숙해지는 듯한 이 느낌은.... : 김성수 교수 - 쌀로 밥짓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지만, 그 쌀로 밥짓는 이야기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나름 튼튼하게 팩트를 확인해 주셨음. : 윤창현 교수 - "미네르바가 나 깠다능! 그래서 소주 마셨다능!" ... 너무 소심한 것도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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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자그니 | 2009/01/16 04:01 | 미디어 갖고놀기 | 트랙백(1) | 덧글(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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