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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6 00:57

롯데리아, 소비자를 위한 무인화는 없다 디지털 문화/트렌드



은행 점포 감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20% 였던 점포 이용 고객이 2010년대 들어 10% 대로 감소하면서, 은행은 그 핑계를 들어 점포를 빠르게 줄여갔다. 4대 은행 기준 2012년 4136개였던 점포가 2018년에는 3500여 개로, 600여 개 넘게 폐쇄했다. 덕분에 요즘은 어느 은행엘 가도, 사람들이 넘쳐난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는 일도 잦다. 모바일 뱅킹을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점포에 가야만 처리할 수 있는 일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이익을 위해 이용자를 희생시켰다.



패스트푸드 점도 마찬가지다. 재작년부터 빠르게 보급된 무인 키오스크는, 이제 어느 매장에 가도 흔히 보일 정도로 많아졌다. 대부분 렌털이라, 도입/유지/보수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싸면 월 10만 원 이하에도 임대 가능). 사실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 맥도널드를 이용했을 때에도 무인 키오스크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돈 아끼는 일이라면 기업은 빠르게 움직인다. 다만, 그것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을 때나 곱게 봐줄 수 있다.


이미지 출처_https://www.pinterest.co.kr/applejuyeon/


오늘 나는, 화나는 일을 겪었다. 저녁에 일이 있어 걸어가던 중이었다. 간단하게 배를 채울 생각이었는데, 옆에 롯데리아가 보였다. 와규 버거를 싸게 판다기에 들어갔는데, 무인 주문 시간이라며 무인 키오스크로만 주문이 가능했다. 무인 키오스트에서 주문하려는데, 뭔가 복잡하다. 세트 메뉴를 고르려는데 안 보인다. 행사 메뉴에서 와규 버거는 찾았는데, 세트 메뉴를 주문할 방법이 없다. 뒷 분에게 먼저 주문하시라고 양보하는데, 괜찮다고 다시 주문하시라고 친절하게 대꾸해 주신다. 다시 주문하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내가 너무 서툴러서 그런가? 뒤에 계신 분도 도와주려고 합세했는데, 역시 안 보인다. 다른 분까지 합세해 셋이 주문하려고 노력했는데, 실패했다. 결국 일하는 분에게 뭔가를 물어보는데..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행사 상품은 세트로 주문할 수 없다'라는 자체 결론을 내리고, 그냥 클래식 치즈 버거를 골랐다. 그제야 세트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간다. 하아. UI 참 엉망으로 설계했다. 클래식 치즈 버거를 고르니 아까 도와주시던 분이, 자기 이거 할인 쿠폰 있다고 쓰시라고 주신다. 괜찮다 하니 직접 쿠폰 결제를 해주시려는데, 이번엔 쿠폰이 먹지 않는다. 도와주시려던 분이 당황하셔서 직원에게 왜 이 쿠폰 안되냐고 묻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햐. 진짜 무인 키오스크의 진가를 맛봤다. 그렇지, 이런 게 무인이지. 내가 미안해서 그냥 괜찮다 말하고, 포인트 적립이고 뭐고 넘어가서 그냥 주문했다. 주문하고 햄버거가 나오길 기다리는데, 늦게 나오는 바람에 내 주문번호가 표시판에서 사라져서, 당황했던 건 그냥 애교로 넘어가자.



사진 출처 http://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8/08/16/2018081600065.html



롯데리아만 그런 건 아니다. 사실 무인 키오스크 시스템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기존 시스템에선 사람이 이런저런 것을 확인하고 물어보지만, 무인 키오스크는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POS 기에서 쓰던 인터페이스를 소비자용으로 그냥 옮겨온 거 아닌가? 하고 의심할 정도로, 이상할 정도로 불편한 UI로 가득 찼다. 심지어 홈페이지에서 주문할 때보다 못하다. 일하는 사람도 POS 기는 배워야 쓴다.

