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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6 14:40

슈퍼스타K5,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습니까? 읽고 보고 느끼다





1.

시간에 끝이 없다면 그 무엇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상실도 희생도 없다면 우리는 그 무엇에도 감사할 수 없습니다.

- 미치 앨봄, 도르와 함께한 인생 여행 中


휴가지에서 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쓴 미치 앨봄의 '도르와 함께한 인생 여행'이란 책입니다. 책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간의 신이 현실로 내려와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원하는 사람과 지금 있는 시간도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책을 읽고 있는데 묘하게, 내려오는 차 안에서 티빙으로 본 슈퍼스타K5(링크)의 첫 장면이 떠오릅니다. 12살짜리 아이가 처음 나와 '시간이 너무 빠르다'라고 한탄하듯 노래를 했습니다. 그것이 어떤 클리셰처럼 느껴져 웃었습니다. 그 아이는 시간의 의미를 정말 알고 있을까요.

그 다음엔 조금 있으면 환갑이 될 분이 올라옵니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늦기 전에 노래를 하고 싶어서 직장을 때려 치우고 나왔다고 합니다. 그 분에게 시간은, 문득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저 멀리 떠내려간 세월 같은 것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더 이상 늦기 전에, 늦어 후회하기 전에 나왔을 겁니다.

...그 두 사람에게 정말, 시간은 같은 것일까요.




2.

"신이 사람의 수명을 정해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죠?"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도록."

- 미치 앨봄, 도르와 함께한 시간 여행 中


솔직히 말하자면 첫번째 슈스케는 보지 못했습니다. 슈스케가 끝난 다음에야 슈스케란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슈스케 출신 가수라고 출시한 음원을 들었는데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시즌1에서 우승했던 사람들도 미디어에서 잘 보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해외 프로그램을 본따서 만든 그런저런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이겠구나- 생각했고, 때문에 또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도 별 관심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장재인-김지수의 '신데렐라' 콜라보레션 미션 영상을 보게 됩니다. 눈이 동그래질 만큼 괜찮았습니다. 그 다음부터 슈퍼스타K를 챙겨보기 시작했습니다. 응원하는 사람은 당연히 장재인과 김지수 두 사람. 어쩌다보니 생방송도 모두 현장에서 챙겨봤습니다. 허각의 우승으로 끝난 시즌2 이후에도 슈스케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욕(?)을 하면서도 시즌때마다 봤으니까요.



왜냐구요? 슈퍼스타K에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없는, 어떤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슈퍼스타K가 성공하니 급조하듯 만들어졌다가 사라진 한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재능있는 아이들이 기획사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그램에서도 느낄 수 없는, 한번쯤 인생의 쓴 맛을 느껴 본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어떤 간절함이.

...아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좀 더 쉬울까요. 암으로 세상을 뜬 가족을 지켜본 적이 있던 사람이라면, 제가 어떤 마음으로 울랄라세션과 임윤택 단장을 응원하고 있었는 지, 아실거에요-라고.

슈퍼스타K이후 다양한 형식과 장르의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지만, 누구도 슈퍼스타K 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오디션이란 형식은 그런 간절함을 극대화시키는 장치일뿐, 내용이 아니니까요. 다른 사람들처럼 슈스케가 개인사를 팔아먹는다고 욕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없다면 과연 어느 누가 그들의 간절함을 알아줄까요.

저는 오직 목소리만으로 그 간절함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가지신 분들이나 가능한거에요. 예를 들어 관심법을 가진 궁예라거나....(응?)

3.

예전에 클라라가 트위터에서 그렇게 말했던가요? 연예인에게 관심은 직장인들이 받는 월급 같은 거라고. 그래서 월급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직장인들의 목표가 월급이 아니듯 자신도 또다른 목표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어쩌면 슈퍼스타K가 얘기하는 '기적'은 바로 그 '관심'일지도 모릅니다. 월급을 받아야 삶을 꾸려갈 수 있듯, 노래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월급 받을 자격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슈스케의 '기적'.

