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8 00:16

그런 메타버스는 안옵니다 디지털 문화/트렌드



지난 2020년 10월, 엔비디아 CEO 잰슨 황은 이렇게 말했다. “If the last twenty years was amazing, the next twenty will seem nothing short of science fiction, The metaverse is coming.(Jensen Huang, CEO & Founder of Nvidia, @ GTC 2020). 한마디로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는 말이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이분 왜 이러실까-하고.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고 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앞으로 20년은 SF처럼 보일 거라고 말해서다.




그런 허세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기술이 기대를 배신하는 걸 그동안 너무 많이 봤다. 백투더퓨처 파트2나 블레이드 러너 같은 영화에서 상상했던 21세기는 오지 않았다. 2016년 아마존이 공개한 영상 속 드론 배송은 아직도 상용화되지 못했다. 자율주행차도 플라잉카도 우주여행도 아직 멀었다. 온다는 특이점은 대체 어딜 갔을까?

... 최첨단 기술이 우리에게 남긴 건 스마트폰과 QAnon 정도다. 세상도 인생도 기술도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요즘 한창 뜨거운 메타버스는 어떨까? 이 단어가 이렇게 뜰 거라고는 정말 생각 못 했다. 아바타를 이용해 살아가는 가상현실 세계, 알고 보면 익숙한 아이디어인 탓이다. 실제로 10여 년 전에, 메타버스를 표방한 세컨드 라이프라는 가상 세계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인기가 너무 높아서 구글 같은 곳에서도 유사 서비스를 만들었고. 당시 출시된 가정용 게임기에도 죄다 3D 아바타 채팅 서비스가 들어갔다.

맞다. 전에 알고 있던 메타버스는 3D 아바타 채팅 서비스다. 이게 뭐라고, 당시에는 차세대 인터넷이 바로 이런 가상 세계일거라 믿는 이가 많았다. 3D 게임(?) 속에서 일도 하고 연애도 하며 살아가다가, 나중에는 VR 헤드셋을 쓰고, 몰입형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게 될 거라고. 이런 생각을 반영한 게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원작 소설이다. 2011년에 나왔다.




멋진 아이디어처럼 보였지만,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조용히 망했다. 콘텐츠도 적고, 경제 시스템도 엉성했던 탓이다. 사람들은 떠났고 꿈은 빠르게 식었다. 그렇다고 메타버스라는 아이디어가 사라진 건 아니다. 많은 게임과 영화에 영향을 줬고, VR 기술이 다시 뜨면서 되살아났다.

게임 ‘포트나이트’를 만드는 에픽의 CEO 팀 스위니가 대표적이다. 놀랍게도 그는 여전히, 우리가 언젠가는 VR 선글라스를 쓰고,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가상 세계에서 놀게 되리라 믿는다. 여기에는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컴퓨터 그래픽과 AI 기술, 실감 나는 가상 세계, 기기를 가리지 않는 소셜 네트워크, 우리 자신이 이 세계에 있다는 어떤 존재감이 필요하지만, 결국 그렇게 될 거로 생각한다.

MS와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들은 일과 소셜 네트워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MS는 가상으로 만나 서로 협업하며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기고, 페이스북은 가상으로 실제처럼 만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어한다.




지금 뜨는 메타버스는, 각자 필요한 목적에 맞게 그때그때 이용하는 가상 공간/현실이다. 3D/VR 게임형 가상 놀이터고, 사무실이고, 카페다. 이렇게 간단한데,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현실을 대체하는 공간’이라거나, VR 기기를 항상 쓰고 살 것처럼 말한다거나,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술이라 생각하는 탓이다. 마치 인류가 여기에 걸어 들어가 살 것처럼 얘기하며, 그러니 여기에 투자해서 돈을 벌라고 한다.

유감이지만, 그런 메타버스는 없다. 앞으로도 오지 않는다. 문학적 상상력과 현실을 혼동하면 곤란하다. 기술이 덜 발전한 탓이기도 하지만, 애당초 인간이 그렇게 살지 않고, 그런 삶을 원하지도 않는다.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말한 것처럼 “삶은 모니터 속에서 사는 게 아니다(Life is not lived in the glow of a monitor)".

