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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6 02:28

#위왓치유, 12살 소녀에게 연락한 평범한 남자는? 읽고 보고 느끼다



#위왓치유(원제 : Caught in the Net)는 체코에서 2020년 초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세 성인 여배우를 12살 아이인 것처럼 꾸미고, 12살 아이다운 세트장을 만들어 앉힌 다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접속했을 때 일어나는 일을 기록했습니다.

정말 딱 그것뿐입니다. 나중에 몇몇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영화 대부분은 그저 온라인 채팅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정말 그것 뿐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떼기 어렵습니다. 알고는 있지만 보지 못했던, 세상의 치부를 목격한 기분이랄까요. xxx 들. 욕이 절로 나옵니다.





그저 (가짜) 계정을 만들어 등록했을 뿐인데 순식간에 날아온 십여 개의 메시지. 촬영 기간이었던 열흘 간, 세 소녀(를 가장한 배우)에게 접촉을 시도한 사람은 2,458명. 대부분 남성이었고, 어른이었으며, 아이에게 하면 안 되는 요구를 합니다. 온라인 성관계를 원하거나 성기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고, 아이와 동물이 나오는 포르노 영상 링크를 보내며 보라고 합니다.

나체 사진을 요구하는 건 다반사고, 요구에 맞춰 (누드 배우의 몸에 출연 배우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보내면, 그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협박합니다. 그냥 저 나라에서 저런 일이 일어났구나-하고 생각하면 좋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우린 이미 N번방 사건을 경험했으니까요. 이런 일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겁니다.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위왓치유는 체코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고, 영상에 등장한 사람 중 범죄 혐의가 뚜렷한 9명(남성 8명, 여성 1명)에 대해 체코 경찰이 수사에 나서게 됩니다. 밝혀진 신상을 보면, 이들은 21세~62세고, 전과가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영상에는 현실에서 어린이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도 나옵니다. 배우에게 아동 포르노를 보낸 남자입니다. 영화 스텝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봤기에 잡혔는데, 막상 주위 사람은 그가 그런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심지어 영화 상영이 시작된 다음에도 계속 같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 다시 말해, 제가 욕하게 만든 그들은, 그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자기가 하는 짓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전혀 관심이 없네요. 아이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어요.”
- #위왓치유 영화 속 감독의 말


다른 건 평범한데, 평범하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온 사람들은, 타인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너와 나는 떨어져 있고, 너는 나에게 어떤 해를 끼칠 수 없으니(영화에선 영악하게, 가해자가 피해자를 달래는 말로 씁니다. 나는 너를 해칠 수 없다고), 자기 마음대로 사람을 도구 취급합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배우를 직접 만났다가 음료수를 뒤집어쓴 남자는, 그런 꼴을 당했음에도 두 달 뒤에 다시 연락했다고 합니다. “아직 화났니?” 하는 메시지와 함께. 배우가 연기하는 12살 소녀에게 나체 사진을 보낼 것을 요구한 다음, 그걸 인터넷에 올리고 협박한 사람이.





황당한 건, 이런 평범하게 나쁜 인간들이 저지른 일의 대가를 결국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린 악성 댓글과 뜬소문에 시달리다 떠난 여러 연예인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분쟁을 일으키는 특정 회원 때문에 망한 게시판을 본 사람도 많을 겁니다. 글이나 영상을 보지도 않고 쌍욕 먼저 박는 악플러는 자주 경험하셨을 거고요.

아이들에게만 향하는 문제도 아닙니다. 퓨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성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온라인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무례한 행동은, 현실과 마찬가지로 관계를 파괴합니다. 무례한 사람을 용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무례하지 않은 사람들이 떠납니다.




#위왓치유도 시작할 땐 이런 영화가 될지 몰랐다고 합니다.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곳은 ‘온라인 아동 학대 방지’를 목적으로, 유럽 이동통신사에서 만든 바이럴 영상이었죠(#위왓치유와 똑같은 상황으로 만들었습니다.). 후원자/회사가 없어서 감독이 대출 받아 만들다가,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해 완성했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감독도 정말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으면 다음 날 또 새로운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희망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단 한 명, 아주 평범하게 연락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나쁜 요구를 거부하라고 합니다. 자기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고 하면서요.

예, 무례한 행동은 소녀만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어른도 피해 갈 수 없는데, 소년이라고 다를까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사람은, 사람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자기 즐거움이니까요. 그런 사람 때문에 #위왓치유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청소년 버전을 따로 제작해, 사이버 폭력 대응 교재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출연 배우들도 상영하는 학교에 가서 청소년/소녀들과 자신이 겪은 경험과 대처법을 이야기한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에 닥쳤을 때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요? 무례함의 비용을 쓴 크리스틴 포래스는 BIFF라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누가 당신에게 무례하게 굴면 ① 간단명료하게(Brief) ② 정보 중심으로(informative) ③ 우호적이면서도(Friendly) ④ 단호하게(Firm) 대처하라고. 이게 힘들면 당연히 도움을 청해야 하고, 도움을 청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거나 혼나지 않아야 한다고.

다시 말해, 평범하게 나쁜 인간들, 트롤, 악플러에게는 냉정하게 대처하되, 관용을 베풀지 말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일까요. 그렇지 않기에, 잘 안보이는 넷 세상의 치부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단순하지만 명확한 룰이 세워지고, 나쁜 짓을 함부로 하지 못할 테니까요. 아니, 아예 처음부터 그러지 못하게 설계가 될 테니까요.

* 불쾌한 내용이 많아서 모두에게 권할 영화는 못됩니다. 아이를 두신 부모라면 봐두면 좋을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행해지고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과정을 잘 몰라서 조심스럽게 말합니다만, 학생들이 배울 미디어 리터러시 과정에,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덧글

  • 역보 2021/12/06 03:03 # 삭제 답글

    닷페이스의 '랜덤 채팅앱에서 십대인 척하고 성매수자들을 만났다' 시리즈 (https://www.youtube.com/watch?v=KZTEhC-HfEg), SBS 스페셜 '"15세 여자입니다" 글 올리자, 성인 남성 218명 '우르르''(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879854&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등이 생각나네요. 사실 이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언론사·미디어에서 랜덤 채팅앱으로 미성년 여성을 노리는 성인 남성들을 많이 다뤘습니다. 그런데도 근절이 안 되네요. 해외에서 만든 다큐지만 한국에서도 유효한 영화인 듯 합니다.
  • 자그니 2021/12/07 05:24 #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세상은... 복잡하니까요. 시스템 차원에서, 어떤 근절할 부분이 없는지를 살펴봐야할듯 한데... 어렵네요. ㅜ_ㅜ 한국에도 유효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대처할 자세 정도는 예방 차원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Ryunan 2021/12/06 10:29 # 답글

    sns를 중심으로 인터넷과 웹의 위험성과 해악을 미리 교육하는 부분이 시급합니다.

    물론 저런 쓰레기들도 잘 치워야겠고요.
    현실의 판결 수준을 보면 검사나 판사를 먼저 잡아넣어야 될 수준인 게 암담하지만.
  • 자그니 2021/12/07 05:25 #

    검사나 판사의 한계가 어찌보면 법의 한계이기도 해서요. 또 사건 터져야 xxx법이란 이름으로 움직일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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