구조 자체가 간단하기에 익숙해지면 별 일 아니지만, 소비자에겐 스마트폰에 새로운 앱을 깔아서 사용 설명도 없이 바로 써야 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자주 가는 사람이면 금방 익숙해지겠지만, 나 같은 사람은 한 달에 한 번이나 갈까 말까다. 한국만 그런 건 아니라서, 다른 나라에서도 무인 키오스크에서 주문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무인 키오스크 자체가 소비자에게 불편한, 소비자에게 노동을 떠넘기는 구조다. 주문할 때 줄을 덜 서도 된다는 이점을 빼면 좋은 게 별로 없다. 음, 목소리로 주문하는 일이 불편한 사람들은 다르겠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방콕이나 시드니에선, 문제가 생기면 직원이 바로 대처를 했다. 옆에 와서 사용을 도와주거나, 주문대로 불러 이쪽에서 주문하라고 요청했다. 사람을 배제하고 무인 키오스크만 이용하라고 강요하는 가게는 한국 롯데리아가 처음이다.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뭐라고 못하는 것이, 아예 시스템을 그렇게 짰다. 그럴 수 있다. 가끔 지하철 역사에 들어섰던 '자판기'를 가진 가게들이, 그냥 카운터에서 지불하겠다는 사람에게 반드시 자판기에서 주문해야 한다고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하지만, 최소한 거기에선, 아르바이트생이 카운터 바깥으로 나와 도와주는 척이라도 했다.



사진 출처_http://www.asiatim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377


* 롯데리아 사진이 많이 나오는 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무인 키오스크 문제점을 다룬 기사 중엔, 롯데리아 키오스크 관련 기사가 대부분이다. 카운터에 사람이 아예 없어서 그렇다.


무인 키오스크를 운영해서 롯데리아가 얻는 장점은 분명하다. 일단 인건비 절약(이 될 것 같다.). 대면 주문 과정에서 생기는 트러블 방지. 정말 빨리 주문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으니 매출도 올라갈 거다. 덤으로 노년층 같은, 무인 주문을 어려워하는 고객층이자 별로 매출에 도움 안 되는 고객을 내치는 효과도 생긴다. 거의 완벽하게, 회사를 위한 시스템이다.

그럼 그 버려진 노동은 누가 대신할까? 고객이다. 내가 무인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워서 내가 주문해야 한다. 아름다운 셀프 시스템. 이제 햄버거만 로봇이 만들면(조만간 상용화될 예정이다), 가끔 매장 청소하고 관리할 직원만 채용하면 되겠다(햄버거보다 테이블 정리와 분리수거가 로봇에겐 더 어렵다).

... 그러니까 롯데리아가 버린 노동, 고객인 내가 대신한다




사진 출처_https://www.bloter.net/archives/279443



오늘 햄버거를 먹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만 들었다. 대체 내가 왜 이런 창피를 당해야 할까? 내가 왜 무인 키오스크 시스템에 적응해야 할까? 나를 도와주려던 그분까지 왜 창피해야 할까? 도대체 왜 원래는 간단히 물어보고 '아, 그건 안돼요?' 하면 끝났을 일이 이렇게 커졌을까? 도대체 햄버거 하나 먹자고 내가 왜 이래야 해?

뭐, 상관없다. 이제 나는 롯데리아를 버린다. 내 뜻이 아니다. 롯데리아가 상정하기에 나는, 이런 키오스크를 보자마자 쓰지 못하면, 내칠 고객이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롯데리아를 버리게 됐다. 나 같은 사람이 아쉬운 고객이었다면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을 리가 없지. 기업이 돈 안 되는 일을 한다고? 그럴 리가. 그게 돈 되니까 주문받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무인 키오스크 만들고, 그렇게만 주문할 수 있는 시간을 책정해 놓은 거지.

앞에 예로 든 은행도 마찬가지다. 최근 너무 빠르게 은행 점포가 사라지면서, 지점 폐쇄와 관련된 규제를 만들 예정이었다. 은행권 로비(?)로 무산되고, 은행연합회에서 ‘은행 지점 폐쇄 절차 등에 대한 공동시행방안’ 정도의 합의안만 발표되고 끝났다. 함부로 폐쇄하지 못하게 하려다, 결국 여전히 은행이 알아서 폐쇄할 수 있다. 무인 키오스크를 만들려면 최소한 유인 창구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었는데, 이 기사를 보고 마음 접었다.

