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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네가 벌인 누드 퍼포먼스 소식을 들으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솔직히 난 재밌었어. 정말 탱크 앞에 다 벗고 나설줄은 몰랐거든. 어제처럼 빨간 페인트 뒤집어쓰고 반나체로 움직인다면 모를까, 이런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퍼포먼스를 직접 하다니! 게다가 이번 퍼포먼스를 위해 12시간이나 잠복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입이 떡- 벌어졌어. 이 놈, 괴물이구나-하고 말야.
맞아. 나도 네 말에 반쯤 동의해. 군대에 대해선 고민해 봐야해. 군대를 없애면 돈이 생기고, 그 돈으로 굶는 아이들에게 밥을 먹일 수 있다-는 류의, 순진해 보이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언제까지 지금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 수는 없지. 까놓고 얘기하자면 가급적 빨리 모병제로 전환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미안, 난 군대 폐지론자는 아냐.)
그렇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너는 정말 뭐랄까, 노이즈 마케팅에는 타고난 녀석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 나쁜 뜻이 아냐. 너는 류상태 목사님 말대로, 유쾌한 난봉꾼인게지. 자신이 언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지를 알고, 그것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줄 아는 영민함도 지녔어. 대중적 더듬이를 지닌 너는, 어쩌면 정말 천부적 마케터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오늘에야 눈치챈 것은 아냐. 네가 예전에, '태환아, 너도 군대가'라고 썼던 글을 읽으면서도 그 생각을 했지. 아이쿠, 입소문 마케팅엔 정말 천재구나-라고. 니 글은 어떤 주장을 말하는 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실은 선전포고나 다름 없었지. 논리가 부재한 빈정거림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싸움을 걸려는 의도가 너무 읽혀서 되려 민망하기까지 하더라.
쉬운 길은 독약이다
맞아. 넌 천부적인 마케터야. 그리고 그 재능은, 지난 시간 오랫동안 싸움을 진행하면서 단련되고 다져진 것이겠지. 하지만 말야, 쉬운 길은 독약이야. 노이즈 마케팅은 결국 상품의 논리, 너무나 많은 상품 가운데 어떻게든 사람들 눈에 띄이지 않으면 잊혀져버리는 상품들의 몸짓. ... 결국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상품이거든. 노이즈 마케팅엔 성공했는데 상품이 변변치 않다면, 사람들의 분노는 두배가 되어버려.
너는 어느 순간 그런 태도를 택해버렸어. 친구를 적으로 돌리고, 사람들을 바보처럼 대하고 있어. "군대는 이렇게 나빠요. 나는 평화를 보여주기 위해 누드를 택했어요. 군대는 없어져야 해요." ... 하지만 사람들은 니가 말하는 것을 몰라서 군대를 가는 것이 아냐. 정말 군대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보통 그렇지 않아. ... 그러니까, 군대를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나는 너에게 거센 바람을 막아줄 방패여야 했는데 기댈 등나무여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도 못하고 오히려 더욱 모진 바람이 되고 말았구나. 군화발이 되고 말았구나
- 애인에게 2, 강제윤
...난, 지금 입대를 앞둔 많은 친구들이, 이 시와 같은 마음일거라고 봐.
면제는 신의 아들, 현역은 어둠의 자식들이란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냐. 박노해 시인이 군대가는 2년을 "썩으로 간다"고 표현한 것도 괜한 말은 아니지. 그래, 솔직히 우리들 대부분은 군대에 가기 싫어해. 신나게 군대 얘기를 늘어놓는 사람들 중에도, 다시 군대가라고 하면 '안간다'고 할 사람이 더 많아.
그렇지만 니가 하는데로, "평화를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군사제도가 사라져야 하고, 그 변화를 위해 ... 군대 대신 감옥 가기 100인 캠페인"에 동참할 사람들은 더 적을거야. 그만큼의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거든. 그건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그래서 신념이 필요한 일이야. 사회적 합의, 또는 이미 존재하는 체재를 깰 정도로 간 큰 사람은 많지 않아.
아니 무엇보다, 그런 사람들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이 쌍아놓은 체재 위에 '자신의 소중함을 핑계로'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될거야. 그런 상황에서 "난 소중하니까.."라는 말로 빈정거리는 것은, 친구가 아닌 적을 늘리는 일에 지나지 않아. 분명 진지해야만 진실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지만 진지해야 할 때 진지하지 않으면, 껍데기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어.

그동안 다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게 박수를 보냈던 것은, 그들이 가진 진지함을 알기 때문이었어. 386 선배들의 전방입소반대투쟁도, 미군의 전쟁을 막으려다 죽어간 미국 평화활동가들도 ... 심지어는 여호와의 증인들까지도, 모두 자기가 짊어질 리스크를 알면서도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었지.
