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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3 16:50

구급차가 오면 제발 길을 비켜주세요 이의제기

1. 김주하님이 리트윗한 내용을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아직까지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 분들이 계셨나요?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구급차에 길을 비켜주지 않는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구급차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 극에 달해있다-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네요.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에는, 구급차 운전기사 분들의 잘못도 분명히 있습니다. 장의차량이 구급차량으로 불법 영업을 한다거나(링크), 일이 없는데도 싸이렌을 울린다거나, 그밖에 다른 불법 운행 행위로 처벌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보곤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누군가 한 명의 잘못때문에, 전체를 의심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 아닙니다.



▲ 응급환자 이송은, 가족들에겐 피가 마르는 일입니다(출처).



2. 8년전 이야기입니다. 간성혼수에 빠지셨던 아버지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강남 성모병원으로 이송했던 일이 있습니다. 저는 그 차에타고 있지 않고 어머니가 타셨는데, 병원에 도착하신 어머니가 눈물 글썽하신 목소리로 말씀하십니다. 구급차 운전기사가, 아버지 간성혼수로 계속 발작을 일으키고 계시는데, 싸이렌도 울리지 않고 계속 운전하더라고.

어머니는 굉장히 화가 나셨는데, 저는 겉으론 달래드리면서도, 속으로 어쩔 수 없잖아요-라고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사이렌 사용에도 규칙이 있고, 그런 것은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하고, 그것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은, 아니 대부분의 분들은 법규를 지키며 운전하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응급이송 시스템을 통해 많은 환자가 도움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되었건, 어떤 핑계건, 구급차의 이동시 양보하지 않는 것은, 정당한 행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뻥쟁이 구급차가 많고, 사기치는 구급차가 많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에 대해 책임지울 방안을 강구할 일이지, 구급차 운행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습니다. ...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함께 살아가야할 세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3. 물론 저는 모세의 기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운전자분들이, 기꺼이 구급차에 길을 양보해주고 있다고도, 역시 믿고 있습니다. 10년전, 동호대교에서 본 일입니다.

버스를 타고 옥수동에서 동호대교로 진입하는데, 토요일 오후라 차량이 엄청나게 막혔습니다. 버스가 동호대교로 진입하는 진입로 위에서 꼼짝도 안하고 서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책도 안가지고 나왔고, 스마트폰도 없던 때라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데, 동호대교 북단터널쪽에 앰뷸런스가 한대 나타났습니다.

속으로 '이 와중에 저 구급차 어떻게 지나가려나-'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동호대교 북단에서 꼼짝도 못하고 싸이렌만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러길 한 1~2분하고 있었을까요. 눈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앰뷸런스 앞에 있던 차량부터 양옆으로 붙으며 길을 만들기 시작하더니, 동호대교를 가득 메우고 있던 차량들이 두쪽으로 갈라지며, 한 가운데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제게 작은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줄도 몰랐지만, 운좋게 버스가 진입로에 멈춰-_-있었던 바람에 위에서 갈라지는 장면을 지켜봤던 탓도 크겠지요. 그래도.. 정말 놀랐습니다. 그때 일은 제게, 여전히 이 나라에 희망을 가지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밑바탕입니다.

...뭐, 그 앰뷸런스 뒤로 졸졸졸 따라붙는 몇몇 차량들을 보면서 어이없어서 헛웃음짓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 기적이, 자주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세계 최고의 주차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 운전자들이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런 기적을 보여주세요. 구급차가 지나가면, 꼭 길을 만들어주세요. 정말, 정말로 부탁드립니다.

* 무리하게 도로를 2차선에서 3~4차선으로 확장하는 바람에, 도로폭이 좁아 길을 만들 수 없는 도로가 꽤 된다고 합니다. 그런 길은 정책 차원에서 해결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 법제화 문제에 대해선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 관련글




덧글

  • 2010/10/03 17: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자그니 2010/10/04 14:10 #

    계속 좋아지겠지요.. ^^;
  • Charlie 2010/10/03 17:47 # 답글

    소방차라던가 구급차등의 긴급차량이 '긴급상황'때문에 가고있을경우 비켜주지 않으면 벌금/벌점을 높게 붙이는 나라들도 있지요..
    저도 얼마전에 차들이 홍해갈라지듯 길을 내주는것을 보고 감동한적이 있습니다만, 사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에 감동을 하지 않을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더 좋겠어요.
  • 자그니 2010/10/04 14:10 #

    문화가 바뀔때까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 다들 지켜도 한 명이 안지키면 힘들어지는 상황이라서..
  • 근데 2010/10/03 18:21 # 삭제 답글

    막힌 길에서 차선 바꾸면서 자리 비켜주기가 힘들지 않나요?

