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강제진압


2009/01/24   첫번째 용산 참사 촛불 집회 참석기 [61]
2009/01/20   경찰 진압과정서 용산 철거민 5명 사망 [52]
2008/07/27   [동영상] 촛불 다방에서 본 진압 장면 [34]
2008/07/21   나도 그들이 시민인줄 알았다 [13]
2008/06/29   6월 28일 촛불집회, 강제 해산 장면 [11]
2008/06/26   그래, 포기하면 세상은 아무 것도 아니지. [9]
2008/06/01   전경버스 위, 물대포와 맞서는 사람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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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용산 참사 촛불 집회 참석기




* 같은 과에 재학중인 영화가, 용산참사 첫번째 촛불집회(1월 20일)에 참석한 이야기를 보내왔습니다. 왠지 수기-같은 느낌이 드네요. 조금 격앙된 목소리이긴 하지만, 그날, 영화가 보고 듣고 겪었던 촛불 집회 이야기를 가감없이 올려봅니다. ...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좋진 않습니다. :) 이해해 주세요.


예정된 집회 소식 때문에 현장이 많이 막힐 것을 우려해 택시기사들 조차 용산방향으로 진입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래서 흑석동 중대병원 맞은편에서 151번 버스를 타고 용산역에서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갔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시위 구호와 확성기 소리가 가깝게 들려왔다.



오후 7시 즈음 용산역 맞은 편 국제빌딩 근처 참사현장에서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이때까지는 시위대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대충 봐도 백 명도 안 돼보였다) 시위대는 그들을 몇 겹으로 둘러싸고 있는 경찰무리에 의해 거의 고립되어 있었다. 경찰들이 인근 횡단보도와 골목, 차도, 건물 입구까지 다 막아서서 시위대가 모여 있는 곳까지 찾아가기 위해서는 한참을 빙 돌아가야만 했다.(경찰들 때문에 횡단보도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이 때문에 곳곳에서 시민들하고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고 불법적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것은 시민들이 아니라 경찰들이라고.)





검게 그을린 참사현장에 마련된 간이 분향소에 흰 국화를 바치고 묵념을 한 후, 촛불을 켜들었다. 8시가 되고 9시가 되고 10시가 되자 시위대의 숫자가 점점 많아졌다. 학생들과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나이 든 어르신들과 지역상인들도 모여들었다. (주변 상인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와 할아버지는 집회에 나온 학생들이 신기한지 우리 보고 "어디서 나왔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9시 즈음엔 한강대교 이후부터 용산역을 지나 서울역 방향으로 4차선 도로와 인도를 가득 메울 정도였으니 못 해도 1천5백 명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철거민들의 어이없는 죽음 때문에 시위대들의 감정은 처음부터 많이 격앙되어 있었고, 경찰 또한 이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려 했다. 7시가 되기 전부터 인근에 배치해둔 살수차(3대 중 2대 사용)를 9시가 막 지나자 본격 가동해 엄청난 수압의 물대포를 쏘아대며 시위대의 해산을 노렸고, 이에 뒤로 밀리며 거리 행진을 시작한 시위대를 뒤쫓아 가 방패를 휘두르며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시위대 중 흥분한 몇몇 사람들이 보도블럭을 깨서 경찰에게 투척하자, 돌무더기를 주운 경찰들이 이것을 시위대 쪽으로 다시 던져 시민들의 머리가 깨지는 등 부상을 입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대치는 자정 무렵까지 명동성당 입구에서 계속되었다.



오늘 아침 7시경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사상자 수는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은 건물 위로 올라간 사람들이 더 많은데 내려온 사람이 몇 없다며 경찰이 사상자 수를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사현장에 내걸린 검은 현수막에는 죽은 이들을 추모하고자 모인 시위대들이 목이 터져라 외친 구호, '살인경찰 물러가라'가 거칠게 휘갈겨 쓰여 있었다.



철거 및 이주에 따른 재산권 보장 문제는 사적재산권에 얽혀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들을 재빨리 쫓아내려고 무장경찰 특공대를 긴급하게 투입했다. 국가비상사태도 아니고 무력으로 진압해야할 범죄자도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물대포를 쏘고, 위협적으로 곤봉을 휘두르더니 기어이 철거민들을 사지로 몰아넣고야 말았다.