... 게임 아이템을 팔아 먹고 사는 일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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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yunan 2021/07/28 10:14 # 답글

    뭐랄까 좀 낡고 빛바랜 아이디어지만 버리기 아쉬워하는 거 같아요.
    싸이월드까지 부활(부관참시?)시키는 걸 보면 미련이 참 많은 노인네들이랄까.
    이미지를 그나마 잘 구체화한 것만 봐도 써로게이트부터 좀 더 가면 매트릭스까지 갈텐데 그게 벌써 몇 년전인데 ㅎㅎ
  • 자그니 2021/07/30 02:10 #

    사실 지금 말하는 서비스가 2개로 나뉩니다. MS나 페이스북 등에서 보고 있는 건 VR+AR 글래스를 이용한 원격 협업 모델이고, 포트나이트는 게임 부가 서비스...죠. 이걸 퉁쳐서 얘기하니 혼란이...
  • 돈쿄 2021/07/28 11:17 # 답글

    VR 기술의 한계점은 자명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삶은 모니터 속에서 사는게 아니겠죠...
    물론 지금 메타버스란 이름으로 크게 한탕하시려고 하는 분들은 또 지금이 찬스인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VR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한 VR 보다는 AR 또 그 보다는 MR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좀 많이 영향을 끼칠거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 자그니 2021/07/30 02:11 #

    핵심은 쉽고 가벼운 헤드셋이나 안경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VR 킬러 타이틀은 작년에 나왔는데, 그걸로도 사람을 못움직였거든요...
  • areaz 2021/07/28 13:22 # 답글

    메타버스가 온다라기 보다는 그런 건 이미 있었으니 왔었다 같은 느낌인데..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냥 돈 좀 벌고싶은데 사람들이 안모이네 좀 있어보이게 선전이나 해야겠다 정도? 그러다보니 다들 오세요 여기서 돈 벌 수 있어요 식의 플랫폼 비지니스밖엔 안되는 거죠.
  • 자그니 2021/07/30 02:11 #

    거기에 뒤에 숨어 있는 비트코인 세력들도 있고요.,..
  • 존다리안 2021/07/28 13:41 # 답글

    4차산업혁명 전반이 뭔가 부풀려진 느낌이랄까요.
    3D 프린터도 집집마다 하나씩 가질 수 있을 법한 (실제로 FDM 최저가들이 10만원대, DLP 방식이 5~60만원대로 내렸고 이걸로 개인들이 뭘 출력하거나 모델링해서 파는 창업도 있습니다.) FDM 방식 재료의 유독성 논쟁 때문인지 집에 3D 프린터 갖추는 경우가 많이 드물더군요.
  • 자그니 2021/07/30 02:12 #

    진짜 3D 프린터 실제로 출력해 보면, 아이 있는 집에선 안살듯 하더라고요. 항시 쓸만한 제품도 아니고... 다만 이런 과대 광고가 있어야 또 투자도 들어오긴 해서요..
  • 은이 2021/07/28 14:22 # 답글

    vr이전에도 hmd 부류의 기기가 수없이 나왔다가 사라졌고, 그 때마다 관련 업게의 이슈가 되었죠.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정교해지고, 보다 그럴듯 해 진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었던거 같네요.
    그나마 소비자에게 제대로 보급되기 시작한게 근래들어서이긴 한데...
    그거가지고 뭔 메타버스 타령인지, 그냥 투자자 낚으려는 헛소리로만 들립니다.

    가끔 그런 헛소리가 대박을 치기도 하지만, vr쪽은 오래전 부터 내려온 유구한 실패의 역사가 있기에..
    단호하게 아직은 헛소리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바닥 역사를 보면 몇년씩 명백유지하며 조금씩 발전 하고 있는거 자체가 정말 기적같은 일이고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죠.

    현실적으론 vr 영상 통화같은거 나오면 좋겠다 싶은 정도..ㅎㅎㅎ
  • 자그니 2021/07/30 02:13 #

    뭐랄까. 주가 올리기 좋잖습니까(...). 해외에선 게임 쪽(가상 세계)은 가상세계 비즈니스, 홀로렌즈가 OQ2 쪽은 원격 작업 등으로 다르게 보고 있는 듯 합니다. 그걸 나눠서 보는게 맞고요...
  • 고기사랑 2021/08/02 18:56 # 답글

    메타버스 흥미로운 기술이긴 한데 현재 필요한 건 이윰빌더같은 빌더라도 제발 좀 자체개발...
    (우리 개발자 친구는 최신기술에만 관심이 있고 당장 싸울 무기는 안만듬.)
  • 자그니 2021/08/03 00:45 #

    맞습니다. 사실 메타버스 기술 중 로블록스나 제페토, 포트나이트 등은 그냥 게임기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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