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드센스




2011/07/23 15:52

사람 굶기는 법은 있을 수 없다 이의제기



누가 그런 법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사람 굶기는 법은 있을 수 없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한겨레에 실린 「기초생활보장제 뿌리 흔드는 ‘부양의무자 조사’」를 읽다가 이 말이 생각났다. 지금 정부가 시행하는 조사는 작년에 구축된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을 기초로 한다. 이 전산망에 등록된 부양의무자 가족의 DB가 179만에서 240만 가구로 늘어나면서 재산 파악이 용이해져,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이번 부양의무자 조사는 기본적으로 '부정 수급자'를 가려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기존에 잘 파악되지 않았던 '딸이나 사위의 재산'이 파악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부는 현재 153만명 정도인 기초생활 수급자 가운데 10만명 정도를 부정 수급으로 파악하고 이미 통보를 마쳤다.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는 수급액 삭감 조치가 취해졌다. 다른 특례조치등을 통해 절반 정도는 구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약 5만명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내년까지 줄이기로 목표로 세운 숫자는, 4만 5천명이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복지부는 딸과 사위의 재산이 179억원에 이르렀던 사례, 자녀의 소득이 2960만원에 달하는 사례, 사위가 현직 학교장이었던 사례도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사례가 몇 건이었을까? 3건이다. 10만명중에서 3명이다. 한달에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액수는 44만원. 보통 절반은 방값으로 내고(영등포 쪽방촌 방세가 월 18만원 정도다), 20만원 조금 넘는 돈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 10만명은 이제 (소명 자료를 제출해 구제받지 않으면) 한 푼도 못받게 됐다. 다른 10여만명은 5만원정도씩 지원금액이 깍인다. 이미 탈락 통보를 받은 노인 몇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한달 44만원이라고 해도 10만명이면 월 440억. 1년이면 5280억이다. 올해 복지예산이 86.4조원이니, 약 0.6% 정도의 금액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의 세금이라면 한 푼이라도 아껴써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월 44만원 받아서 생활하던 사람들에게 44만원은 엄청나게 큰 돈이다. 몇몇 부정수급자들에게야 용돈이었을 수도 있지만, 다른 모든 이도 그렇다고 보기에는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애시당초 탈락기준인 부양의무자 기준이 너무 낮게 설정되어 있는 탓이다(부양의무자가 가구 최저생계비 130% 넘는 돈을 벌경우 탈락. 예를 들어 2011년 기준으로 혼자 사는 아들이나 딸이 월 69만원을 넘게 벌면 탈락). 이미 소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등의 조건에 걸려 기초생활수급자격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사람만 100만명. 신청조차 못한 사람까지 합치면 약 400만명에 달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비수급 빈곤층'을 양산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누가 보기엔 단돈 44만원일수도 있지만, 최저 빈곤층에겐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다. 이런 문제를 전산 한번 돌려서 너 탈락-하는 식으로 결정하는 것은 지독히 안일하다. 이들이 모두 죽어나가도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여긴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여긴다면 그건 이미 정부가 아니다. 그렇다면 좀 더 신중해져야만 한다. 예산에 맞추기 위해 집행되는 복지, 소명자료를 내면 구제해 줄께-하는 자세가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그들 삶의 여건을 존중해줘야만 한다.

빈곤층은 계속 늘어가는데 기초생활수급자 숫자가 더 안늘어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다. 최소한 국회입법조사처의 지적대로 부양의무자 기준이 개선될 때까지 만이라도, 이런 식으로 전산망 돌려서 적발하는 작업은 멈춰야만 한다. 헤밍웨이가 맞다. 사람 굶기는 법은 있을 수 없다.


덧글

  • fendee 2011/07/23 16:17 #

    기초생활수급자 문제가 상당히 민감하면서도 애매한 부분이 있는것 같습니다.
    겉으로만 보면야, 사위나 아들,딸이 재산이 많다면 그들을 부양의무자로 보는것이 맞기는 하겠지만, 요즘의 한국 사회는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사회인식이나 가치관이 급변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방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딸(?)네 집에 갔더니 자기보다는 강아지를 더 애지중지 하더라며 이제부터는 강아지 하겠다고 '멍멍' 소리쳤다는 일화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가족들에게 외면받은 노인들을 단지 부양의무자가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방치해야 할까요?
    반면, 자격심사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이래저래 도움을 많이 받아 넉넉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쌀이 맞이 없다면 비싼 쌀을 사먹기도 하더군요.
    이렇게 불필요하게 과지급 되는 문제도 발생하고요.

    이 문제는 단순히 계량화하고 수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것 같아 보이기에, 단순한 셈법이 아니라 보다 현명한 정책을 세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고민해야할 부분이죠.
  • 자그니 2011/07/23 18:12 #

    저도 부정 수급자를 가려내는 문제는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산망을 돌려서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부양의무자 소득, 자산 조사, 실제로 부양 가능 여부, 가족 관계 여부> 등의 현실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또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라 신경을 안쓰고 있는 것 같네요..

    게다가 몇명이 탈락하고 변경했는지에 대한 자료 공개를 청구했는데, 아직 답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 neocoin 2011/07/23 17:58 # 삭제

    전 이런 활동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본문안에 이 부분입니다.

    '부양의무자가 최저생계비 130% 넘는 돈을 벌경우 ' 이부분이 잘못되거 같습니다.

    일단 최저생계비 너무 낮게 책정 되어 있는 부분도 있지만, 최저생계비 이므로 당연히 (부양의무자 + 부양자) x 최저생계비 이렇게 계산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저 생계비는 말그대로 생계만을 위한건데 이거에 130%라니 해도 너무하는군요.

