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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7 02:04

기술로 읽는 공각기동대 신극장판 디지털 문화/트렌드



* 대체 이게 언젯적 글인지... 2017년에 기고한 글입니다. 백업 차원에서 올려놓습니다.
* 스포일러 있습니다.


2029년 일본, 한 무리의 군인들이 동아시아 경제연합 극동아시아 통상부 대사관을 점거한다. 제 4차 비핵대전 이후 비대해진 국방성을 축소하기로한 결정에 반발한 것이다. 같은 시간 나가사키의 한 호텔, 비밀 회담을 하고 있던 일본 총리가 폭탄 테러로 사망한다. 누가 왜 이런 사건을 일으켰는지 아무도 모르는 채, 대사관 점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쿠사나기 소령의 총리 직속 특수 부대가 사건 수사를 시작한다.


‘공각기동대 신극장판(2015)’은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 ‘공각기동대’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사실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은 무척 많은데, 20세기 최고의 일본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1995)’와 그 후속편 격인 ‘이노센스(2004)’,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공각기동대 스탠드 얼론 컴플렉스(SAC, 2007)’, 이번에 소개할 극장판과 연결되는 이야기이면서, 쿠사나기 소령의 특수 부대가 태어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공각기동대 ARISE(2013)’가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한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2017)’도 있고요.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공각기동대 시리즈 전체를 이어주는 소재는 모두 3가지입니다. 전뇌와 의체 그리고 파워 슈트죠. ‘공각기동대 신극장판’은 이 전뇌/의체 비즈니스를 둘러싼 정치권과 기업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배경으로, 쿠사나기 소령의 특수 부대가 9과 산하 공각 기동대로 편성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 처음부터 너무 생소한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당황하셨나요? 괜찮습니다. 지금부터 적어나갈 내용이, 바로 이 단어들을 설명하는 이야기거든요.




로지코마, 인공 지능을 탑재한 파워 슈트(Power Suit)


‘공각기동대’의 배경은 2020년대 후반에서 2030년대 초반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7년과 가깝죠. 시기는 가까운데 애니 속 기술은 “정말 12년 후에 저런 것이 가능해?”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하이 테크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0세기에 살던 작가들은 2020년대쯤 되면 저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 믿었나 봅니다. 하기야 영화 ‘백 투 더 퓨처2’에서 나온 호버 보드를 타고 날아다니던 먼 미래는 2015년(...)이었으니까요.

로지코마는 이런 미래에 등장하는 네 발이 달린 인공 지능 암 슈츠입니다. 초기형이라서 처음에 말도 못하고 내부에 사람을 태울 수도 없지만, 나중엔 말도 하고 사람도 태울 수 있게 진화하죠(원작 만화에선 후치코마, 다른 애니에선 타치코마라는 신형으로 진화합니다.). 생각보다 꽤 수다쟁이이지만, 말하는 것을 보면 정말 귀엽습니다. 전투에 나가기 전 ‘죽지마세요. 사람은 죽으면 수리도 할 수 없으니까요’라고 말할 때는 나도 애니의 등장 인물처럼 ‘걱정마. 멋진 남자는 죽지 않아’라고 대답하고 싶어질 정도로.



물론 애니 안에서 크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좋은 로봇 파트너 정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공각기동대(攻殻機動隊)’의 공각이 바로 이 파워 슈츠, 로지코마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정식 이름은 ‘공격형장갑외골격(攻撃型装甲外骨殻)’이고, 사람이 입고 싸울 수 있는 ‘공격형 외골격 슈트’를 지칭합니다. ‘공각기동대’는 공각을 입고 싸우는 기동대란 뜻이고요(영어로는 the formation of a special Power Suit Assault Force).

아무리봐도 로지코마를 ‘탄다’라고 말하고 싶지 ‘입는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형식상 로지코마는 사람이 입는 ‘옷’이 맞습니다. 실제로 만화 원작 첫 에피소드에서는 부대원들이 작전 수행시 항상 후치코마를 입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기술, 어쩌면 진짜로 금방 만나볼 지도 모릅니다. 로지코마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전투 및 여러가지 용도로 개발되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외골격 슈트라고 부르죠.


▲ BMW 생산 라인에서 쓰이는 외골격 슈트


외골격 슈트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 기술이 ‘인간 능력 증폭기’라는 개념에 기초해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강한 인간을 만들어 준다는 거죠. 지금까지 발표된 제품들은 대부분 30kg~70kg의 물건을 가뿐히 들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상용화에는 실패했지만 록히드 마틴이 만든 군용 외골격 슈트인 ‘헐크’를 입은 사람은 6분에 1마일(약 1.6km)을 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코스사에서 만든 엑소스2(XOS2)라는 외골격 슈트 역시 인간의 힘을 증폭시켜 물건을 부수거나 여러가지 힘든 일을 쉽게 하도록 도와주는 영상을 보여줘서 유명해 졌습니다.

