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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2 13:19

오 나의 귀신님 박보영, 좋은 배우의 조건, 좋은 배우인 이유 읽고 보고 느끼다

요즘 어떤 드라마 보시나요? 제가 친구들에게 입이 마르게 칭창하고 다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오 나의 귀신님>입니다. 사실 스토리는 평범합니다. 빙의야 의외로 자주 써먹는 소재이고, 유령을 본다던가 성격이 정반대로 달라진다던가, 이런 특수 능력이나 성격 변화에 대한 설정도 요즘엔 꽤 흔한 편이죠.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박보영은, 그런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빛나게 만드는 연기자입니다.

똑같은 캐릭터에 비슷한 이야기인데도 누가 연기하는 가에 따라 작품이 확 달라진다는 것, 사실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죠? 그런데 막상 그렇게 생각해보니 궁금하더라구요. 왜 어떤 연기자가 연기하는가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는 것일까요?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과연,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를 말할까요?





좋은 배우는 타고 나야 한다

먼저 좋은 배우는 타고 나야합니다. 선천적 자질이 없는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배우에게 외모, 목소리 등 밖으로 보이는 재능은 매우 중요합니다. 예로부터 좋은 배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목소리와 발성에 대한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배우의 외모에 대한 것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당연히 연기력-표현력이지요.

발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받는 배우는 매우 많습니다. 오나귀의 뒤를 이어 시작할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 의 주연을 맡은 최지우를 비롯해, 숱한 스타들이 지적받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발성 훈련을 제대로 받은 연극판 출신 배우들에게선 거의 지적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잠시 무성영화의 시대가 있기도 했지만, 그 이전 연극의 시대나, 그 이후 유성영화의 시대가 된 다음부터, 배우의 발성과 목소리에 대한 지적은, 좋은 배우를 논할 때 한번도 빠진 적이 없는 항목입니다. 좋은 배우는, 분명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기에서 몸짓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소리임을 감안할때, 이는 당연한 것이라 하겠네요.

외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속 주인공은 보는 사람의 감정이 투영되는 대상입니다. 그래서 그 주인공은 사랑 받거나, 미움을 받거나, 나와 비슷해서 공감을 하게 되거나, 어찌되었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만 합니다. 당연히 평범한 얼굴은 주목받기 어렵습니다. 대신 빼어나게 아름다운 얼굴, 기품있는 외모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번에 끌어올 수 있습니다.



▲ '여신' 사라 베르나르



...하지만 동시에, 이런 뛰어난 자질들이 배우의 한계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9세기말 활동한 프랑스 여배우 '여신'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1844~1923)가 그런 경우입니다. 큰 키에 마른 몸매, 깊고 검은 눈동자와 '황금의 종소리'라 불리는 목소리를 가졌던 베르나르는, 50여년동안 당대 최고의 여배우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외모와 목소리 때문에 '고전극'에서는 강할 수 있었지만, 중산층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는 연극에선 오히려 이상하게 보여지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베르나르 자신의 한계였지요. .. 실은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많은 배우들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반면 에드먼드 킨(Edmund Kean, 1787~1833)은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경우 입니다. 작은 키에 갈라지는 목소리를 가진 킨은, 우아한 배역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연기기술들을 연마하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찾아온 행운,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을 맡아달라는 섭외가 들어오게 되죠. 그리고 그는 그 배역을 통해 지극히 인간적인, 비열하고 치사하면서도 광란에 빠진듯한 연기를 선보여 관객의 대호평을 받게 됩니다.

... 그가 자신의 단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았다면, 당대의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그런 연기가 나올 수 없었음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한국에서 이 한계를 정면으로 깨고나간 배우가 있다면, 단연 '김혜자'를 들 수가 있습니다. <전원일기>를 통해 한국의 전통적 어머니상으로 자리잡았던 그녀는, 영화 <마더>를 통해 자신이 구축해 놓은 '어머니'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파괴하면서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어머니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이제는 진짜 배우라 불러도 부끄럽지 않을 위치에 자리매김 될 수 있었습니다.