    엠뷸 막고싶어서 막겠습니까 차선변경할 구멍도 안보이니까 못비켜주는경우도 많은거죠.

    이건 도로상황의 문제라고 봐요 갓길이라든가 도로개선도 필요할것같고.
  • 키엘 2010/10/03 18:44 # 삭제

    우리나라 도로 현실상 그런 경우도 많긴 한데..
    진짜 마음먹고 앰뷸런스 앞을 막아서거나 옆에 비킬 수 있는 공간 있어도 안비켜주는 차도 있더군요. 무슨 생각인지.. -_-;
  • 제 경우에는 2010/10/03 21:07 # 삭제

    저는 비켜줄 수 있는데도 안 비켜주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
    때리고 싶더군요.
  • 자그니 2010/10/04 14:10 #

    맞아요. 도로 상황 개선도 반드시 해야합니다.
  • 세치 2010/10/03 18:26 # 답글

    군 복무 때문에 소방서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화재출동을 나가는데, 교차로 하나 통과하기가 정말 힘들더라구요. 아무리 모터사이렌을 울려대도 들은체 만체 본체 만체 그냥 꼬리 물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이란-_-
    교차로에서 멈춰선 거 하나 때문에, 밟아 끌 수 있는 불이 건물 전체를 물에 담그다시피 해야 끌 수 있는 불로 번질 수 있는데, 자기 일 아니라고 너무들 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 불 난 집이 자기 집이라면 그렇게 태연하게 꼬리 물며 소방차 앞을 가로질러 갈 수 있을런지......
  • 자그니 2010/10/04 14:11 #

    그래서 도착하면 또 불 못끈다고, 늦게 왔다고 뭐라고들 하시죠...
  • 안구 2010/10/03 19:16 # 답글

    저는 어려서 기억은 없지만 비슷한 이유로 외할아버지를 보내드려야했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뇌혈관이 터져서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이었는데 한 관광버스가 끝까지 비키지 않더라고합니다...
    덕분인지 어머니께선 앰뷸런스가 차들에 막혀 꼼짝도 못하는 것을 보시면 눈물부터 글썽이셔요...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이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 자그니 2010/10/04 14:11 #

    안타까운 일을 겪으셨군요...
  • SoL-A 2010/10/03 20:24 # 답글

    군엠뷸 운전병이었는데.. 신종플루환자가 폐렴소견에 혈중산소농도까지 떨어지는상황에서 갓길타고 고속도로 가고있는데 왠 덤프트럭이 갓길을 막더군요...-_- 허참....
  • 자그니 2010/10/04 14:11 #

    갓길 주차는 진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만보 2010/10/03 20:27 # 답글

    저도 한 번 앰블런스 탔었답니다.

    총맞고 칼맞고 하는 일보다 앰블런스가 훨씬 더 위험했었다는 기억이 자꾸만 떠오르네요.

    인간이 생각하는 삶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자그니 2010/10/04 14:12 #

    아이구.. 만보님...;; 너무 드라마틱하게 사세요...
  • 지나가다 2010/10/03 21:20 # 삭제 답글

    저도 어제 집에 가던길에... 뒤에서 급하게 엠뷸런스가 지나가려고 하는데 꿈쩍도 안던 차들이 생각나네요. 갓길로 살짝만 빠져줘도 지나갈 수 있을텐데, 한사람을 구할수있는 건데 어쩜 그리도 꿈쩍을 않던지. 그거 잠깐 비켜주는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참... 운전 하던 지인과 한탄 좀 했네요
  • 자그니 2010/10/04 14:12 #

    어려운 일은 아닌데.. 안타깝네요..
  • 전 딱 한번 2010/10/03 21:34 # 삭제 답글

    본적있어요 일본에서요
    막히는 시간대였었는데 엠뷸런스 소리가들리니까
    정말 모세의 기적처럼 양옆으로 차들이 다 붙더라구요
    제가 자꾸만 우와 신기하다 ~라는 표정을 짓고있으니까
    일본분들이 의아해 하더라구요..
    한국은 안그러냐고..
    그래서 전 그냥 한국에선 엠뷸런스 본 적이 없다고 말했어여..~_ㅠ...
  • 자그니 2010/10/04 14:13 #

    한국에는 앰뷸런스가... 없는 ... 거죠... 예.. 암..ㅜㅜ
  • 금자씨 2010/10/03 21:41 # 답글

    생각보다 홍해는 잘 갈라집니다. 일년에 2~3번은 비켜주는거 같은데요; 단지 그가운데 한대라도 미친척하고 안비키면 그전에 도와준 사람들이 모두 바보가 될뿐이죠. 사실 비켜준다고 나 가는길에 더 늦어지는 것도 아니고;
  • 자그니 2010/10/04 14:13 #

