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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6   [파업지지] MBC 뉴스의 자존심은 반드시 지키자 [139]
2008/08/22   10년후의 내가, 10년전의 나에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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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지지] MBC 뉴스의 자존심은 반드시 지키자


누가, 무엇 때문에 사랑하는 동료들의 펜을 놓게 하는가.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지난 20일 파업을 풀고 현업에 복귀한 기자들은 추성춘 보도국장으로부터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들은 바 있다. "보도국에 그동안 유휴인력이 많았음이 증명됐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서 "특종을 가져와라, 특종도 가져오지 않고 연성뉴스니 뭐니 논쟁하지 마라"는 얘기도 함께 전해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를 비롯한 보도부문 지도부는 지금, 애써 발굴한 특종뉴스를 뭉개버렸다. 재벌 회장이 시내 한복판에 부동산 실명제를 어겨가며 땅을 소유하고 있다가 2천평 짜리 저택을 짓는데도 기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보도국장이 특종뉴스를 뭉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회기중에 골프를 쳤다는 특종뉴스를 뉴스데스크 말미에 편집했다가 시간을 이유로 빼버렸고, 교육제도의 개혁과 관련한 특종기사가 뉴스데스크 마지막에 간신히 턱걸이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국장단은 '생선회 싸게 판다'는 리포트의 시청률이 높았다며 희희낙락했다. 도대체 무엇이 기사이고 특종인가.

보도국장과 기획취재부장은 당초 '한화회장 호화저택 불법 건축'건의 기사가치를 문제 삼다가 기자들의 저항에 부닥치자 한화와 경향신문의 로비 때문에 보도가 어렵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카메라출동이 로비 때문에 불방위기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 임원의 친척이 과거 카메라 출동 보도로 인해 형사처벌까지 받았지만 카메라 출동에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었다. 회사 전체가 카메라출동을 MBC의 명예와 자존심으로 대접하고 보호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보도국장과 담당부장은 그러한 원칙을 너무도 쉽게 무너뜨리고 있다.

"그룹 이미지도 생각해 줘야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잖아" MBC 보도국 부장의 말인가, 한화 홍보과장의 말인가. "경향신문도 생각해줘야지. 방송되면 부탁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나." MBC 보도국장의 말인가, 경향신문 편집국장의 말인가.

보도국장은 마지막으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카메라출동 타이틀을 빼고 시간을 줄여 일반 리포트로 만들고 뉴스데스크가 아닌 뉴스시간에 내보내는 것은 어떤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차일피일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완제품은 한 번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수차례 보완만 지시하며 방송을 미루다 받아들여지지 않을게 뻔한 요구는 무엇 때문에 했는가. "나는 방송을 내보내지 않으려 하지는 않았다"는 구차한 명분을 만들려는 의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제 기자들은 어떻게 고발기사를 취재해 보도할 것인가. 어떻게 현장에서 허리를 펴고 떳떳하게 취재할 수 있겠는가. 보도국장과 기획취재부장은 "경향신문을 생각하려다 MBC 보도국 조직을 망칠 수 있다"는 기자들의 호소마저 무시했다. 이제 앞으로 발생할 모든 파국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그들 스스로 매듭을 풀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난 시간 살아왔던 일들이 층층히 쌓인 켜 위에서 살아간다. 자란 키가 다시 작아질 수 없듯, 시간은 결코 되돌림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난 과거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것도. 과거는 모두 현재에 새겨져 있다. 우리가 보는 TV 뉴스라고 결코 다르지 않다.

위에 옮긴 글은, 1997년 1월 29일, 전국문화방송(MBC) 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에서 발표한 성명서다. 이 글에는 당시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한 기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는 지가 잘 드러난다. 그리고 당시 TV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었는 지도.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허리를 펴고 꼿꼿하게 취재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지금의 MBC고, 이제까지의 PD수첩이었다. ... 뭐, 아직 분명히 모자란 점도 많긴 하지만.

그런 MBC가, 오늘, 파업에 돌입한다고 한다. 1999년 통합 방송법 제정을 앞두고 실시한 총파업 이후, 9년만이다. 아니다. 그 정도가 아니다. MBC 뿐만 아니라, 전국언론노동조합 초유의 총파업이다. 왜? 한나라당이 시도하는 언론장악 7대 악법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재벌에게 방송을 넘기는 일을 막기 위해, 언론재벌에게 공영방송이 넘어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 김주하, 박혜진 앵커도 이번 파업에 동참한다.


