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깊게 써 볼 생각은 없었다. 윈도 익스플러를 대체하겠다며 태어난, 아류 브라우저들이 한 둘이었던가. 네이버에서 '웨일 브라우저'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 결국 조금 써보고 크롬으로 돌아가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일? 어라라?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 브라우저가 등장했다?

낯선 브라우저에서 내 브라우저의 냄새가 난다
웨일 브라우저를 처음 설치하니, 어디선가 많이 보던 브라우저의 냄새가 났다. 아니나 다를까, 지디넷 코리아의 기사를 보니 웨일 브라우저는 크로니움 기반으로 네이버가 개발한 브라우저였다. 그러니 환경 설정에는 안 나와있지만, 크롬 단축키도 대충 먹힌다.
오케이. 일단 크롬에서 쓰던 북마크를 불러오니, 쓰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pocket, 에버노트 같은 확장 프로그램도 사용 가능하고, 일단 쓰는 느낌은 크롬과 비슷하다. 다만 ... 많은 것들이, 크롬과는 달리 구글에서 제공하는 것이 아닌, 네이버에서 저장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웨일 브라우저'는, 네이버판 크롬 같은 느낌이다.
그럼 크롬용 확장 프로그램도 먹히지 않을까? 해서 설치하려고 했는데... 아직 앱스토어를 지원하지 않는다. -_-; 크롬 앱스토어에 찾아가서 설치하려고 했더니, 앱 설치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킨들 클라우드 리더 같은 경우엔 설치가 됐으니, 앞으로 정식 공개되면 다양한 앱들이 나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개별 서비스 홈피에서 제공하는 확장 기능은 설치 가능) .
웨일 브라우저에 들어간 편리한 기능들
자- 크롬에서 구글을 빼고 네이버를 더하면 웨일이 된다. 그럼 새롭게 들어간 기능은 어떤 것이 있을까?
1. 먼저 주소창을 클릭하면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가 주소창 밑에 바로 뜬다.
2. 옆에 사이드 바-가 새로 생겼다. 여기서 나중에 다시 읽을 글을 모아둔 밸리나, 시계/달력/환율/주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위젯, 뮤직 플레이어(벅스, 네이버 뮤직, 엠넷, 지니 등 지원), 페이스북 모바일 페이지, 사전, 인터넷 검색 등을 바로 이용할 수가 있다. 모바일 페이지를 추가하는 형태로 여러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거 은근히 편하다. 시네마 와이드 모니터를 사용할 경우 사이드바를 고정시켜두고 사용하면 참 좋다.
상단 북마크 바의 새싹(고래 꼬리?) 아이콘을 클릭하면 글을 모아둘 수가 있고, 사이드바의 밸리에서 볼 수 있다.
페이스북 모바일 페이지, 유튜브 모바일 페이지 등을 사이드 바에서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런 형태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편했다. 라인.. 같은 메신저도 곧 나올 듯. 자주 가는 카페 등을 등록해도 편리하게 쓸 수가 있다.
3. 새 탭 페이지에서 바로 검색하거나, 자주 가는 사이트로 갈 수가 있다. 시간도 보이고... 사실 이건 크롬에서 모멘텀 설치하면 되던 기능.
4. 웹페이지에 표시된 글자를 드래그해서 선택한 다음, 바로 검색하거나 번역하는 기능이 생겼다. 단 번역은 크게 기대하지 말기를(일본어는 잘 되는 편). 아, 웹페이지 자동 번역 기능도 지원해 준다.
내용을 선택해 바로 번역/검색할 수 있다
검색만 해도 필요한 뜻을 찾기 어렵지 않다. 사실 이게 공부에는 번역보다 낫다.
5. 흔한 기능이긴 하지만, 마우스 제스처를 지원한다.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좋아하는 기능.
6. 이미지를 네이버 클라우드에 바로 저장할 수 있다.
웨일 스페이스, 조금은 아쉬운 기능
웨일 스페이스는 하나의 창을 두 개로 나눠 쓸 수 있는, 웨일 브라우저의 독창적 기능이다. 요즘처럼 와이드 모니터- 특히 LG전자에서 잘 만드는 시네마 와이드 모니터를 쓸 때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아직 베타판이라서 그런가, 기능이 많이 아쉽다.
간단히 말해 왼쪽에 검색 내용을 표시하고, 그 내용을 클릭하면 오른쪽 창에 띄워주는 기능이다. 이런 용도로는 상당히 편할 수가 있는데... 사이드바에서 클릭한 내용을 웨일 스페이스에 띄워주는 기능은 아직 없다. 사이드바의 위젯들이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한다면, 도구에 모아놓은 자료를 꺼내서 웨일 스페이스에 보여주고, 그 자료를 이용해 다른 창에서 작업을 하고.. 이러면 좋을 텐데, 아직 안된다.
검색 내용을 클릭해 웨일 스페이스에 표시하는 것은 좋은데
밸리에 모아놓은 글을 웨일 스페이스에서 볼 수는 없다.
가벼운 것이 최고 장점
그 밖에 여러 가지 기능이 들어가 있다. 다운로드한 파일을 종류별로 보여준다거나, 금융 기관이나 정부 웹사이트의 플러그인 호환 모드라거나(끔찍해서 테스트해 볼 생각은 못해봤다.), 주소창 검색시 네이버뿐만 아니라 다른 검색 사이트 검색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다거나 하는-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점은, 크롬 브라우저에 비해 훨씬 가볍게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차지하는 메모리도 적고, 많은 탭을 열어놔도 빠르게 반응한다. 정말 크롬에서 탭 많이 열어서 쓰다가 웨일 브라우저를 쓰면 속이 시원해질 지경... 이건 아마, 크롬 앱을 깔 수 없어서 생긴 반사 이득일 수도 있겠지만(평소에 웬만한 작업은 모두 브라우저로 처리한다.).
이제 막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잘 나왔다. 처음부터 이 정도 완성도를 보여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다만 구글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던 입장에서, 구글 서비스가 주는 장점과 편리함을 포기하고 넘어와야만 한다. 그런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에버노트나 구글 킵, 포켓 같은 서비스로 바로 저장하는 기능도 웨일 브라우저에선 일단, 포기해야 하고...
그런 부분을 포용하면서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네이버 서비스에 특화된 브라우저로 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네이버의 몫일 거다. 하지만 기왕이면, 꼭 구글이 아니더라도, 외부 서비스를 포용하면서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속도와 편리함 중에 택하라면 ... 일단은 속도를 택하고 싶은 마음이긴 하다. 어쨌든 브라우저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툴'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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