위엄 vs 광기 - 이성적 배우와 감성적 배우

하지만 거기가 끝이 아닙니다. 연기는 타고난 자질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배우는 영혼과 이승을 잇는다고 여겨지는, 영매와 비슷한 존재입니다.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어떤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어, 살아숨쉬도록 만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대본 속으로 텍스트로만 존재하던 인물이, 배우가 움직이고, 웃고, 말을 하는 순간, 살아서 우리 눈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배우는 그 사람 자체가 아닙니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사람이 아니면서도 그 사람인양 사람들에게 보여야만 합니다. 그것이 연기고, 흔히 말하는 캐릭터 구축-_-입니다. 텍스트 속의 인물을 떠먹어 자신에게 입히는 과정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가에 따라, 배우의 틀이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이성적인 배우, 자신이 맡은 배역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타인을 관찰하며, 그래서 하나의 인물을 조각하듯 자신에게 각인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배우, 자신이 맡은 역할과 해야할 행동에 대해, 직관적으로 판단하며, 그래서 드라마 속의 호흡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 끌레롱의 공연장면을 묘사한 그림



예를 들어 18세기 프랑스 연극의 대표 배우였던 끌레롱(Hyppolite Clairon, 1723~1803)과 그녀의 라이벌이었던 뒤무닐(Marie-Francoise Dumesnil, 1713~1803)의 경우를 볼까요?

가난한 무명의 배우에서 일약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가 되었던 끌레롱은, 자신의 연기를 위해 몇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첫번째는 목소리를 올바르게 운용하는 것, 두번째는 체력을 잘 유지하는 것, 그리고 세번째는 대본을 수백번 읽어가며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연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역사, 미술등 관련 학문까지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지요.

반면 뒤므닐은 볼테르의 도움을 받아 어떤 연기 규칙을 따르기 보다 직감에 의존하는 연기를 발전시켰습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에 격정을 터트리면서 연기 할 수가 있었고, 가끔은 더욱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술을 퍼마시고 무대에 서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밖에 좋은 대본과 감독과의 만남, 상대 배우의 문제, 무대/촬영 현장의 호흡등 여러가지가 더 있긴 하지만.. 그건 일단 배우 바깥의 문제니까 내버려 두기로 하구요-



<오 나의 귀신님>을 박보영이 살려낸 이유



결국 타고난 자질과 후천적인 노력이 결합해서 좋은 배우는 만들어집니다. 무엇보다 좋은 배우는,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럴듯하게 보이는 배우입니다. (응?) 사실 배우는 배역에 완전히 몰입해서 그 배역 자체가 되는 사람이 아닙니다.

드라마 자체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것처럼, 결국 배우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 배역 자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드라마 속, 그 씬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해주기 위한 그럴듯함-입니다. 결국 이야기 속에는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있고, 그 부분을 채워나가는 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오 나의 귀신님>을 처음 보았을 때 박보영에게 반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김슬기가 박보영에게 딱- 빙의가 되는 순간, 분명히 저건 박보영이 연기하는 빙의된 김슬기인데, 그 박보영에게서 김슬기가 보였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킬미 힐미' 같은 드라마에 나왔던 다중 인격과는 전혀 다른 느낌. 진짜 김슬기가 박보영에게 빙의한 느낌.

...워낙 김슬기란 배우의 캐릭터가 잘 잡혀 있었고, 그 캐릭터를 드라마 안으로 잘 갖고와서 가능했던 일이기도 합니다만-

사실 박보영은 연기자로서 단점을 꽤 가지고 있는 배우입니다. 특히 어려 보이는 외모는 그녀의 연기폭을 넓게 가져갈 수 없도록 만드는 제약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캐릭터를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이번엔 아주 그럴듯한 옷을 입을 수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자칫 밋밋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확- 살아납니다. 이야기가 살아나니, 빨려들듯 드라마를 보게 됩니다.

이러니 제가 칭찬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죠. 이제 오나귀는 4화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고 어떻게 진행되어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 그만큼 이야기 자체는 어떤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잘 따라가고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어떤 결말이 날지 알아도, 보게되는 드라마가 있고 영화가 있습니다. 그런 드라마를 박보영은 만들어 냈습니다.

...네, 저는 지금, 오나귀의 박보영에게 반했다는 고백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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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퀘천쿼틀 2015/08/12 14:35 # 답글

    박보영씨 연기하는거 화면으로 보는것 뿐인데도 내가 다 설렐정도
  • 자그니 2015/08/13 17:12 #

    전 2화 보는데 완전 심쿵...
  • anchor 2015/08/17 10:23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해주신 이 게시글이 8월 17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 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8월 17일 줌에 게재된 회원님의 게시글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사람 1 2015/08/24 01:27 # 삭제 답글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아무생각없이 보러 왔다가 훌륭한 장문의글을 잘 읽고 갑니다^^
    그나저나 오나귀로 매주 주말마다 박보영과 조정석을 보며 힐링했는데 이제 뭐로 힐링하나요 ㅜㅜ
  • 자그니 2015/08/24 09:39 #

    제 말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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