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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04:53

학교 2013, 다시 떠오른 그때의 기억 읽고 보고 느끼다

기분이 묘합니다. 그립기도 하고, 낯설기도 합니다. 새롭게 돌아온 '학교 2013'을 보다가 든 생각입니다. 그냥 예쁜 교복 드라마,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하나씩 나오는 그런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는 분들은 다들 아시잖아요. 꽃보다 남자, 드림하이등을 위시해 연말연시되면 나오는, 교복...입은 드라마들. 왜 나오는 지는 다들 아시리라 생각하고...

그런데 이 드라마, 은근히 사람잡습니다. 보고 있는데 마음이 짠합니다.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

학교란 곳은 그렇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참 이상해요. 다른 똑똑하신 분들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청춘의 젊은 남녀들을 이렇게 한군데에 몰아놓고 하루종일 가둬두는 곳- 군대나 감옥이 아닌 다음에야 세상 어느 곳에 있을까요?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도 이런 제도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죠.

물론 학교에도 장점은 있습니다. 알고보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세상을 배웁니다. 하루종일 갇혀지내는 것...도 일종의 배움. 세상에 나가면 대부분 하루종일 갇혀서(?) 일해야 할테니까요. 서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사는 것을 배우는 것도 학교입니다. 보이지 않는 시기와 질투, 부러움, 보이지 않는 위아래, 애정과 친근함, 그리고 말 못할 우정. 어찌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공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투릅니다. 학교에선 지식은 가르쳐줘도 세상을 가르쳐주진 않으니까요. 게다가 세상 경험이 적어, 아직 마음의 갑옷을 입지 못했어요. 그래서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고, 그런 자신을 어쩔줄 몰라 다시 힘들어 합니다. 이제까지 학교 드라마에선 그런 날것의 학교를, 끝이 안보이는 미궁같은 학교를 별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어찌보면 학교 얘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청춘남녀들이 모여있기에 끝없이 튀어나오는 사건 사고들. 그리고 결국 애매모호하게, 따뜻하게 뭉뚱그려 짓는 결말들. 가짜 따뜻함과 가짜 청춘들의 그림자. 그건 우리가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는 깨지고 싶지 않은 환상.



사람은 그렇게 성장한다

그렇지만 꿈이 밥먹여 주나요. 환상을 가지고 있어도 현실은 여전히 날 선 그 상태 그대로. 그런 날것의 마음을 가진 상태에서, 하루종일 일어나는 사건들을 견디는 것은 지루하면서도 쉽지 않습니다. 그럴때 필요한 것이 기댈 사람, 친한 친구, 가끔은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신경숙은 자신의 자전적인 소설에서, 이렇게 적은 적도 있었습니다.

“우선 학교에 나와서 얘기하자.”

버스에 올라탄 선생님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선생님의 손 뒤로 공장 굴뚝이 울뚝울뚝하다. 처음으로 공장 속에서 사람을 만난 것 같다. 버스가 떠난 자리에 열일곱의 나, 우두커니 서있다. 선생님의 손길이 남아 있는 내 어깨를 내 손으로 만져보며. 다음날 교무실로 나를 부른 선생님은 내게 반성문을 써 오라한다.

“하고 싶은 말 다 써서 사흘 후에 가져와 봐.”

반성문을 쓰기 위해 학교앞 문방구에서 대학 노트를 한 권 산다. 지난날, 노조 지부장에게 왜 외사촌과 내가 학교에 가야만 하는가를 뭐라구 뭐라구 적었듯이 이젠 선생님에게 학교 가기 싫은 이유를 뭐라구 뭐라구 적는데 어느 참에서 마음속의 이야기들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 열일곱의 나, 쓴다. 내가 생각한 도시 생활이란 이런 것이 아니었으며, 내가 생각한 학교 생활도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나는 주산 놓기도 싫고 부기책도 싫으며 지금은 오로지 마음속에 남동생 생각뿐으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서 그 애와 함께 살고 싶다고. 반성문은 노트 삼분의 일은 되게 길어진다. 반성문을 다 읽은 선생님이 말한다.

“너 소설을 써 보는 게 어떻겠냐?”

내게 떨어진 소설이라는 말. 그때 처음 들었다. 소설을 써 보라는 말. 그는 다시 말한다.

“주산 놓기 싫으면 안 놓아도 좋다. 학교에만 나와. 내가 다른 선생들에게 다 말해 놓겠어. 뭘 하든 니가 하고 싶은 걸 하거라. 대신 학교는 빠지지 말아야 돼.”

...

그가 소설책을 써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 대신 시를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으면 나는 시인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랬었다. 나는 꿈이 필요했었다. 내가 학교에 가기 위해서, 큰 오빠의 가발을 담담하게 빗질하기 위해서, 공장 굴뚝의 연기를 참아 낼 수 있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 신경숙, 외딴방 중에서


하지만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이제까지 드라마에선 그런 사실을 살짝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 끝. 우리가 그냥 나쁜 사람 없고 그냥 좋은 사람 없는데도, 선생님들에 대해선 그냥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 그렇게 그려졌던 것이 사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선, 선생님도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성장합니다.



지루한 일상,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

이쯤에서 고백하나 할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고등학교때 사고 조금 쳤습니다. 왜 사고쳤냐고 하면... 지루했거든요. 학교가, 세상이, 그리고 뭔가 미쳐 돌아가는 것 같은 내 마음이. 시간이 약이란 것을 머리로야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 버티기는 참 힘들었던 시절. 나를 봐주는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고, 잘보이고 싶어서 애썼던 시절. 하고 싶은 것은 많은 데 방법을 몰라서 매일매일 어쩔줄 몰라했던 시절. ... 그러니까, 세상이 무서웠어요.

나를 미워하는 친구도 싫었고, 공부 못한다고 차별하는 선생님도 싫었고, 그냥, 다-

오랫만에 쳐다본 학교2013은.. 그런 아픈 기억들을 한꺼번에 일깨워줍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 쳐다보니 별 것 아니었던 것이, 하나하나 칼이 되어 다가왔던 시절이. 다행히 이 이야기 속에는 친구가 있습니다. 선생님도 있구요. 아직 이야기는 다 끝나지 않았는데, 그 시절이 조금 위로받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때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설득하시려던 수녀님, 학교도 나가지 않던 저랑 같이 공부를 했던 대학생 형, 그냥 너 하고픈 대로 해라-라고 말해주셨던 선생님이. 저도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그 시기를 견뎌왔나 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는 없겠죠. 어찌보면, 제게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도, 큰 행운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글의 제목을, '잔인한 기억'이라 적었다가 '그때의 기억'이라 바꿔봅니다. 생각해보면, 아마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좋은 기억도 있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바꿉니다. 그리고...부디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언젠가 돌이켜보면, 그런 사람들이 함께 있었기를-하고, 바래볼 뿐입니다.


덧글

  • 잘깎는임아트 2013/01/21 12:48 # 답글

    저도 요즘 이거 보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드네요
  • 자그니 2013/01/21 17:27 #

    예. 장나라라는 전형적으로 좋은 선생-이란 존재만 빼면.. 참..
  • SvaraDeva 2013/01/21 13:35 # 답글

    난 아무생각이 없었어. 남년공학이었으면 달랐겠지.
  • 자그니 2013/01/21 17:27 #

    나도 남자학교. 그리고 니가 일반인들에 대해 알겠냐...
  • 2013/01/21 15: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자그니 2013/01/21 16:25 #

    홍보용 스틸컷으로 이미지 바꾸긴 했습니다만- 이런 글 볼때마다 징글징글하네요.
  • 2013/01/22 09: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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