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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7 17:03

블록체인이 답해야할 질문 디지털 문화/트렌드



철학자 랭던 위너는 현대인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상황을 ‘기술적 몽유병’이라 했다. 잠자면서 걷는 것처럼, 우리 존재 조건을 바꿀 수도 있는 변화를 ‘멍 때리며’ 인정한다는 말이다.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뇌가 없다’라고나 할까. 정말 그렇다. 나는 컴퓨터를 왜 써야 하는지, 인터넷을 왜 받아들여야 하는지, 스마트폰을 왜 사야 하는지 진지하게 토론해본 기억이 없다. 언제나 신기술을 받아들이고나면 어떻게 적응할지를 두고 왈가왈부했을 뿐이다. 다윈의 진화론처럼, 변화는 결정된 것이고 빨리 적응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법이니까. 어디까지나 ‘받아들여졌다’라는 조건이 먼저 갖춰진 다음에 이뤄지는 일이지만.

랭던 위너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쟁을 본다면 무척 기뻐할 것 같다. 뜬구름 잡는 기분이었던 인공지능 이슈를 제외하면, 오랜만에 우리 사회가 정보기술(IT) 채택에 깊게 고민하는 모습이다.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왜 가치를 지니는지,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 이게 다 많은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지만, 이거라도 어딘가.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문제는 암호화폐 거래다. 투기적 거래, 불법에 이용되는 거래다. 워낙 낯선 기술이다보니 기술 자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같은 단어를 쓰는데도 서로 다투는 부분이 자꾸 어긋난다. 논쟁에서 밀리면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 거다”로 끝내려는 사람도 가끔 보인다.



암호화폐 논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먼저 기술 이야기와 사건 이야기를 분리하자. 대부분 현재 비트코인 시장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래소 폐쇄까지 선택사항으로 올려놓고 최소한 돈세탁, 부정 거래, 투기 수요를 막을 방법은 세워야 한다. 비트코인을 제도적으로 받아들인 일본도 2014년 처음 마운트곡스 거래소 사태가 터졌을 때 규제부터 시작했다.

여기까지 동의할 수 있다면 다음 질문을 던질 차례다. 비트코인은 정말 가치가 있는가? 블록체인은 중요한 미래 기술인가? 지금 대답할 수 있는 것만 답하자면, 비트코인은 거래 참가자들 사이에선 불안하지만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블록체인이 없더라도 세상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있으면 더 좋아질 가능성은 있다. 신뢰할 수 있는 P2P 네트워크를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으니까.

기존 규칙을 깨기 위해선 다른 규칙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슬프지만 기대가 미래를 만들어주진 않는다. 진짜 문제는 누구에게 이 기술이 필요한가이다. 정보기술 성장은 세계경제 구조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 1978년 영국 금융 빅뱅부터 시작된 자본시장의 전 지구적 확산은 복잡한 거래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 같은 기술 인프라의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반대로 규제 완화로 생긴 새로운 요구가 없었다면 기술이 빠르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산업 변화가 시작된 이 시점에서, 블록체인과 그에 기반한 암호화폐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이 답을 찾아갈 때다.

덧글

  • RuBisCO 2018/03/07 17:11 #

    애시당초 현재 주류인 암호화폐들은 주장한게 "탈중앙화"인 시점에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답을 해줄 수가 없는겁니다. "중앙"으로 부터 벗어나는 시점에서 그동안 "중앙"이 제공해주던 제도권 내에서의 신용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블록체인이야 그 기술 자체는 사용하기 따라서 어떤식으로건 써먹을 수 있을겁니다만.
  • 자그니 2018/03/08 01:37 #

    같은 의견인데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그 신용을 분산 원장으로 대신하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니까요. 다만 그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다시 현실화폐로 돌아옵니다. 환전이 안되면 나락으로 떨어지죠. 이런 모순을 넘어 스스로 사회적 신뢰(교환 가치)를 획득하지 못하는 이상, 비트 코인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획득할 수 있다고 스스로 증명해야만 하고요.
  • PFN 2018/03/07 17:28 #

    블록체인은 십년 뒤면 아무도 기억못할겁니다.
  • 나인테일 2018/03/07 19:53 #

    이미 비트코인 나온지가 10년이 됐죠;;
  • PFN 2018/03/07 22:21 #

    10년 전부터 알고 계셨나요?
    그럴 리가.

    그리고 블록체인은 스스로의 가치가 아니라 비트코인 때문에 떳고
    비트코인마저도 스스로의 가치가 아니라 그에 매인 "돈"때문에 뜬 거죠.

    말씀하신 거래 장부니 하는거 말이 좋아 그렇지 그냥 비트코인 원리잖아요.
    항상 하는 말이지만 코인과 별개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이긴 한가요?
    그럴 리가.
  • 나인테일 2018/03/07 22:31 #

    블록체인의 가치투자자와 비트코인 투기자를 구분하는건 부동산시장에서 실거주자와 투기세력을 구분해 규제하겠다는 현 정부의 관점과 완전히 동일한 오류입니다만...
  • PFN 2018/03/07 22:35 #

    네. 그러니까 블록 체인은 쓸모가 없단 겁니다.
  • 자그니 2018/03/08 01:39 #

    블록체인 기술은 따지면 인터넷, 이메일, P2P .. 그러니까 지금 토렌트 기술과 마찬가지라, 한번 공개된 이상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게 가치가 있냐와는 별개 문제로요. 프라이빗(폐쇄형) 블록체인은 지금 실증 단계에 있긴 합니다.
  • PFN 2018/03/08 08:19 #

    그 경우도 토렌트류가 더 효율적이죠.
    블록체인이 할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은 기존 기술이 더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가치가 비트코인으로 움츠러드는건 그 이유 때문이죠.