자신의 종교와 신념에 어긋나길 원하지 않아서, 군 녹화사업으로 죽어간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냥 듣고 넘길수가 없어서, 자신이 낸 세금으로 다른 나라의 시민들을 죽이는 전쟁을 막고 싶어서 ... 그래, 어쩌면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었기에 그 길을 택했고, 그 가운데 많은 숫자의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었어. 그렇게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나는 자위권 행사가 아닌 모든 전쟁을 반대해. 그리고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군대를 반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신념을 날림으로 먹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의석이 니가, 너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이번 퍼포먼스는 훌륭했어. 재밌었어. 그리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이들이 군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 하지만 그것은, 결코 빈정거림으로 이어지진 않을꺼야.
난 네가, 네 자신의 신념을 쉽게 배반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퍼포먼스를 했다고도 믿고 싶지 않아. 자기 자신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승화시키는 방식도 훌륭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으니까. 그렇지만... 군대에, 썩지만 썩지 않기 위해서 가는 사람도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군대에 가야할 친구들을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구는 것도 그만 뒀으면 좋겠다. 그들 역시 '내 자신이 소중한 것'을 몰라서 군대에 가는 것은 아니니까. ... 마지막으로 박노해 시인의 옛 시 하나 보낸다. 군대가는 후배들에게 항상 쥐어줬던 시야. 그럼, 안녕. 잘 지내렴. "술 고프면 문자 하나 보내고~♬"
박노해 - 썩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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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추석을 앞두고 기륭전자 앞에선... 조촐한 네티즌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 저야 변함없이 바자회..를 열어, 책 팔았구요. 아래는, 전주촛불님들이 만들어주신, 기륭 투쟁 함께해요-라는 천 걸개.
조계사에서 휘둘러진 칼날에 상처받으신 분들이, 피가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수혈을 해줘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농성장에서도, 헌혈함을 만들었습니다. 기륭전자 문화제에 가실 분들은, 집에 남는 헌혈증 아래통에 넣어주세요.
이날 문화제에는, 반가운 친구들이 찾아왔었답니다. 바로, 청소년 브라질 악단인 '속으로 빌어요'의 다섯 친구들입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비롯, 네 곡의 노래를 부르고 갔어요. 사실 이 친구들, 이 날 엄청나게 늦어서... 먼저 공연하신 몸짓패 분들이, 애 많이 써주셨다죠 :)
아래는 이날 '속으로 빌어요' 친구들이 불렀던 노래들입니다. 첫번째 곡은 트래스태자. 슬픔을 딛고 이기자-라는 의미의 곡이라고 하네요. 두번째 곡은 필류지간지... 흥겨운 곡인데, 중간에 메모리 카드가 모자라서 영상이 끊겼습니다. 세번째 곡은 소유메우. ... 다들 포루투칼어라서... 무슨 의미인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ㅜ_ㅜ
...시크릿폰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조금 어두운 감은 있습니다...-_-;;
신나는 곡이었는데, 아쉽게 짤렸네요.
로맨틱한 곡처럼 느껴지는데, 확신할 수는 없겠네요. :) 남미 노래들은, 곡은 로맨틱해도... 가사는 슬픈 경우가 꽤 많아서.. :) 아무 튼, 이날 찾아준 다섯친구들 덕분에, 조금 쓸쓸할 수도 있었던 기륭전자 농성장이 환-해졌습니다. 고마웠어요. 이날 여러가지 일이 많아서, 다들 조금씩 착잡해 있었거든요.
이날가서 보니, 박노해 시인이 와서 '시 걸개'를 하나 붙여놓고 가셨더군요. 그 시의 내용을 옮겨적으며,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아직은 푸른 나이 아직은 푸른 믿음 푸른 눈물 푸른 걸음으로 철탑 끝을 오른다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이 땅에 살기 위하여 비정규직으로 굴러 떨어지는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철탑 끝을 오른다 허공 끝을 오른다
끝내 버릴 수 없는 인간에 대한 믿음 하나 끝내 버릴 수 없는 우리들 자존심 하나로 허공의 깃발로 매달려 허공의 열매로 매달려
비바람에 나부끼고 어둠 속에 타오르며 마지막 정리해고가 되기 위해 마지막 비정규직이 되기 위해
이 땅의 천대 끝까지 이 땅의 차별 끝까지 녹슨 철탑 끝을 오른다 흐린 허공 끝을 오른다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이 땅에 살기 위하여
- 박노해, 「다시,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이 땅에, 다시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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