소비자를 위한 무인화는 없다.


징징 대기에도 내 시간이 아깝다. 그러니까 그런 가게를 버린다. 그게 소비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이다. 곤란해하는 소비자를 도와줄 생각도 없는, 예의 없는 회사에 대한 내 입장이다. 잘 가라, 롯데리아

덧글

  • ㅇㅇ 2019/05/16 06:54 # 삭제 답글

    예전에 버거킹 갔을 땐 포스기에 사람 한명은 서 있어서 거기서 주문해거나 궁금한거 물어보면 처리 해주더라구요. 롯데리아는 안 그런가보네요.. 결국 소비자가 불편을 겪으면 그게 기업에겐 불이익이란 걸 모르나봅니다.
  • 자그니 2019/05/16 14:11 #

    있었으면 두 명이 물어봤는데 계속 생까고 있지는 않았겠죠... 찾아보니 관련 기사가 꽤 있는데도 안바뀌는 걸 보니, 답없다 싶었습니다.
  • 카르카손 2019/05/17 17:26 # 삭제

    최근에 버거킹에서도 자그니님하고 똑같은 경험을 해서 엄청 불쾌했습니다. 카운터 직원이 있는데도 일부러 안 도와주려고 하더군요. 본사방침이겠거니 했습니다. 전 다시는 키오스크있는 패스트푸드점에 안 갈 겁니다.
  • ㅇㅇ 2019/05/16 08:19 # 삭제 답글

    "대체 내가 왜 이런 창피를 당해야 할까?"에서 창피를 참피로 본 내 뇌 세탁하고싶다
  • 자그니 2019/05/16 14:12 #

    그리고 참피를 검색해 본 저는 당황하게 되는데....;; 세상에 뭔가요 이 캐릭터...
  • 은이 2019/05/16 10:06 # 답글

    키오스크 보면 딱 프로젝트 입찰 후 요구사항까지만 맞춰서 하청하청하청하고 낸 영혼없는 결과물....
    내가 어떻게 하면 이걸 잘 팔아 먹을까 하는 고민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ㅎㅎㅎ
    롯x리아는 최근 안가서 모르겟는데 버거왕에선 뭐라 하면 안내해 주거나 카운터서 대응해 주던데..
    그 지점이 문제였을까요. 대응 메뉴얼이 없는 거기 시스템이 문제였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메뉴얼 없다에 한표입니다.
  • 자그니 2019/05/16 14:12 #

    일단 UI가 엉망인데도 안고치는걸보면... 정말 POS를 고객앞에 던져놓고 쓰라고하는 기분이었습니다.
  • ㅇㅇ 2019/05/16 11:11 # 삭제 답글

    처음이면 잘 모를수도 있지, 그걸 창피를 당한다고 생각하는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생각됨. 이런사고방식은 반대로 생각하면 (타인의 사소하든 사소하지 않든) 실수나 잘못을 본인이 배려하지 않는 사고방식(창피를 주는...)일 수도 있지 않을까..
  • 자그니 2019/05/16 14:13 #

    맞아요. 모른다고 부끄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뒷사람도 기다리고 있는데, 꽤 창피하긴 하더군요.
  • 타마 2019/05/16 14:32 # 답글

    젊은 애들도 막혀서 끙끙대는 것을 보면... 그냥 남여노소 불문하고 개떡같이 UI를 만들어 놓은 듯...
    패스트푸트 자체 배달앱들도 정말 수준이 떨어지더군요. 나름 대기업인데... 무슨 졸업작품보다 못한 완성도라니...
  • 자그니 2019/05/16 15:07 #

    동감 동감 동감입니다. 대체 이거 감수 누가 한건지 궁금해요.
  • prohibere 2019/05/16 15:56 # 답글

    한국에서 키오스크 돌릴정도면 스마트폰 앱이랑 연동도 가능할텐데 뭐하는지 모르겠음요. 일단 복잡한건 둘째치고 왜 거기서 줄서 있어야되는지 모르겠음(...)
    인구 절대 다수가 네트워크 연결된 컴퓨터 들고 다니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기기 가지고 낑낑 거려야된다니..
  • 자그니 2019/05/17 01:33 #