형태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외골격 슈트는 공각기동대에서 선보인 기술 가운데 가장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동력이 필요 없는 수동형이 먼저 쓰이고 있지만요. 원래 목적이 무거운 작업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거니, 만들어지면 사고 싶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음, 최근 사족 보행 로봇말로 유명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현대차에서 인수했으니 어쩌면 로지코마 같은 파워 슈트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 수다 떨지 않는 로지코마는, 매력 없을 것 같지만요.



의체, 당신도 어쩌면 가지게 될 지 모를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아까 이 애니 자체가 전뇌/의체 비즈니스를 놓고 국가와 기업이 벌이는 전쟁이라고 말했죠? 영화 설정상 이 시기는 제 3차 세계 대전에 이어 ‘제 4차 비핵대전’이 발발했다가 끝난 시기이고, 이 전쟁 기간에 인간의 뇌를 네트워크 컴퓨터화 시키는 ‘전뇌(전자뇌)’ 기술과 인간의 몸을 사이보그화 시키는 ‘의체’ 기술은 극적인 진화를 이뤄냈습니다. 전뇌와 의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 때문에 전쟁 이후 일본인들 대부분은 전뇌화를 했고(설정상 약 75%), 의체 역시 처음엔 전쟁 부상자들을 대상으로 시술됐지만, 평화로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의체화를 선택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표준 규격화되어 몸에 부담 없고, 유지비도 높지 않은 전뇌와는 달리(전뇌는 설정상 부모 동의가 있으면 6세부터 가능합니다.), 의체는 수술비도 높은데다 수리비 같은 유지 비용도 높고, 무엇보다 컴퓨터처럼 계속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해야 합니다.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의체는 언젠가 사후 지원이 종료되는 ‘데드 엔드’를 맞게 되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고철덩어리 비슷한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야만 합니다. 이런 시장을 독점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엄청난 이익이 생기겠죠.

이 데드 엔드 시기를 인위적으로 늦춰서 기득권을 유지 시키고 싶은 일본 정부와, 데드 엔드를 계속해 시장 독점을 하고 싶은 기업들이 서로 암살하려 했던 것이 (동아시아 경제 연합에 의한) 총리 암살 및 (총리에 의해 동아시아 경제 연합 대사 암살을 진짜 목적으로 한) 대사관 점거 사건의 진실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이 두 세력을 부추겨 쌍방 테러를 자행하도록 만든 자가 있었다는 겁니다.


▲ 의체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공각 기동대(1995)의 한 장면


과연 이런 일이 진짜로 일어날 수 있을까요? 사이보그는 기본적으로 생체 조직(인간의 몸)에 자동 제어 기술을 융합시킨 겁니다. 넓게 보자면 안경이나 보청기를 끼는 것도 사이보그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신체의 일부/전부를 기계로 바꾼 것을 말합니다. 앞서 말한 ‘인간 능력 증폭기’란 개념이 여기에도 반영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몸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화처럼 초인으로 변하는 일은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의수나 의족, 인공 심장, 인공 망막 등이 그렇습니다. 하긴 그렇기 때문에 원작 만화에서 부분 의체였던 공안 9과 대원들이 애니에서는 전신 의체로 설정이 변경된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IT 기술이 발전하면 어떻게 될까요? 최첨단 의수/의족 기술의 진화를 보고 있으면 조만간 영화에서 보던 사이보그가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사용된 인공 심장 박동기를 제쳐두고라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진은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뇌 임플란트’ 장비를 이용해 전신 마비 환자가 태블릿PC를 조작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같은 기술을 응용해 존스 홉킨스대 연구팀은 뇌파로 조종하는 의수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진짜로 생각만으로 의수를 콘트롤합니다.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스타워즈 주인공의 이름을 딴 ‘루크’라는 의수는 4개의 모터가 부착되어 있어서(전동 의수)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앞서 소개한 파워 슈트처럼, 의수가 달린 사람 몸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체크해 움직임에 반영한다는 것인데요. 이런 것을 근전 의수, 또는 바이오닉 팔이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엄청나게 비싼 가격(10만달러)이지만, 현재 다른 회사에 의해 보급형도 개발되고 있으니 앞으로는 3D 프린팅을 통해 스스로 의수를 찍어내 사용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전뇌, 뇌에 스마트폰을 이식하다

