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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4 04:38

디자인이 시간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도쿄의 쌀집 오코메야 아이디어 탐닉



올해 초, 작은 쌀집이 도쿄에 하나 생겼습니다. 장소는 도쿄 시나가와 남부의 미야카와 상점가(도코시코엔 역 근처). 1950년대만 해도 도쿄 남부의 중심가였으며, 역을 중심으로 38개 정도의 상점이 있었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쇠퇴해, 오직 6개의 상점만이 남아있는, 이제는 상점가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장소가 된 곳.

누가 왜 이런 곳에 쌀집을 냈을까요? 찾아보니 쌀집 주인이... 디자인 회사입니다. 오완(OWAN)이라는 웹 디자인 회사. 웹디자인 회사가 낸 쌀집이라, 처음엔 겉모습만 쌀집이고 안에서는 무슨 디자인 상품 같은 것을 파는가 싶었는데... 왠걸? 진짜 쌀을 팝니다. 여기, 진~짜 쌀집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쌀집만 낸 것이 아닙니다. 2011년에는 미야카와 상점가에 페드라 브랑카-라는 카페도 차렸고, 2012년에는 미스터 커피-라는 커피 원두를 파는 곳도 냈습니다. 이번에 차린 쌀집 이름은 오코메야. 오완이 미야카와 상점가에 낸 세번째 가게입니다.

...얼핏 보면 이태원 장진우 거리...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근본이 다릅니다.

스스로 '창의적 비지니스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회사는 그 사람들의 창의성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오픈한 카페들로, 이 거리를 다시 되살리고 싶어합니다. 예전처럼 사람도 많고, 많이 활기찬 거리로. 그들이 예전에 작은 야채 가게였던 곳을 리노베이션해 쌀가게로 바꾼 것도 그런 이유.




그들이 생각하는 가게는, 과거 일본의 상점가를 닮았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편하게 들릴 수 있는 가게,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숨쉬는 가게. 그러면서도 이 비싼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는 가게. 그렇게 되기 위해선, 단 한 명의 사람으로도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명의 사람으로도 운영을 하려면, 가끔 가게를 비울 때에, 스스럼없이 옆 가게 사람에게 잠깐 봐달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작은 품앗이가 지역 상점가에서 소규모 상점들을 살아남을 수 있게 하고, 동시에 그렇게 작은 상점들이 살아남으면 상점가는 다시 활기를 얻게 된다고 그들은 믿습니다.

그런 생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음, 모르죠. 하지만 이렇게, 뭔가 대자본이 아니라 소자본과 지역 공동체 중심의 새로운 경제 형태를 모색하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는 흐름입니다. '소비를 그만두다'라는 책의 저자 히라카와 가쓰미가 책안에서 주장하는 것도 이런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간소한 삶과 '우리'로서의 삶을 지켜주는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걸 만들고 싶어하는 회사, 이 거리를 과거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회사가 디자인 회사라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생각들이 뭔가 곱씹을 거리를 줍니다. 우리가 지금,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건가. 아니라면, 뭔가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을 계속 고민해 봐야 하지 않나-라고.

요즘 출간된 '적당히 벌고 잘살기'라는 책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던데... 나중에 시간되면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 오코메야의 위치는 여기(링크, 구글맵)입니다.

덧글

  • 역사관심 2015/10/24 08:20 #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디자인으로 옛거리를 되돌린다... 정말 발상이 대단합니다.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본받을 만 하네요.
  • 자그니 2015/10/24 16:39 #

    대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소자본주의 메커니즘의 재구성이랄까요... 저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 2015/10/24 13: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0/24 16: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dd 2015/10/26 20:46 # 삭제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따로 비슷한 사례도 챙겨보고 싶단 생각도 들구요.

    잘봤습니다.
  • 자그니 2015/10/26 21:31 #

    아, 혹시 좋은 사례 알고 계시면 알려주세요~
    어쩌면 한국 문래동이나 춘천의 민박집등이나...비슷한 느낌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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