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2년 9월,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 한정판이 영국에서 발매됐습니다. 갯수는 50권. 가격은 1,900유로. 분량이 무려 21,450 페이지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책입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명 물리적으로 읽을 수 없는 책.
아무리 그래도 인쇄가 되어 있는데, 읽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될까요? 처음 책 사진을 봤을땐, 힘들어도 옆으로 어떻게든 넘겨가며 읽을 수 있다. 만화가 재밌으면 다 된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가로로 페이지가 긴-책이 아니라, 지금까지 발매된 원피스를 한 권으로 퉁치는 바람에 엄청나게 두꺼워진, 농담이 아니고 정말 사실상 읽을 수가 없는 책이었습니다. 아니 저기 가로로 길쭉한게 두께 때문일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냐고요. ㅋㅋ
이 책의 작가?는 Ilan Manouach. 책을 조각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원작자에서 허락을 맡은 건 아닌데, 저작권에 엄청나게 민감한 출판사에서 별 말이 없는 것을 보면(알고는 있습니다.), 인쇄를 한 게 아니라 기존에 발매된 원피스 100권을 사다가 한 권으로 이어 붙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온라인 만화 생태계-라고. 다시 말해 웹 연재나 웹툰이란 건, 한 권의 거대한 책을 읽는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수집 가치는 사라지고 사용 가치만 남은 콘텐츠가 되었다는 걸 지적하는 걸까요. 아무튼, 참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이러다 나중에 진짜 슈에이샤 공식 원피스 1권 전집(...)이 나오는 거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안 읽을 거잖아요. 기념품이잖아요. 100권이 넘잖아요. 그럼 이런 굿즈도 괜찮을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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