    절대 다수가 써도 무인 키오스크나 앱이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장애인 분들을 비롯해 이런 시스템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이도 많거든요. 스마트폰 앱도 있긴 한데 이것도 못써먹을 물건이라.... 어쨌든 결론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게 뭐하는 짓일까요.
  • 디베스테이터 2019/05/16 17:08 # 답글

    UI가 좀 개판이군요. KFC나 버거킹은 버거 탭 앞이였나 뒤에 바로 세트 탭이 있어서 찾기 편했는데....
  • 자그니 2019/05/17 01:33 #

    보통 그게 있는게 정상이죠... 이거 진짜 누가 설계한건지 궁금해요...
  • widow7 2019/05/16 17:32 # 삭제 답글

    "롯데"리아....입니다...
    뭔가 안되면, "아, 여기 롯데였지?"하고 피식 웃으면 됩니다. 물론 그 웃음의 대상은 자신, 즉 자조죠....
  • 자그니 2019/05/17 01:34 #

    아직 거기까진... 좋아하는 기업은 아닌데, 더 좋아하지 않게 됐네요.
  • 무명병사 2019/05/16 18:23 # 답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전혀 안도와주는 건 참 신박하군요. 사실 키오스크 자체가 별로 '편리한' 물건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라....
  • 자그니 2019/05/17 01:35 #

    사실 찬찬히 살펴봤는데요, 아예 시스템이 뭐 나와서 도와주고할 시스템이 아녜요. 한 사람이 주문받은 햄버거 손님한테 전달하기도 바빠서...그 딱 한사람 카운터에 있었네요..
  • Barde 2019/05/16 20:23 # 답글

    알바생이 불친절한 게 참 아쉽습니다.
  • 자그니 2019/05/17 01:36 #

    불친절보다는, 아예 도와주지 말고 키오스크로 무조건 유도하라고 매뉴얼이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세 명이 끙끙대는데 쳐다도 안볼줄은 몰랐죠-
  • virustotal 2019/05/17 03:47 # 답글

    퀴즈노스 가보세요 롯데리아는 쉬운편입니다. 업데이트이후

    뭔 기본으로 해도 다 선택을 해야합니다.

    즉 빵 기본 음료 안함 추가안함 다 선택해야 넘어갑니다.

    롯데리아는 햄버거만 먹기하면 땡이지

    페티추가하냐 빵은 뭐냐 안따지죠

    정말로 롯데리아니 맥은 쉬워요

    퀴즈노스도 노인이건 뭐건 못하면 거기서만 파니 나가라는 수준이라.
  • 자그니 2019/05/17 13:22 #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몰랐습니다...
  • ㅇㅇ 2019/05/17 11:39 # 삭제 답글

    한국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무인기기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는건 무인기기를 못쓰는 사용자층은 버린다의 전략인듯 싶네요. 좋은점은 직원의 복지를 택한 결과라고 볼수 있겠죠? 방콕이나 시드니쪽에서 도와준건 업무에 포함되어 있었을테고요. 업무에 포함되어있으니, 직원수가 그만큼 더 많을테고...
  • ㅇㅇ 2019/05/17 11:45 # 삭제 답글

    이게 왜 직원의 복지냐면, 주문 의사전달 과정에서 주문착오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여러 소모적인 일거리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입니다.
  • 자그니 2019/05/17 13:23 #

    세상이 절대 직원을 그렇게 놔두지 않죠...현실은 무인기기 사용법을 도와줄 짬도 나지 않을 정도로 계속 일해야 한다- 일겁니다. 제가 보니 정말 그랬고요-
  • 2019/05/18 20: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5/20 00:5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루루 2019/05/25 10:14 # 삭제 답글

    롯데가 만든 앱들도 그래요
    롯데수퍼 프레시, 롯데L페이, 롯데M쿠폰...UI다 개떡같고 엄청 불편해요.
    해외에서 키오스크 쓸애 맥도날드는 편했는데 .... 롯데는 ....
    욕 많이 먹음 좀 나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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