... 이렇게 생각하니 슈스케는 참 건전한 공익 프로그램이네요. 예선은 서류 심사, 슈퍼위크는 면접, 그리고 생방송은 인턴 기간. 구직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리얼리티 다큐멘터리.



매우 바람직한 프로그램이지만, 경쟁의 칼날은 슈퍼스타K 자신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면서 경쟁이 심해진 측면도 있고,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피곤함이 오래전부터 생겨난 것도 사실입니다. 슈스케는 시즌2 영광의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랬을지도 모르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은 나이를 먹습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을 해야만 합니다. 이제 더이상 다른 프로그램은 지상파 프리미엄을 받느니 어쩌니 탓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

그래서일까요? 이번 슈퍼스타K5 1화는 예전과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시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봤던 여러 시즌의 슈스케 1화중에서 가장 쎘습니다. 지역 예선 장면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기존 포맷과 비슷해진 것은 아쉽지만, 앞서 얘기한 공개 오디션을 비롯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참가자들은 슈스케에 재미와 무게를 더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공개 오디션 현장의 분위기를 공개한 것, 문자 투표의 비중이 줄고 심사위원 점수가 높아진 것은 앞으로 생방송에서 정말 시청자와 심사위원들이 싸우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게임에서 말하는 '사기 캐릭터'에 가까운 '미스터 파파'의 등장은 인턴 기간을 통과해 정직원이 되어도 삶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언제라도 잘릴 수가 있는 것이 음악판의 현실입니다. 다른 참가자들도 반복해서 음악하는 사람은 춥고 배고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얘기합니다. 한마디로 슈퍼스타K5는 처음부터 우리와 참가자들에게 대놓고 묻고 있습니다.

...이래도 당신, 노래하고 싶냐고. 정말 노래하고 싶냐고.

4.

티빙에 올라온 슈퍼스타K5 하일라이트 클립을 클릭합니다. 박시환이란 참가자입니다. 벌써 많이들 보셨네요. 참 잘 부릅니다. 그런데도 아직 슈퍼스타K 슈퍼위크에 진출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번까지 합쳐서 다섯 번, 5년간 계속 슈퍼스타K에 도전하고 있다고 하네요.

소원은 소박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노래가 되는 것. 그러니까 노래하며 월급 받는 것.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행복해 질 것 같다고 합니다. 이런 박시환에게 시간이란 어떤 의미였을까요. 자신을 계속 단련하는 시간? 아니면 그저 고단한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꿈을 꾸는 시간?

둘 다 아닐 수도 있고, 둘 다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그렇게 간사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마다, 한편으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론 더 많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 그러니까 수능 시험 보기 전에 괜히 책상 정리에 몰두하는 수험생의 마음.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기에 간절하게 가지고 싶지만,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기에 가질 수 있을까 두려워서 자꾸 도망치게 되는 사람의 마음.



...하지만 모두, 소중한 내 마음들입니다.
간절함은 바로 그곳에서 생깁니다. 무서워 도망치고도 싶지만, 결코 놓을 수 없기에 생기는 그 어떤 것.

아, 아까 ‘사람들에게 월급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만들어주는 것’이 슈스케의 기적이라고 했나요?
죄송합니다. 슈스케가 말하는 기적은 그런 것만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그런 간절함이 삶을 충실하게 만들어주거든요. 간절함이 있기에 지금의 시간을 버리지 않고, 미래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슈스케가 말하는 “기적을 노래”하는 것은
“지금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과 같은 말이 됩니다.

슈퍼스타K5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노래하겠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노래를 하며 사랑을 하고, 노래를 하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꼭 슈퍼스타K에 뽑히지 않아도, 이들이 노래를 한다는 것은 내가 아직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존재 증명.

누군가는 조금 빠르고 누군가는 조금 늦기도 하겠지만, 지금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 어떤 것. 기왕이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요.

응? 제가 이렇게 말하니 시간의 신께서 코웃음을 치시는 군요?
그리고 말합니다.

"결코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아."



* CJ E&M 블로그에 기고한 글을 다듬어서 올립니다.

* '도르와 함께한 인생 여행'은 전자책 서점 오도독-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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