이제 이 나라에서 개인은 자신의 재산권을 주장할 때조차도 목숨을 내걸어야 한다는 말인가. 참사현장 뒤로 높이 치솟은 명품빌딩과 아파트들이 환한 빛을 내뿜으며 그 아래 너덜너덜해진 채 간신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사건물들을 가소롭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과잉진압 과정 중 철거민들을 기어이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서도 대국민 사과를 하기는커녕, 시위대를 더욱 강경하게 진압하려하는 경찰들을 보며 여기서 더 물러서면 결국 죽음 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제길... 붕신 같은 폭력대장 이명박 때문에 방학 때마다 집회에 참여하느라 방학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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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9/01/24 14:58 | 이의제기 | 트랙백(2) | 덧글(61)



경찰 진압과정서 용산 철거민 5명 사망



오늘 새벽, 경찰의 용산 철거민 강제 진압 과정에서 5명이 사망했다. 4명은 불에 의해 숨졌고 1명은 추락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농성은 어제(19일)부터 시작되었고, 경찰은 농성에 들어가자마자 진압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농성에 들어갔던 철거민들은 재개발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찰이 왜 그 자리에 있었는가. 경찰이 왜 철거민들에 대한 진압에 들어갔는가.

이 사건 소식을 듣지마자 든 생각이 그거였다. 아니 대체 경찰이 왜? 이제껏 꽤 많은 철거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듣고 접했지만, 경찰이 직접 철거민 농성 강제 진압에 나선 것은... 내가 알기론 2005년 오산지구 철거투쟁이 마지막이다. 대부분의 철거 싸움은 용역 깡패와 철거민들의 싸움이다. ... 그런데, 여기서 경찰이 왜?



2005년 오산지구 경우도, 용역 한 사람의 사망과 한달 정도의 장기 농성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진압은 이번 용산지역 진압과 거의 똑같이 진행되었다. 콘테이너를 올려 농성자들을 무력화 시키고, 그 이후 1층에서 경찰들은 진입시키는 방식. 다행히 인명 손실도 없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거민, 경찰, 대한주택공사 모두 피했어야할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엔, 용역은 어디가고 경찰이 초장부터 들이닥쳤다. 그동안 법이 바뀐 것일까? 철거민 농성은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과격한 싸움이다. 그래서 경찰이 용역의 행패를 팔짱끼고 보고만 있다는 욕을 먹는 건 봤어도,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많이 보지 못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일까. 위험할 것이 분명한 진압을, 대체 왜 시도한 것일까.


▲ 지난 11월, 용산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다 봤던 철거민들의 집회 장면.
사진 오른쪽의 건물이 이번에 불이난 건물이다.


...게다가 4명은 타죽었고 1명은 떨어져서 죽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를 모르겠다. 오십여명의 사람이 옥상에 있었다는데, 대체 어떻게해서 불이 붙었고, 그 불이 어떻게 사람을 죽였으며, 그 과정에서 경찰은 대체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할 것이 많지만, 그 전에 끔찍하다. 굳이 그래야할 필요가 없는 작전이 실행되었고, 죽거나 다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죽거나 다쳐야만 했다. 그리고 경찰 수뇌부는 이번에도 또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촛불때와 똑같다. 판박이다. 무리한 공권력 사용, 과도한 피해자 발생, 책임지지 않는 지도부, 총알받이 역할이 되어버린 아랫사람들. ... 죽거나 다치는 것은 언제나 밑에 있는 사람들뿐. 끔.찍.하.다.


* 오늘 아침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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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9/01/20 11:15 | 이의제기 | 트랙백(2) | 덧글(52)



[동영상] 촛불 다방에서 본 진압 장면


이날 종각역 앞에서, 경찰의 진압은 크게 세 번 이뤄졌다. 1차는 대부분의 대열이 행진을 하기위해 종로쪽으로 이동하고, 일부만 남아서 광화문-종각쪽을 지키고 있을 때였다. 청계천-광화문쪽에서 동시에 밀고 들어왔다. 이때는 시위대 전체와 몸싸움을 하다, 진압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행진하다 말고 돌아온 시민들이 다시 합류, 전경들이 조금 뒤로 빠졌다.

