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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0 10:10

윌리엄 깁슨, 그리고 사이버 스페이스 사람/인터뷰

"사이버스페이스. 전세계의 몇십억에 달하는 합법적 프로그래머들과, 수학 개념을 배우는 아이들이 매일 경험하는 공감각적 환상...... 인류가 보유한 모든 컴퓨터 뱅크에서 끌어낸 데이터의 시각적 표상. 상상을 초월한 복잡함. 정신의 비공간(非空間) 속을 누비는 빛의 화살들. 데이터로 이루어진 성군과 성단. 멀어져 가는 도시의 불빛......"

Wiliam Gibson의 Neuromancer, 3장


‘윌리엄 깁슨’, 1948년에 미국에서 태어나 1968년 캐나다로 이주한 뒤 줄곧 캐나다에 살면서 SF 소설을 써온 작가. 이렇게 표현하면 세상의 많고 많은 작가들 가운데 하나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름은 사이버 펑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친숙한 이름이다. 그의 첫 장편소설 <뉴로맨서>가 사이버 펑크란 장르를 개척한 소설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엔 항상 ‘사이버 펑크의 대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많은 사람들은 깁슨이 사이버펑크라는 이름을 처음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사이버 펑크란 이름을 달아준 사람은 미국 ‘연간 SF 걸작선’의 편집자였던 가드너 도즈와였다고 한다. 깁슨은 오히려 사이버펑크라는 단어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그가 보기에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것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였던 것이다. 그는 대신에 ‘C 문자 문학’(C-word literature)이라는 상징적인 용어를 쓰자고 이야기한 바 있다.

...아아 이런, 처음부터 딴 얘기로 빠졌다. 어쨌든 결론은, 그는 사이버펑크란 단어를 만들어낸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사.이.버.스.페.이.스(Cyber Space)란 말을 만들었다.




많은 예술 작품들은 순간의 영감에서 작품의 핵심을 찾는다고 한다. 무라카미 류의 표현을 빌자면, 어느 순간 눈 앞에 거대한 지도가 나타나는 느낌이랄까. 아무리 고민해도 풀리지 않던 실마리가 어느 순간 완전한 설계도를 갖춘 모습으로 떠오른다는 것이다. 깁슨이 글을 쓰게된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1980년대 초, 캐나다 밴쿠버의 한 비디오 상가 앞에서 잉태되었다.

그때 깁슨이 본 것은 번쩍이는 화면(지금 우리가 보기엔 정말 유치하겠지만) 앞에서 오락에 열중하고 있던 한 무리의 젊은이들. 그때 받았던 느낌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긴장된 자세에서 그 애들이 얼마만큼 게임에 빠져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화면에서 나온 빛이 아이들의 눈으로 들어가고, 신경세포들을 통해 몸을 타고 흐르면서 전자들이 비디오 게임을 통해 움직이는 듯한, 말하자면 마치 피드백 폐쇄회로 같았다. 그 애들은 분명히 게임이 투영되는 공간의 사실성을 믿고 있었다. 볼 수는 없지만 분명히 있다고 믿어지는 세계를."


그는 오락이나 컴퓨터에 있어서 문외한에 가까웠지만, 그 느낌은 잊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그의 구형 타자기를 이용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바로 그의 첫 히트작이자 사이버펑크의 원조라 불리는 뉴로맨서(Neuromancer, 1984)다.

그리고 그 가상의 세계를 ‘사이버스페이스’라고 이름 지었다. 바로 이 세계가 그의 초기 장편과 단편들의 배경이 되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두뇌 안에 이식된 소켓에 전극을 꽂는 등의 방법을 통해 그 세계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인간이 만든 모든 컴퓨터에 내장되어 있는 정보들이 3차원으 로 재현되어 있다.

사용자가 컴퓨터 네트워크를 사용할때 "존재"하는 "장소"를 나타내는 말, 사이버 스페이스. 깁슨이 처음으로 이름 붙인 이후, 다른 많은 이름들이 컴퓨터 정보들이 살고 있는 그 유령의 세계에 붙여졌다: 네트, 웹, 클라우드, 매트릭스, 메타버스, 데이타스피어, 전자 전선, 정보 고속도로 등등.

그러나 그 세계의 이용자들은 오늘날의 급증하는 컴퓨터 연결 체계, 인터넷에 연결된 수백만의 컴퓨터를 일컫는 말로서 선택한 이름은, 여전히 '사이버 스페이스'였다.



80년대 이후 등장한 영화에서 그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잘 알려진 거의 모든 SF영화가 깁슨의 영향 아래에서 만들어졌다. 최근 개봉된 ‘매트릭스(Matrix)’ 역시 깁슨의 상상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컴퓨터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퀘이크’ 같은 FPS는 물론이고 ‘풀 아웃’ 같은 RPG 역시 그의 세계관이 짙게 배어있다. 그것은 일종의 디스토피아다. 깁슨의 소설은 이전까지의 SF에서 묘사된, 화려하고 세련된 미래 사회를 그리지 않았다. 그가 생각한 미래는 현재의 연장선. 그래서 더욱 암울하고 비참한 현실이었다.