    하긴, 그렇긴 하더라. 한 명이 미친척 하면 정말 그렇게 되더라...
  • 근데 2010/10/03 22:41 # 삭제 답글

    명절날 고속도로같이 앞뒤옆으로 다 막히면 차 하늘로 들어다 안빼고 어떻게 비켜
  • 자그니 2010/10/04 14:13 #

    버스 전용 차선...
  • 머스타드 2010/10/03 22:44 # 답글

    전에 뒤에서 요란한 싸이렌을 울리면서 오는 차가 있길래 길을 옆으로 샥 비켜주고나서 봤더니 엠뷸런스가 아니라 견인차더군요... ㅡ.ㅡ;
    아.. 물론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 입니다. 엠뷸런스는 당연히 비켜줘야죠...;;
  • 자그니 2010/10/04 14:13 #

    견인차들 그렇게 울리는거 불법이라고 하던데... 안걸리나요?
  • 얼룩말 2010/10/03 23:28 # 답글

    모세의 기적에 눈물 글썽하는 사람이 나뿐 아니었군요..

    저는 가족이 앰뷸런스에 탄 일은 없지만... (다행인거죠...)
    꽉 막혀 있는 터널(그것도 만든지 오래되서 갓길이 정말 좁은... 부산 도시고속도로)에서 모세의 기적을 보고 한국은 살만한 나라가 맞구나... 생각 했던적도 있답니다..

    다들 안전운전 배려운전 하세요~
  • 자그니 2010/10/04 14:14 #

    앞으로도 탈 일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아무니 2010/10/04 00:33 # 답글

    "그리고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누군가 한 명의 잘못때문에, 전체를 의심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 아닙니다."
    절대로 맞는 말이죠.
    도봉산역 앞에서 아주 자주, 거기로 구급차가 출동할 때마다 보는(그러니까 내 차가 그 앞길에 서 있을 때) 건데, 정말 다급하게 혹은 애처롭게 삐용삐용 울어도 길 건너는 등산객들(대개 나이 지긋합니다)은 키들키들 저희들 할 말 다 하면서 천천히 갈 뿐 절대로 비키지도 멈추지도 않던데요?
    그러니까 차만 비키지 않는 게 아니라 발도 비키지 않더라니까요.
    그걸 볼 때마다 "제발 다음 번엔 입장이 바뀌어서 당신들이 저 구급차 안에 누워 계쇼" 악담을 합니다.
  • 자그니 2010/10/04 14:14 #

    ....사람도 그랬던가요...;; ㄷㄷㄷ
  • 이안 2010/10/04 10:29 # 답글

    글의 취지에는 절대 공감하는데...배가 산으로 가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좀 지엽적인 얘기 하겠습니다.

    "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아직까지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 분들이 계셨나요?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도로에 차 몰고 나가시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는 모르겠지만 저보다 드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전 한달에 두번 정도 차몰고 나갑니다.) 깜짝 놀랐다니요. 구급차 싸이렌 소리 들리고 스물스물 비켜주다 보면 매번 느끼는 현상 아닙니까? 안비켜주든 못비켜주든 어떤 차는 요지부동인거.

    마치

    "어머나, 아직도 저런 나쁜 분이 계셨어요? 전 너무 착해서 저렇게 나쁜 분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라는 투의 문장으로 보입니다.

    쉽게 말해 가식적인 어투라는 거죠. 자그니님이 최근 일부 이글루 유저들에게 비난받고 있는 주원인 중 하나가 이런 '착한척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이라는 배신감 때문 아닙니까? 저는 이 글이 그런 '현실'의 또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네요.

    덧. 자그니님을 애정있게 바라보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할애해서 남기는 덧글입니다.
  • 자그니 2010/10/04 14:15 #

    놀란 것은 사실인데요...;;

    말하신 것, 새겨 듣겠습니다. 남들에겐 가식적으로 보이겠군요... 시간내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백범 2010/10/04 11:46 # 답글

    아리랑님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답변은???
  • 자그니 2010/10/04 14:15 #

    관심없습니다.
  • 백범 2010/10/04 14:26 #

    그러면 안되지... 의혹이 진실이다 거짓이다 한마디 정도는 해야 예의 아니겄소? ㅋㅋㅋㅋㅋ
  • 봄이아빠 2010/10/05 00:34 #

    적당한 글에 적당한 댓글을 다는 것이 예의 아니것소.. ㅋㅋㅋ
  • 봄이아빠 2010/10/05 00:33 # 답글

    요기는 시골이고 병원이랑 가까워서 그런지 병원차 수도 없이 보는데 한번도 차 비켜주지 않는것 못봤음.
    아무리 정체가 있어도 응급차량은 무조건..
  • 자그니 2010/10/05 22:27 #

    거긴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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