종각 사거리에서 모여있던 시민들에게, 이번엔 청계-조계사-광화문쪽 3군데에서 동시에 전경들이 들어오면서 진압작전을 개시했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인도로 밀려났고, 꽤 많은 숫자가 그 와중에 부상을 입었다. 일부는 연행을 당했다. 남은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숫자는 종각 앞 광장(?)으로 이동해 있었다.

불상사-라고 해야할까, 어찌되었건, 이제까지 봤던 것중에 가장 황당했을 지도 모를 진압이 이때 발생했다. 종각 앞에 모여있는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인도로 올라와 도망갈 곳도 없이 밀어버린 것이다. 뒷쪽은 종각의 철책이 있었고, 앞은 전경들이 있었다. 그 좁은 곳에 사람들이 꽉차 있었는데도, 전경들은 철책 바로 앞 까지 사람들을 밀어버렸다.




이때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은 채증하다 끌려들어온 전경 한 명을 놓고 돌려보낼지 말지를 가지고 촛불 다방 앞쪽에서 논쟁(?)중이었다. 그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꽉 차게 모여있었는데, 그 자리를 그냥 밀어버린 거다. 놀라서 카메라를 꺼내고 보니 촛불 다방 가장 안쪽, 종각 철책 바로 앞까지 밀려 있었다.


▲ 14초경 나오는 장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잘 안보이지만...
지금 위 화면에서 흐릿하게 나타나는 것이 전경이 들고 찍으려는 방패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보니, 동영상에 아주 흐리게-_-;
방패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분이 찍혀있었다.


인도를 점령하며 사람들을 종각 안으로 밀자, 촛불 다방 자리쪽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항의했다. 그러자 한 전경이 방패로 그 사람을 찍었다. 그러자 흥분한 시민들이 전경 한 명을 끌어당겼다. 그는 40초 동안 시민들에게 갇혀있다가, 예비군들에 의해 돌려보내졌다. 좀 있다 한 아저씨가 그리 쎄지않게 전경들에게 어필을 했는데, 갑자기 연행을 당할 뻔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갑자기 안에서 손이 나와 잡아당겼다고 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솔직히 그 짧은 시간 동안, 그 자리는 아수라장이었다. 도망갈 곳도 없이 밀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뒤는 철책이고 앞에선 방패가 날아다녔다. 옆에선 끓는 물이 튀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뒤가 종각이었으니까 망정이지, 벽이었다면 정말로 난리 났을 거다.

촛불에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론 깊은 고민이 생겼다. 이젠 이렇게 무작정 모이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없다-는 생각.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토요일 집회에는 몇년이라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모일거다. 하지만 모이고-행진하고-진압당하고-의 패턴이 너무 오래간다. 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날 사람들은 붙잡힌 전경을 돌러보내느냐 마느냐 가지고 가장 격렬하게 대립했다. 이미 전경에게 맞았거나 친구가 연행된 사람들은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고, 반면 다른 사람들은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자는 입장이었다. 내 입장을 정리하자면, 전경들이 폭력의 실체인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껍질에 불과하다. 껍질에게 화내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동영상에서 때리지 말라고 격하게 외치는 소리가 본인이다..--;;).

지금 촛불에게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서 다른 곳에서 홍보 활동을 한다던지, KBS 사수 집회를 한다던지, 뭐래도 좋으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면 서울 곳곳을 누비며 플래쉬몹이라도 하자. 그 자리에서 각자 10명에게 교육감 투표 참가 독려 문자 메세지 퍼포먼스를 하는 것은 어땠을까.

꼭 전경들이랑 싸워야 저항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평화-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쓸만한 방법을 찾자는 거다. 국민MT 할거면 진짜 국민엠티하자. 어디 서울시내 가까운 곳(또는 서울 시내 대학들도 있잖은가.)에 큰 장소 하나 벌려서 진짜 엠티 하면서, 서로 토론도 하고 인사도 하고, 고기도 구워먹고 말이다.  

