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2 03:19

안녕, 이케아 종이 카달로그 그 남자의 쇼핑일기



이케아 카달로그를 참 좋아합니다. 아니, 상품 카달로그 책 자체를 좋아한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뭐랄까, 어린 시절 제겐, 이게 백화점이었거든요. 인터넷이 없던 시절, 읽을거리도 별로 없어서 백과사전마저 다 읽던 시절, 상품에 대한 욕망(...)을 채워주던 게 바로, 카달로그였으니까요. 그땐 통신판매 카달로그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지요...




이케아 카달로그는 조금 다른 느낌이긴 했습니다. 뭐랄까, 선진국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다고 해야하나요. 최신간도 아니고, 남이 버린(...) 책이나 중고 책방에서 어쩌다 한 권씩 구입한 게 전부였는데, 그 안에는 한국 잡지에선 볼 수 없는, 행복한 가족과 예쁜 디자인을 가진 가구가 넘쳐났습니다.

한국에 이케아가 처음 진출했을 때, 매장 방문보다 먼저 한 것도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하고 이케아 카달로그 배송 신청. 그만큼 좋아했는데, 이젠 종이 카달로그를 발매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2020년 12월, 이케아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입니다. 당연히 온라인 카달로그는 계속 만들지만요.




2016년에 찍은 이케아 카달로그는 무려 발행부수 2억부에, 32개 언어, 69개의 버전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거라서, 미디어 소비 방법도 달라지고,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습니다. 출판물을 읽는 사람도 줄었고, 종이를 덜 쓰기 위해선, 아예 찍지 않는 게 최선이죠. 그래서 내려진 '감성적이지만 합리적인 결정'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역시 종이 질감으로 읽는 이케아 카달로그를 좋아했기 때문이겠죠. 어쩌면, 그 카달로그를 어렵게(...) 구해서 읽던, 젊은 시절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90년대에만 해도, 외국이란 제겐 그런 이미지였어요. 우리랑은 다르게 엄청 잘 사는 나라. 아무런 문제도 없고, 돈도 잘 벌고, 예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과 멋진 상품이 즐비한(...).

...뭐, 이제야 거기도 다 사람 사는 데라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이젠 카달로그에 나오는 행복하고 따뜻한 모습은 다 연출이란 걸 압니다. 저런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 마음도 많이 줄었습니다. 저렇게 꾸며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살아가는 재미가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 너무 즐길게 많아져서, 이젠 인테리어 카달로그를 보면서 무료함을 달랠 시간마저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 짠-하긴 하네요. 추억이란 언제나, 그걸 되새길 무언가와 함께하는 탓입니다. 종이 카달로그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2021년 가을에 이케아 스토어에서 종이(?) 카달로그의 역사를 기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땐 잊지 않고, 한번 들려봐야겠습니다. 어떤 전시나 행사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

덧글

  • 은이 2021/02/02 08:54 #

    한두번 보고 잘 보진 않지만, 그래도 클래식 한게 꽤 좋았던 종이카탈로그..
  • 자그니 2021/02/04 03:52 #

    전 자기 전에 베개 맡에 두고 읽었어요. 의외로 잠이 잘온다는... 그러다 버려도 크게 아깝지 않고....
  • 라비안로즈 2021/02/02 09:05 #

    하나둘씩 추억으로 지나가네요. 7~80년대생? 90년대생까지라 해야할까요. 디지털-아날로그 격변의 시기에 있는듯합니다. ㅎㅎ
  • 자그니 2021/02/04 03:53 #

    X세대를 시작으로 밀레니얼 정도일까요?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들이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레트로(...)하게, 한정판 종이 카달로그 주문받고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대신 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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