    말씀하셨듯이 인터넷에 뿌려진게 그냥 없어지진 않겠죠. 말 그대로 박제되니까요
    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게 되면 검색에 나온다는 이유로 잊혀지지 않았다고 하긴 그렇겠죠?
    이뮬. 지금도 쓰는 사람도 있고 다운도 받을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뮬이란 말 자체를 마지막으로 떠올리신게 언제신가요?
    뭐 그런 정도의 망각을 말하는 것이죠.
  • 자그니 2018/03/08 12:13 #

    기술과 그 기술이 구현된 결과물은 분리해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메일 서비스가 망해도 이메일이 사라지진 않는 것처럼요.

    아무튼. 블록체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다른 기술들이 더 잘구현한다는 말도 맞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거래 시스템은 비자 카드죠... 다만 블록체인이 연구되는 이유는 비용 때문입니다. 더 싸게 구현이 가능할 가능성이 있거든요. 이것도 시간 지나봐야 알긴 하겠지만요. 찾아보다 안되면 조용히 사라지겠죠.
  • 2018/03/09 17:36 # 삭제

    블록체인 기술은 쓸 곳이 많습니다. 비트코인은 없어질지도 모르지만.
    틀렸다기 보다는 표현이 강해요.
  • PFN 2018/03/09 18:06 #

    네.. 항상 다시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오죠.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는 말 못하지만 하여튼 쓰임새는 많답니다.

    그럴 때는 쓸모가 있다가 아니라 쓸모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쓰시는게 맞겠죠.
  • 나인테일 2018/03/07 19:52 #

    블록체인은 신뢰성 높은 공개적인 거래 장부 네트워크를 만들어줍니다. 회계부정이나 뇌물 등의 가능성을 매우 줄여주지요.
  • RuBisCO 2018/03/07 20:44 #

    현시점에선 블록체인이 보장해주는건 장부가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는 것 뿐이고 그 장부에다가 내용을 써넣는 인간의 신용을 보장해주는건 아니죠.
  • 나인테일 2018/03/07 21:10 #

    애초에 믿을 수 있는 인간 따윈 없어요. 하지만 믿을 수 있는 거래 증명은 만들 수 있지요. 그리고 이 거래가 매 순간마다 공개되고 모든 사람들이 이 거래의 공정성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거래 내역 공개를 지연시킨다던가 공개 범위를 줄인다던가 하는 종류의 장난이 통할 수 없는거죠.
  • 자그니 2018/03/08 01:45 #

    지난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이미 보안 위험이 많다고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이더리움에 탑재된 스마트 계약 기능에서요. 아직 공개 초기라 신뢰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보안 구멍을 막지 못하면 실사용은 당장은 어렵습니다. 관련 내용은 이 기사를 참고 바랍니다.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10392/ethereums-smart-contracts-are-full-of-holes/
  • 나인테일 2018/03/08 02:28 #

    보안 구멍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북한은 심지어 은행도 털어가지요. 블록체인이라는 개념 자체의 근본적인 부분에서의 오류라기 보다는 디테일에서 빵꾸가 나고 있는 부분이니만치 보안구멍이 있어서 앞으로도 안 된다는 이야기는 IT 리뷰 전문가이신 자그니님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좀 아니다 싶으실겁니다. 리눅스는 심지어 백스페이스 28번 누르면 루트가 뚫린 적도 있죠. 지금 주류 금융기관들도 스펙터 멜트타운 폭탄을 안고 있는 인텔 CPU 위에서도 어찌어찌 굴러가고 있잖습니까.

    그리고 이더리움의 가장 큰 문제는 저 보안 문제보다 거래속도 이슈입니다. 고양이 게임 하나 돌리면 스마트 컨트랙트 용량이 꽉 차버리는 지금 시스템이 보안보다 사실 더 골때리는 부분이죠. 그리고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에테르 거래에만 쓰는게 아니라 저 고양이를 포함한 온갖 ERC20들이 다같이 쓰고 있으니 병목이 더 심해지는거고요.
  • 자그니 2018/03/08 12:23 #

    같은 말이 됩니다. 근본 개념 단계에서 오류가 있는 기술은 거의 없어요. 그럼 구현 자체가 힘드니까요. 아무튼. 현재 존재하는 오류들은 이 기술이 정말 '신뢰성 높은 공개적인 거래 장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믿을 수 없게 만듭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누구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 여기서 신뢰를 줄 수 없다면, 연구할 가치는 있다해도 사용되기는 어렵습니다.

    제 글에 "신뢰할 수 있는 P2P 네트워크를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고 적은 것은 그런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블록체인 기술은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할 단계입니다. 그러니 딴 기술 말고 이것을 쓰는 것이 더 좋다고 스스로를 증명해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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