  • 자그니 2011/07/23 18:28 #

    부정수급자 가려내는 일은 원칙적으로 찬성입니다. 다만 빈대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말하신 부분은 제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라 수정했습니다. 실제론 셈범이 꽤 복잡해서.. 아래 내용을 참고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부양의무자만 따지는 것은 부양의무 미약-까지만 해당됩니다. 수급권 탈락은 수급권자+부양의무자의 최저 생계비에 재산을 함께 따져서 결정합니다.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LGfA&articleno=4986691&_bloghome_menu=recenttext#ajax_history_home
  • 봄이아빠 2011/07/23 19:05 #

    얼마전 한국 방송 팟캐스트로 듣다가 기초생활수급자의 수가 줄었다는 말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윗분들은 이건희의 44만원이나 최저빈곤층의 44만원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
    이래저래 뒤로 너무 많이 간다.
  • 자그니 2011/07/25 17:33 #

    내년에 다시 늘긴 할꺼야. 현재 위에 문제된 부분을 조정하겠다고 얘기하고 있거든ㅇ.
  • snowall 2011/07/23 20:27 #

    어떤 의미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를 "가장 빠르게"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죠. 이래저래 경제난으로 돈이 부족하니 저런데서 돈을 절약하는군요.
  • 자그니 2011/07/25 17:34 #

    그래도 전산망 돌려서 걸러내는 것은 좀....ㅜㅜ
  • 멀티런 2011/07/23 21:42 # 삭제

    부양의무자가 능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부양하지 않으면 국가에서 우선 부양하고 그 금액을 부양의무자에게 강제로 추징하는 법률을 제정해야됩니다...국개의원들의 할 일이 이런건데..포퓰리즘식정책에 전부 목숨을 거니
  • 자그니 2011/07/25 17:34 #

    그 비슷한 제도도 있긴 있습니다.... 제도는요...
  • RuBisCO 2011/07/23 21:47 #

    멋진 신세계-
    우리 스스로 주변의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고 내버려두면 결국 우리 앞에 닥치겠죠.
  • 자그니 2011/07/25 17:34 #

    알고보면 결국 모두 우리 문제...니까요
  • mooni 2011/07/24 04:39 # 삭제

    원래 경계선 상에 있는 사람들을 다루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_-;;
  • 자그니 2011/07/25 17:34 #

    그러니까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 긁적긁적 2011/07/24 08:12 # 삭제

    저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들의 오류는 부양자의 소득=피부양자의 소득이라고 단순화
    시켜버리는 것입니다. 일단 저들이 정해놓은 부양자가 피부양자를 부양하고 있는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 우선시되어야 하는데 그건 하지도 않고 단지 서류작업만으로
    부양자가 있고 그들이 규정이상의 소득을 벌고 있으니 탈락. 장난인겁니다. 서류장난.

    그리고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들을 다루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별적 복지가 보편적 복지에 비해
    효율적이라는 주장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경계선상의 사람들을 제대로 다루려면
    상당한 비용을 들여 상세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되기 때문이죠.
    거기다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경계선상에 있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조사는 이루어져야 하기에 그에 따른 공공서비스 부분의 규모와 서비스 비용은 늘어나게 됩니다.
    여기서 모순이 되는건,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작은 정부를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두가지 주장이 상호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선별적 복지도 없애야 합니다. 끄끄끄~
  • 산마로 2011/07/24 13:04 # 삭제

    부양자가 피부양자를 부양하지 않으면 국가가 부양한다. -> 부양자가 능력과 의지가 있어도 국가에 맡기게 된다. 이건 생각도 안 나죠? 그리고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을 조사하는 비용 > 전 국민을 국가가 먹여 살리는 비용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니 놀라운 주장이군요. 묻지마 보편 복지가 경계선 이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경계선 이상의 사람들도 당장 일을 때려치우는 편이 좋습니다. 자~ 그렇게 되어도 선별 복지가 보편 복지에 비해 큰 정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 자그니 2011/07/25 17:38 #

    긁적긁적/ 굳이 따로 조사하지 않아도, 원래 처음 신청할때 여러번 걸러지게 되어있습니다. 탈락율이 50%가 넘어가는 걸요. 이번은 일반화시키기엔 좀 다른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산마로/ 긁적님의 주장을 잘못이해하신 것 같은데요...
  • 유성 2011/07/24 21:53 #

    사회복지 공부하였거나... 빈곤쪽에서 일하는 분들의 현실에서 보면 정치라는데 얼마나 어이없는지 많이 알게되는걸요 뭘...

    현실성 정말 없다는걸 ㅋㅋ 많이 압니다.. 말해봐야 입만 아프니..

    아 정말... 국회의원들 면세권과 면책권은 정말 없애줬으면 좋겠어요..

    국회의원들의 월급과 지급하지 않는 세금만 받아들여도 예산 꽤나 복구할텐데... 엉뚱한곳에서 돈 아낄려는 복지부 보면 정말 화만날뿐...
  • 자그니 2011/07/25 17:39 #

    사실 개편중인 부양자 관련 기준 개정 이전에, 미리 정리해 놓으려는 성격이 강해요... 이번엔...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애드센스 긴배너(세로)

구글 광고 테스트


메모장

이요훈님의 Facebook 프로필



다음 블로거 뉴스
베스트 기자

올블로그 2006~2009
탑 100 블로그

블로그어워드 2009
탑 100 블로그

월간 PC사랑 선정 2010
베스트블로그 100


Locations of visitors to this page


통계 위젯 (화이트)

39056950
44617
21066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