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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7 20:04

개 같은 여행, 고양이 같은 여행 오후의 잔디밭



자주 다른 나라로 떠난다. 1년에 열 번 정도는 나가는 편이다. 그렇게 자주 길을 떠나다 보면, 비난 아닌 비난을 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뭘 그렇게 자주 나가냐, 한국에서는 여행 다닐 곳이 없냐, 다른 나라에 살림 차렸냐 등등. 난 여행이 아니라고, 그냥 잠깐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돌아올 뿐이라고, 그냥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할 뿐이라고 장난치듯 대답을 해보지만, 그래봤자 돌아오는 것은 니가 그렇게도 돈이 많냐-는 쓴소리다.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친구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이긴 한데, 굉장히 돌려서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고양이처럼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다.

- 고양이라니?
- 주로 혼자 다니지?

...당연하잖아.

- 밖에 나가면 어디 안돌아다니고, 돌아다녀도 대부분 숙소 주변으로 커피 마시러 가거나 밥 먹으러 가거나 하고.
- 비슷하긴 하지만, 가끔 멀리도 나가. ... 지하철이나 버스가 한번에 가면.
- 남들 다 가는 곳은 안가고.
- 사람들 많으면 피곤해. 비싸기만 하고. 게다가 대부분 일찍 끝나. 일 마치고 나면 가려고 해도 못가.
- 나가서도 꼭 일하지? 그냥 안놀고?

여기 나와서 자고 먹고 하는데 드는 돈은 누가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니까.

- 그러면서도 저녁만 되면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그 동네 사람들도 관심 없는 뒷골목이라던가, 공원이라던가 하는 곳까지 호기심에 귀를 쫑긋거리면서.
- 길을 자꾸 잃어버리기도 해서.
- 그러니까 고양이 같다는 거야.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거든. 그런데도 호기심이 많아서 집 주변을 순찰하는 것은 또 좋아해. 딱 너지. 가만히 어디 머물다가, 그냥 기웃기웃 동네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는 여행. 출장도 아니고 여행도 아니고. 길고양이처럼.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도 조금 발끈했다.

- 그럼 사람들은 개처럼, 음 ... 이건 어감이 좀 안좋으니까. 강아지. 강아지처럼 여행한다고 볼 수 있겠네?
- 무슨 소리야?
- 혼자서는 못 떠나잖아. 꼭 함께 갈 사람이 어디 없나 찾아보고. 막상 떠나고 나면, 이것저것 많이 보지 못해서 안달이지. 여기로 갔다가 저기로 갔다가,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아닌데 효율성을 추구해. 하나라도 실패하면 마치 헛 돈이라도 쓰는 것처럼. 그렇게 가면 뭐 새로운 것을 보나. 실컷 인터넷에서 본 것들을 '아, 그게 이거구나'하면서 확인하는 거지. 게다가 다들 간데만 가. 가서 인증샷 남기기에 정신 없지. 강아지처럼 빨빨거리면서 남들이 다 가는 곳만 찾아다니는 것은 여행일까?
- 그 사람들이랑 같이 여행 다닌 적이라도 있어?
- 아니.
-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해?


순간적으로 내 얼굴이 붉어졌다. 잘못했네. 저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있었다. 부끄러워 이마를 긁으며 테이블을 바라봤다. 오늘따라 음악은 왜 이리 다정한 걸까.

- 미안해. 내가 진짜 고양이인가 보다. 고양이는 개한테 관심 없다잖아.
- 그렇지. 개만 고양이한테 관심 있지.


그래, 개만 고양이한테 관심이 있... 응? 무슨 소리야?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잘 걸렸다는 듯이, 그녀가 살풋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러니까, 개의 여행을 한번 이해해볼 생각 없어? 이번 휴가때 말야, 내가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덧글

  • 하피윙 2016/07/07 20:55 #

    두근두근두근!!! 너무 절묘하게 끊으셨어요 제목만 보고 걱정하면서 들어왔는데 이런 달달한 기류가♥ 꼭 dog여행 다녀오신후기를 ♥ 부턱드려요
    전 자그니님 처럼 그렇게 가보는게 꿈인데 머라하는사람도 있군요 최대 효율로 여행을 찍어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ㅜ ㅜ 꼭 이렇게 돌아야 한다는 공식 같은게 있어서 좀 아쉬운 부분도 있거든요
  • 자그니 2016/07/09 12:34 #

    소설입니다... (므흣)
    저처럼 하는 여행은 과소비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 라비안로즈 2016/07/07 23:07 #

    오호... 이렇게 인연이 시작되는건가요.
    여행은 무조건 쉬는거죠. 뭐 어딜 꼭 가야된다거나 그런건 아니죠. 제 신혼여행도 신랑이 무조건 쉬자고쉬자고 해서 기본 패키지 외엔 신청도 안하고 놀았는데... 마침 아무것도 안하는 전날 아파서 ㅜㅜ 정말류 쉬는 여행이 되어버렸죠...;;;
  • 자그니 2016/07/09 12:34 #

    ...여친과 여행 갔더니 여친이 아파서 일주일 내내 도쿄 호텔방에서 병간호'만'하고 있었다는 제 친구의 전설이 떠올랐습니....
  • 코토네 2016/07/08 00:28 #

    그러고보니 저는 고양이같은 여행을....
  • 자그니 2016/07/09 12:35 #

    그렇죠. 그게 고양이가 사는 방식인 걸요...(응?)
  • bullgorm 2016/07/08 08:24 #

    개와 고양이의 여행의 차이가 감이 잘 안 오는 두더쥐 한 명..
  • 자그니 2016/07/09 12:35 #

    ....'곰'이시잖아요...!
  • 은이 2016/07/08 08:43 #

    아니! 이게 뭡니까! 아는 사람의 어그로가 아니라!
    두근두근 알콩달콩 낚시였...!
  • 자그니 2016/07/09 12:36 #

    ...소설입니다. 소설.
  • 타마 2016/07/08 10:08 #

    흠... 일단 창고에 있는 죽창을 닦아볼까요?
  • 자그니 2016/07/09 12:36 #

    고이 접어 다시 넣어두옵소서...
  • NaChIto LiBrE 2016/07/08 15:55 #

    함정에 빠지신 것 같군요,,,,,,
  • 자그니 2016/07/09 12:36 #

    ....아, 그렇죠. 애기가... 소설입니다. 소설.
  • 2016/07/09 02:0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7/09 12:3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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