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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진중권 선생님 제자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중앙대 문화연구학과 학생이었습니다. ... 솔직히 말하면 제자라고 하기에는 조금 쪽팔린 것이, 배운 것의 반이라도 소화하고 있는지 제 스스로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ㅡㅡ;; 그렇지만 지난 몇년간, 진 선생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제 삶에 있어서 하나의 행운이었습니다. 그것만은 분명합니다.
지금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많이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예종 사건을 비롯, 중앙대, 홍대에서 계속 강의가 취소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글쎄요.. 그 강의를 취소하시는 분들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몇안되는 들을만한 강의를 빼앗기는 상황에 처한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런데도 어떤 매체는, 진 선생님의 강의 능력이나 수업의 질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하더군요. 솔직히 우습지도 않은 지적이긴 하지만... 수업을 들었던 학생의 입장에서, 진 선생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지난 몇년의 기억을 돌이켜 적어보려고 합니다.
질문을 좋아하는 선생님
학부 수업이나 특강을 들으셨던 분들은 좀 의아해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진중권 선생님은 질문하기를 좋아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아마 대학원 수업의 특징 때문에 그럴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수업은 세미나 형식으로 이뤄졌고, 학생들의 발제와 토론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그 가운데 진 선생님의 역할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시는 것. 학생들의 발제나 비평글에서 논리적 헛점이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직접 지적하기 보다, 토론하는 과정에서 계속 질문을 던지시는 편이었습니다.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해요?" "글의 이 부분과 이 부분은 좀 안맞지 않아요?" 등등.
그것도 직접 얘기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토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맡으셨달까요. 물론 답답하면 직접 설명해주시기도 하지만.. :) 가급적 토론 과정 속에서 스스로 깨닫게 되는 쪽을 선호하셨어요.
무서웠던 선생님
칭찬과 혼냄이 명확했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잘된 글이나 제대로 이해한 발제문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편이셨습니다. 반면 내용을 잘못 이해하거나, 억지 주장을 펴거나.. 다시 말해 날림으로 발제문을 작성한 흔적이 보이면... 좀 무섭다- 싶을 정도로 혼내셨습니다. 그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았지만... :)
저 같이 생각없는 학생-_-이 끼어들어 랄랄라~ 하면서 억지로 분위기 풀어놓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요.
사실 이런 모습은 100분 토론 같은 곳에서 자주 보여주시는 모습이긴 한데요... 상대가 비논리적인 주장을 늘어놓으면 어이없어 하시는 그 모습, 기억하는 분들 많으시죠? 그래도 그때는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 워낙 강딴이 있으신 분이라, 정말 화내면 많이 무섭답니다.
논리가 확실했던 선생님
우리끼리 토론해서 얻어가는 것들도 많았지만, 토론이 끝날 때쯤 선생님이 정리해주는 내용을 보면 수업 전체가 명확하게 이해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내용이 풍부해서, 한번 수업에 정리되고 고민하게 되는 것들이 꽤 많았답니다. 이것저것, 글쓰기 공부도 많이 되었구요.
예를 들어, 위 그림은 <공학적 글쓰기>란 주제로 수업 들었던 내용을 마인드 맵으로 정리했던 내용입니다. (저는 수업 내용을 마인드 맵으로 정리했습니다.) 당시 텍스트는 푸코의 <말과 사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 내용이, 딱 한 시간에 쏟아져 나온 내용들입니다.
게다가 자료를 꽤 좋아하셨던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주장을 하기 위해선 분명히 근거를 들어야만 한다는 거죠. 원전을 읽는 것도 꽤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그러니까 자신의 미학 책을 읽고 정리된 것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여러 철학자들의 책을 직접 읽고 생각해 보기를 원하셨습니다.
...덕분에 현대 미학에 있어서 중요한 책들은 거의 다 읽어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열려 있었던 선생님
무엇보다, 진중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열려있던 분이셨습니다. 학생들이 초대하는 행사에 이런저런 핑계대면서 빠지시는 분이 아니었다고 할까요. 덕분에 수업과 더불어, 수업이 끝나고 뒷풀이 시간도 꽤나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워낙 바쁜 분이기는 하셨지만....-_-;;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하면서, 단순히 가르쳐주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많이 얻어가려고 하셨습니다. (응?) 항상 수집하고 공부하고 배우는 타입이랄까요. 물론 기말 페이퍼-같은 것을 다 쓰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거나 그러면 무지무지 혼나기도 합니다만...-_-;;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열정적이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스타일의 사람입니다. 사람이 살아있어요. 아들 이야기를 할때는 영락없는 팔푼이 아빠 같고,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할 때는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 그러니까, 생각보다 꽤 감성적인 분이에요...;; 안 믿으실 분들이 많겠지만-
하아- 그건 그렇고, 어서 빨리 여러가지 일들이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나가서 서명운동을 할 수도 없고... 뭐랄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은, 좀 치사하고 비겁하게 여겨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다들 "우연의 일치"라고, 오해라고 하지만, 그 놈의 "우연의 일치"는 참, 정말정말 자주 일어나네요... :)
아래는 2년전 찍었던, 저희가 열어드렸던 진중권 선생님 생일 파티때의 영상입니다. 이렇게 공개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라도, 진 선생님이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제 도와드릴 일을 고민해 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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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자그니 | 2009/08/29 13:40 | 사람 이야기 | 트랙백(6) | 덧글(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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