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1 16:52

2019년 IT 결산, 이 고난은 언제쯤 끝날까나 디지털 문화/트렌드



호사다마. 2019년 IT 산업을 생각하면, 이 말이 생각난다. 좋은 일에는 탈이 많다는 뜻이다. 좋은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한다는 의미라고도 한다. 올해는 진짜 호사다마였다. 폴더블폰을 출시했더니 문제가 생기고, 5G 이동통신을 시작했더니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안으론 타다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가 계속 논쟁에 휩싸였고, 바깥으론 미중무역분쟁이 일으킨 풍파와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른 한편 디지털 구독 서비스가 안착하고,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해 자율 주행, 로봇, 어시스트 슈트 등 기존에 선보인 기술들이 조금씩 정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기 전에 고생을 많이 한 듯한 한 해가 바로 2019년이다. 뭐, 이젠 모든 곳에 조금씩 뿌리내리고 있는 인공지능은 말할 것도 없고.






2019년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슈라면 역시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지난 2월 안으로 접는 갤럭시 폴드와 바깥으로 접는 메이트X 실제품이 공개되면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반면 4월, 출시 전 리뷰용으로 배포된 갤럭시 폴드에서 여러 가지 결함이 발견되면서 큰 실망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폴더블 스마트폰은 아직 시기상조다-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화웨이 메이트X 역시 출시 연기에 갖은 논란을 겪고 있는 건 덤이랄까.

재출시는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6개월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2019년 9월에 정식 출시됐다. 출시 후에도 내구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나올 때마다 매진을 기록하는 등 일단 반응은 좋은 모습이다. 메이트X도 11월달에 중국에서 출시가 됐고, 모토로라도 폴더블 모토로라 레이저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도 이뤄졌다. 2019년 4월 3일 밤, 정말 갑작스럽게 앞당겨 시작했다. 미국에서 새치기하려고 하니까 먼저 해버렸다. 빠르게 상용화를 한 건 좋은데, 평가는 엇갈린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했다. 실내에선 잘 안터진다. 지금은 반쪽짜리 5G다. 시작은 했는데 전략이 안보인다, 이런 말을 한다.

아쉽게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급하게 하긴 했지만 첫 발은 잘 뗐다 생각한다. 지금까지 기지국은 약 8만국 정도 구축했고, 11월말 기준 가입자가 433만명 정도까지 늘었다. 중국은 10월 말에야 5G 상용화를 시작했고, 미국은 주파수 같은 여러 가지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가장 빠르게 5G 가입자가 늘어나는 만큼,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LTE까지는 이동통신망과 스마트폰은 우리나라가 제공하지만 통신 장비나 콘텐츠는 외국 회사들이 거의 점령하고 있었다. 5G 시대에는 이런 상황을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보자.




2019년은 유독 외부 요인에 휩쓸린 한 해이기도 했다. 계속 진행되고 있던 미중 무역 분쟁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7월에 시작된 한일무역분쟁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정치 갈등이 심화되니까, 일본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소재를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문제다.

다행히 처음 느낀 공포와는 다르게, 일단 큰 영향은 없다. 한국에서 비축해 놓은 분량도 있었고, 대체 물량을 찾기도 했으니까. 외교적 해법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재 공급선 국산화/다변화는 계속 추진된다. 기존 공급망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 알았으니까.




콘텐츠 플랫폼은 예상된 변화가 찾아왔다. 한국에선 옥수수와 푹(POOQ)이 합쳐져 웨이브라는 서비스를 출범시켰고, 미국에선 디즈니사에서 만든 디즈니 플러스라는 서비스와 애플에서 만든 애플TV 플러스라는 서비스가 운영을 시작했다. 앞으로는 케이블 TV나 지상파를 수신하지 않고 모든 영상을 인터넷으로만 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 듯 하다.

구독형 디지털 서비스 모델도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 이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죄다 월정액으로 가고 있달까. 아직 콘텐츠가 좀 제한되긴 하지만, 책이나 영화나 음악이나, 심지어 게임까지, 한달에 일정 금액만 내면 원하는 콘텐츠를 맘껏 볼 수 있으니, 따로따로 사는 것보다 편하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확산될 듯 하다.




아현동 화재 같은 큰 사건은 없었지만, 여전히 많은 논란이 일어난 한 해이기도 했다. 네이버에서 블로거 2222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비롯해서, 아동 학대물을 제공하던 다크웹 운영자가 구속된 사건도 있었다. 8K TV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중 가장 컸던 건 역시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둘러싼 논쟁이다.

혁신을 죽인다, 아니다 불법을 방치할 수 없다-이러면서 많은 토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무릇 새것이 들어올 때 아무런 말이 없는게 더 위험하다. 우리 사회가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속도로 수용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아무튼 이렇게 2019년, 그리고 2010년대는 막을 내렸다. 돌이켜보면 진짜 빠르게 혼란스럽게 성장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2020년대에는 또 어떤 재미있는/재미없는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지금부터 궁금하다. 부디 다음 10년은, 지금 만든 상처를 치유하는 시대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