어차피 촛불은 조직이 아니라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다. 그럼 커뮤니티 단위로 실천을 고민해 보자.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말이다. ... 물론 7월 30일에는, 서울 중심가에서 한판 신나는 잔치를 벌일 생각이지만.


▲ 82cook 분들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 7월 30일날 광교쪽에서 번개를 쳐볼까 하는데- 함께 하실 분 계신가요? 그냥 가볍게 만나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준비하실 것은, 선거 결과와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생각 있으신 분은 비공개로 폰번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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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7/27 05:35 | 동영상 | 트랙백(1) | 덧글(34)



나도 그들이 시민인줄 알았다




지난 토요일-일요일로 이어지던 행진에서, 새벽 4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서대문 로타리-새문안 교회로 이어지는 길에서 경찰의 강제진압이 있었다. 이 날 진압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경희궁 앞 공원에 있던 시민들이 십여명 연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갑작스럽게 밀고 들어오는 전경들에게 여러사람이 밀리고 넘어져 다쳤다.


▲ 이날 행진은 솔직히 경찰이 아니라 장대비와의 싸움이었다. -_-;
사람들은 경찰과 의미없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 청와대를 둘러싼 모든 길이 막히고, 서대문에서 올라가는 길엔
전경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위 동영상에서 전경들이 시민들을 한번 밀고내려간 후, 대오를 정비하는 전경들의 뒷편으로 흰색 비옷을 입은 수십명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고립되었다가 빠지고 있는 시민들인줄 알았다. 항의도 안하고 아무 것도 안하면서 그냥 서 있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나이도 좀 있어 보이는 분들이라, 어디 386 분들인가-라고 생각했다.

동영상을 찍다가 행진 대열과는 완전히 멀어지고 말았다. 다시 비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비나 피하자고, 정동 맥도날드 건너편 꽃집 앞에 앉아 담배 한 대 피우고 있는데, 뒷편의 전경들 한무리가 빠지는가 싶더니, 이 사람들이 모두 내가 있는 꽃집 쪽으로 이동해서 휴식을 취했다. -_-;

그들은 사복경찰이었다.

얼굴들을 보니 30대 후반에서 40대 정도. 운동화를 신고, 햇볕에 많이 그을리긴 했지만 나름 점잖은 얼굴들이었다. 이때도 여전히 나는 이들이 시민인줄 알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더라. 무전기를 든 사람들 둘이 오더니 사람들을 두 패로 불러 모은다. 뭐하나 했더니 작전회의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직력이 무척 좋은 사람들이네-라고 생각하다가, 아까 의료지원팀의 한 명이 "제네들 사복 경찰일지도 몰라요"라고 한게 떠올랐다.

이때 속으로 허걱-_-했다. 이들은 사복 형사들이었다. 나이를 보니 순경보다도 많겠더라. 한 젊은 학생이 온몸에 비를 맞으면서 오더니 "나쁜 놈들, 표적을 찍어놓고 체포하러 오냐!"라며 울부집으며 항의했다. 나중에 아침에 만난 다른 분들께 얘기 들어보니, 이 사람들이 앞에 있던 사람들을 강제연행했다고 한다. 다들 "우리편"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체포를 하려고드니 놀라고 당황했다고.

혹시나 뭔 일이라도 날까 싶어, 학생을 달래며 돌려보냈다. 보내고 한사람씩 얼굴 봐두고, 다친 사람들 있는 쪽으로 내려오니, 광화문쪽으로 열을 지어 이동한다.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한 사람은 경찰들이 오는 거보고 놀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 셔터내리려다 방패로 찍혔다고 한다. 그 사람은 거리에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고 있었다.