그의 책에서 사이버스페이스는 ‘장소’로서, 실제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능가하는 아주 강렬한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반적으로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비슷해 보이는 시각적 환경이다. 그 공간에 나타난 기업들은 강력해 보.이.고, 군사 복합체들은 위험해 보.이.며, 전자 대응책들이 작동할 때는 작업과정이 생생하게 화면에 보.인.다. 그 공간에서 어떤 개념과 보이는 모습은 일치한다. 그것은 현재의 네트워크에 신체감각적 경험과 반응이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사이버스페이스의 중요한 장점이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 일상적인 지각능력을 사용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아, 거창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사실 사이버스페이스란 단어에 대해 깁슨은 아래와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사실 본인은 그리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작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언어 요소들로부터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진 신조어라고 할 까, 팝 시학(pop poetics)적인 행동이었다고 할까. 처음에는 어떤 개념도 들어 있지 않았다. 매끈하면서도 텅 빈 채, 공인된 의미를 기다린 셈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컴퓨터 그 자체가 아니라, 컴퓨터를 둘러싸고 행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다만 점점 모든 것이 컴퓨터를 중심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관찰하기가 더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 뉴 로맨서 이후 깁슨은 ‘카운트 제로’(1986),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1988)로 이어지는 ‘사이버스페이스 3부작’과 단편집 ‘크롬 태우기’(1986)을 내놓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다룬 ‘가상의 빛(Virtual Light)’, ‘이도루(Idoru)’, ‘올 투모로스 파티스(All Tomorrow’s Parties)‘의 3부작을 내놓았다. 국내에 번역된 작품으로는 ’뉴로맨서‘가 있으며 영화 ’코드명 J‘의 원작단편인 ’메모리 배달부 조니‘와 ’공중전‘, ’크롬 태우기‘가 사이버펑크걸작선 ’선글라스를 쓴 모차르트‘에 수록되어 있다.

■ 윌리엄 깁슨 작품 목록

* 장편 소설


▶ 스프롤 삼부작
  • 뉴로맨서 Neuromancer (1984, 황금가지, 2005)
  • 카운터제로 Count Zero (1986)
  • 모나리자 오버드라이브, Mona Lisa Overdrive (1988)


The Difference Engine (1990; with Bruce Sterling)

▶ 브릿지 삼부작

  • Virtual Light (1993)
  • 아이도루 Idoru (1996, 사이언스북스, 2001)
  • All Tomorrow's Parties (1999)


▶ 블루 앤트 삼부작

  • Pattern Recognition (2003)
  • Spook Country (2007)
  • Zero History (2010)



* 2000년 9월 사이버 문화잡지 닷쯔(dotz)에 연재했던 글을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따라서 지금 상황과 일부 다른 표현(..최근 개봉한 매트릭스라던가 매트릭스라던가 매트릭스라던가)이 있을 수 있으며, 빠진 내용이 있습니다. 다른 것들은 시간나는대로 천천히 메꿔놓겠습니다.

뉴로맨서 - 8점
윌리엄 깁슨 지음, 김창규 옮김/황금가지


아이도루 - 6점
윌리엄 깁슨 지음, 안정희 옮김/사이언스북스


덧글

  • FlakGear 2012/09/20 12:55 #

    왠지 사이버펑크가 그래서그런지, 굉장히 어려울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안보고 있었어요 -ㅁ- 이런거 슬쩍 좋아하긴 하지만.
  • 자그니 2012/09/20 15:33 #

    분위기가 낯설어서 그렇지, 용어에 익숙해지시면 꼭 어렵지만도 않답니다.. ^^
  • 초록불 2012/09/20 13:42 #

    모 작가님에게 신문기자들이 열심히 전화 해서 깁슨이 대체 누구냐고 물었다는 군요. "장르작가인데.."라고 하자, "아, 그러니 내가 모르지..."라는 답변이 나왔다고...-_-;;

    이건 그냥 상식이 없는 거 아닐까요...-_-;;
  • Powers 2012/09/20 14:03 #

    장르작가에 대한 잣대도 좀 웃기네요.

    과거 SF 작가들의 면면이나 펜 끝에서 펼쳐놓는 세계를 보면 쥐구멍에 들어가야할 것 같은데..
  • 자그니 2012/09/20 15:34 #

    그 기자 님들 SF 작가를 무시하나요...;; 지금 눈으로 보면 쥘 베른도 SF 작가인데요!@
  • Powers 2012/09/20 14:03 #

    그 당시의 SF 작가들의 상상력은 예언 수준을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하인리히의 파워 아머도 그렇고, 인터넷이나 사이버 스페이스 같은 경우, 당시 환경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일일 것 같은데..
  • 자그니 2012/09/20 15:34 #

    그런데 막상 깁슨 본인은, 자기는 예언을 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남겼답니다...
  • Powers 2012/09/20 15:40 #

    본인이야 그렇겠지만 수백년 뒤에는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예언가?로 칭송 받을지도 모릅니다. ㅎㅎ
  • 자그니 2012/09/20 15:41 #

    사실 저런 개념을 단어로 표현했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걸요.
  • 2012/09/20 14: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20 15: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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