테러를 부추긴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범인은 초반부터 등장합니다. 쿠사나기 소령과 똑같이 생긴, 아니 똑같은 의체를 사용한 ‘파이어 스타터’입니다. ‘공각기동대 Arise’부터 숙적으로 설정된 캐릭터죠. 파이어스타터는 전뇌를 해킹해 자신의 뜻대로 타인을 조작하는 캐릭터입니다. 무고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조작하면서, 자신은 뒤에 숨어서 웃고 있는 캐릭터죠.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전뇌가 일종의 컴퓨터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스마트폰을 뇌이식했다고나 할까요. 사람의 뇌에 마이크로 머신을 집어넣어서, 정보를 검색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특별한 기기 없이도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 가상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의식이 아닌 여러가지 의식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건데요. 필요하면 ‘고스트(영혼 또는 뇌)’가 없는 다른 의체를 원격으로 조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황당한 기술 같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2016년 호주 멜버른 대에서는 뇌임플란트형 기기를 이용해 의수가 느끼는 감각을 뇌에서 느끼도록 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을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 Machine Interface)또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 Computer Interface)라고 합니다. 뇌를 이용해 직접 기계나 컴퓨터를 조작하게 만드는 거죠. 그 중에서도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게 만드는 기술을 ‘신경 보철’이라고 합니다.

테슬라 CEO 일런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뉴럴링크’가 연구하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좀 더 ‘전뇌’에 가깝다고 할까요. 이 회사는 '신경 레이스(neural lace)'라고 부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뇌에 액체 상태의 전자 그물망을 주사해 뇌파를 감지하는 기술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뇌가 생각하는 정보를 캐치하거나 반대로 정보를 뇌에 전달하려고 합니다. 키보드, 마우스, 음성입력이 필요없는 진짜 전뇌를 만들고 싶은 거죠.

그래서 뭘 할 수 있냐고요? 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2013년 열린 ‘글로벌 퓨처 2045’ 컨퍼런스에서 미국 시오도르 버거 박사는 ‘신경-실리콘 인터페이스’라는 것을 실험용 쥐의 해마에 삽입해, 기억을 카피하고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고, 그 정도만 얘기해 두려고 합니다.



희망과 절망의 중간쯤 어딘 가에서

파워 슈트와 의체, 전뇌는 모두 인간의 생물적 한계를 보완/강화하기 위해서 태어났습니다. 이상하지만, 인간의 전뇌화/사이보그화가 진행되면서, 역설적으로 애니메이션 안에서 육체/의체의 가치는 더 떨어집니다. 인간 육체의 소중함은 우리의 생명을 담고 있는 그릇으로서,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유일한, 절대적으로 내게 속한 생명체란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깨지면 바꿀 수 있는 그릇이 되어버리는 순간, 우리가 품고 있던 소중한 감정은 사라집니다.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은 그래서 의체를 훼손하고 바꾸는 것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과연 인간이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요?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속도를 넘어 세상이 엄청나게 빨리 변할 것이라 믿지 않습니다. 싱귤래리티가 올 거라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에 기반한 IT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오프라인과 결합하고 있고, 그것이 불고올 바람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 오프라인에 우리들의 몸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요.



문제는 다시 인간으로 귀결됩니다. 어떤 기술이 실제로 개발될 것인가/아닌가를 묻기 이전에, 우리가 왜 이 기술을 필요로 하고, 이 기술로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물어야만 겠지요. 그런 물음이 빠진 기술 진화라면, 그건 사고 싶지도 않은데 매번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들이나 다름 없는, 경제의 논리에서 비롯된 발전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앞서 말한 ‘데드 엔드’는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은 ‘계획적 진부화’라고 부르는 일이죠. OS를 업그레이드하면 갑자기 몇 년 간 잘 쓰던 스마트폰이 느려지거나 하는, 겪어본 적 있으시죠? 생각해보니 문제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었네요.

덧글

  • 천하귀남 2021/02/17 13:16 #

    만화가 89년 판이니 이것도 참 묵은 물건이군요. ^^;
    점점 미래는 다가 오는데 그 시절의 상상력을 아직 못 따라가는 부분은 참 묘합니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 하니 새로 알게 되는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더 늘어나기도 하는군요. 그리고 알아도 경제적으로 이게 가능한가? 하는 문제도 다가옵니다.
  • 자그니 2021/02/18 15:24 #

    어쩌면 웬만한 상상력은 20세기에 다 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21세기는 ... 그걸 돈으로 만드려고 하니, 아무래도 이런저런 한계에 부딪히는 거겠죠...
  • 은이 2021/02/18 08:42 #

    요즘 로봇 걸어다니고 춤추는거 보면 기술은 꽤 무르익었고...
    이제 뇌파 컨트룰 기술만 나오면 될 거 같군요.
    하지만 그 시대가 되어도 전원 문제- 배터리- 때문에 안될거 같습니다.
    배터리야 2-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기와 사용시간 면에선 참으로 발전이 없는 놈이다 보니 ㅠㅠ
  • 자그니 2021/02/18 15:25 #

    일단 전기차 먼저 상용화 시켜야죠... 꼭 전기 동력이 아니어도 될 듯 하긴 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도 보면 모터랑 유압 장치랑 골고루 들어가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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