시민 기자 두 사람이 충정로쪽으로 간다고 택시를 타고 떠났다. 다른 몇분들이 오더니 청계천쪽에 사람들이 있다고 가보자고 한다. 가는데 몇몇 사람들이 사복 경찰들 봤다고, 다시 한번 알려준다. 비가 쏟아져도 너무 쏟아져서,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청계천에 도착하니 몇몇 사람들과 예비군을 빼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충정로(여의도?)-서울역-광화문 촛불다방, 그리고 청계천에 있는 우리들 일부.


모이신 분들과 인사하고, 그분들이 사주신 라면 한그릇 얻어먹었다. 다들 촛불집회에서 만나 서로 친구가 되신 분들, 나이가 좀 많으신 분들이었다. --; 그분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물먹어 난리를 치는 휴대폰을 달래며, 그렇게 아침을 맞이했다. 힘들고, 지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에게, 조금은 절망한 하루. 그런 내 마음을 아는 듯, 아저씨 한 분이 그러신다.

"저 형은 촛불들이 다 꺼지고 나서 하나만 남으면, 그 촛불을 바로 자기가 들고 있을 거래요. 근데 나도 그럴 거거든? 그리고 다들 그런 마음으로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이 촛불이 어떻게 꺼질 수 있어요?"


그러고보니 아까, 며칠전 화장실 다녀온다고 내 전화번호를 따갔던 아저씨에게 아까 전화가 왔었던게 생각났다. 새벽 두시 넘을 때쯤, 갑자기 그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었다. 왠일인가-싶어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오늘도 대열에 계세요?"
"아, 예- 어쩌다 보니-"
"아휴- 매일같이 그렇게 밤새서 몸이 어떻게 버틴데요. 좀 쉬엄쉬엄해야지"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
"그래요- 수고하시고요- 나중에 다시 보게되면 커피라도 한잔 합시다"


그 생각을 하는데 아저씨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인터넷 방송보다가, 지금 서울역으로 나오셨다고 한다. ... 그때 시간이 새벽 다섯시반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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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7/21 01:46 | 이의제기 | 트랙백 | 덧글(13)



6월 28일 촛불집회, 강제 해산 장면


이 날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물대포 전쟁의 날? 강제 해산의 날?




서로간의 공방끝에 피곤하고 지친 탓이었을까. 경찰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고 마구 살수를 해댔다. 시민들이 소화전을 꺼내 맞섰지만, 맞섰다-는 것외엔 크게 의미가 없었다. 애시당초 불끄는 물과 사람 밀어내는 물이 다른 탓이다.



시민들이 버스를 끌어내려고 힘쓴지 조금 지나자, 갑자기 진압이 들어왔다. 세종로 구조상 진압이 여의치 않았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진압은 서투르고 위험했다. 경찰 자신들을 스스로 위험에 빠트리기까지 했다. 경찰 개개인의 잘못인지, 지휘부의 잘못된 판단인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화를 자초한 것은 확실하다. ... 그에 비하면 몇몇 시민들이 침착하게 많은 이들을 말렸다. 때문에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 일부가 고립되자 골목에 대기해뒀던 다른 경찰 부대를 급하게 투입했다. 갑작스런 진압에 여럿 다치고 쓰러졌다. 아니 초기의 갑작스런 진압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이 다친 후였다. 내 옆에 있던 친구는 무서워 떨었다. 그래서 일부러 글을 줄인다. 마음이 화를 내면 낼수록, 머리는 다스려야 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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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6/29 12:21 | 동영상 | 트랙백 | 핑백(1) | 덧글(11)



그래, 포기하면 세상은 아무 것도 아니지.


한참 촛불집회 생중계를 보다가, 잠시 담배 피러 베란다에 나갔는데, 그런 생각이 나더라. 지금 저 곳에선 살벌한 진압이 벌어지고 있는데, 눈 앞에 펼쳐진 한 밤중의 아파트 단지는 왜 그렇게도 평온스러운 걸까. 맞아, 그래. 눈을 돌리고 나면 세상은 아무 것도 아니지. 싸움은 저기 저 멀리에서 벌어지고 있고, 나는 이렇게 조용한 방 안에 앉아 있는 걸.

오늘 집에 들어오는 길에는, 배가 고파 만두 한 판을 사들고 들어왔어. 더운 여름인데도 아주머닌 정말 열심히 팔고 계셨지. 정말 여름이 왔나봐. 가끔 바람이 불때면 가로수들이 속삭이더라. 사각사각, 따뜻한 날들이 왔다고. 아아, 그래. 향긋한 나뭇잎 냄새가 나더라. 귀에 꽂은 아이팟에선 넬이 간지럽게 노래 부르고, 낯선 추억들이 조금씩 몸을 감싸고.

집에 들어와 컴퓨터를 켰어. 그 안에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더군. 경찰들이 물대포를 쏘고, 사람들을 잡아가고, 어디에선 손가락이 끊어졌다는 소식이 들리고. 그 이야기를 보고 듣고 있으려니 몸이 오싹해졌어. 그냥 꺼버리고 싶은데 차마 그게 잘 안되더라. 저건 그냥 전달받은 영상일 뿐인데. 그저 고개 한번 돌리면, 마우스 클릭 한 번 하면 지워버릴 수 있는데. 

맞아, 그래. 우리는 눈 앞에 있는 것만을 보면서 살아가.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무엇이 어떻게 일어났는 지조차 몰라. 바로 코 앞에서 전쟁이 벌어져도, 내 눈 앞에만 보이지 않으면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응, 그래. 우리는 그저 눈 앞에 일어난 것만을 바라보기에도 급급해. 어쩌면 그래서 인지도 몰라. 나는 더듬거리며 칼라TV와 오마이뉴스가 전해주는 영상을 읽어. 모르고 싶지 않기에, 모르척 할 수 없기에.

아까 저녁에는 경복궁 역에 갔었어. 길거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데, 경찰들이 그 사람들을 둘러싸고 갑작스럽게 연행해 가더라. 주변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싸우고, 나는 그 모습을 찍다가, 있다가 있을 간담회 때문에 잠시 빠져나와야만 했어. 웃고 떠들던 간담회가 끝나고 다시 광화문에 들렸다가, 오늘 있을 공연 준비를 해야해서 일찍 집에 들어왔어.

그래, 포기하면 세상은 아무 것도 아냐. 그저 눈 앞의 것만을 보며 편하게 살아갈 수도 있어. 하지만 볼 수 있는 것들 밖에도,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아. 어떤 하늘 아래에선 내가 아닌 네가 살고, 어떤 방 안에선 나와 같은 영상을 너도 볼꺼야. 내가 보는 세상과 네가 보는 세상은 그래서 아프게 연결돼. 그 순간 너와 나는, 다른 세상이 아닌 같은 세상을 살고 있어.

사람들이 연행되어 가는데, 나는 내 할 일 있다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왔어. 뭔가 화가 나서 입술을 깨물었어. 그래, 우리는 아무런 힘이 없어. 나도 내가 해야할 일이 있고, 그걸 지금은 포기할 수 없어. 방송국처럼 순식간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아프리카 BJ들 처럼 생활의 일부분을 내주면서 함께 할 정도의 용기도 없어.

미안해, 그 자리에 함께 있지 못해서. 미안해, 니 옆의 자리를 지켜주지 못해서. 그렇지만 포기하진 않을께. 영상을 더듬으며 읽으면서라도 함께 할께. 내가 알고 있고, 보고 있고, 찍고 있던 그것만이라도 전달하려고 노력할께. 그 세계를 포기하는 순간, 너와 나의 세계는 멀어지고 말아. 나는 그것만큼은 잃고 싶지가 않아.

... 조금만 기다려줘. 곧, 그 자리로 달려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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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6/26 04:49 | 오후의 잔디밭 | 트랙백(1) | 덧글(9)



전경버스 위, 물대포와 맞서는 사람들




전경버스 위에 올라간 시민, 물대포에 저항하는 사람들



강제연행되는 시민.



할 수 있는 일이 이 것밖에 없는가, 라고 생각했다. 할 줄 아는 것이 이런 것밖에 없는 가, 라고 생각했다. 마음을 바꿨다. 할 수 있는 것이 이 것밖에 없다면, 이거라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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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6/01 16:49 | 동영상 | 트랙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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