어떤 이는 말한다. IPTV 시대가 되면 어차피 MBC도 일개 채널의 하나일 뿐이라고. 국민소득 4만달러가 되면 몇집 걸러 요트가 한대씩 생기니, 대운하 파야한다고 주장했던 어떤 사람과 비슷한 소리다. 차라리 100% 보급률을 옛날옛적에 넘긴 TV에 내용을 공급하는,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을 먹어삼키고 싶을 뿐이라고 솔직하게 말해라. 일개 채널은 개뿔이.

또 어떤 이는 말한다. 말만 공영방송이지 상업방송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맞다. 상업적인 내용, 정말 많이 방영된다. 그래도 공영방송이란 틀을 갖추고 있으니까 이 정도 모양새라도 나오는 거였다. 그런데 재벌이 이런 방송사를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위의 성명서를 보면 대충은 짐작할 수 있겠다. 재벌, 권력의 비리는 제대로 방송에 나오지도 않을거고, 같은 계열사면 편들어 줄 것이며, 시민들의 목소리는 사라져 버릴 것이다.

굳이 그렇게 따질 필요도 없다. 그동안 학계의 연구에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가 발달할 수록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향이 있으며, 그 주된 이유가 바로 미디어 독점, 미디어 재벌의 등장 때문이란 것은 입이 아프도록 밝혀진 사실이다. 베지키언은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소수의 기업이 장악하는 자본주의 미디어는 전체주의 국가의 미디어 상황과 다를게 없다고 규정한 바 있다. ... 그런데 한나라당은, 그런 미디어 독점을 유도하는 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 92년 MBC 파업 당시 주동자로 몰려 구속됐던 손석희 교수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왜 이런 법을, 제대로된 토론도 없이, 밀어붙이려고 하는가? 간단하다. 이익을 보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세력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사 경영 참여 전면 허용, 재벌이 지상파 방송을 소유 가능하도록 개정, 신문과 방송 겸영 금지 규정을 없애버린 것.. 이 모든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킬 것은 지키고, 막을 것은 막아야 한다. 저들의 으름짱에 밀려버리면, 그 다음에 진행될 것들은 뻔하다. 안그래도 IMF에 버금가는 경제난국이 올지도 모른다고 모두다 얘기하고 있는 시절이다. 어려움을 핑계로, 재벌과 수구언론의 이익만을 챙겨주려는 꼴을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 그네들만 사는 나라가 아니란 것을 말해줘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파업을 지지한다.

자료출처_<공정보도> 성명서-MBC뉴스의 자존심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MBC 노동조합, 97.01.30


■ 관련글





Daum 아고라



서명진행중
국민모두

MBC, SBS, EBS, YTN, CBS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합니다!




905분께서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방송법을 개악하여 재벌과 조중동이 방송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하려합니다. 이것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만들어 국민들을 상대로 자신들을 호도하려는 것입니다. 이에 MBC, SBS, EBS, YTN, CBS 방송국의 노조들은 파업을 결의하여 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갑니다. 특히 MBC와 SBS는 강도 높은 파업이 예상됩니다. YTN은 방송법 개악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방송을 계속 내보낸다고 합니다. EBS와 CBS도 동참의 의사를 밝힌 상황입니다. KBS는 사원행동만 동참한다고 하는데 KBS 노조 차원에서의 동참은 아닙니다.

서명이 아니라 지지의 메시지를 적어주십시오. 취합하여 보내고 싶습니다.

26일부터 파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시다.

* 이 청원은 파업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 유지하겠습니다.




청원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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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12/26 03:14 | 이의제기 | 트랙백(24) | 핑백(3) | 덧글(139)



10년후의 내가, 10년전의 나에게


널, 죽이겠어.
널, 죽이고 말겠어.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소리가, 그렇게, 날 따라오며, 외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칼날들이 내 어깨를 찌르며, 난 무서워 소리도 못지르고, 울먹이며, 도망치고 있었다. 팔이 떨어진 것일까, 피가 솟는 느낌, 배가 찢어진 것일까. 아파. 아파. 아파. 아냐,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떴다. 새벽, 1시 30분. 집의 마루. 아, 그렇구나. 나, 지금, 집에 있구나. 어떻게 된거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른발이 아팠다. 쿡쿡. 세번째 발가락이 퉁퉁 부은것 같다. 아, 그렇지. 쓰러졌었지. 집에 돌아와 물 한컵 마시다가, 그냥, 쓰러졌었지. 갑자기 넘어지듯 쓰러졌다가, 왠지 누운 것이 너무 편해, 일어나기 싫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던 것일까. 그냥, 누운 채로 잠이 들었던 것일까...

하지만, 이상하게,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나, 살아있는데, 어디 한군데 베인 곳은 없는데, 공포가, 사라지지 않았다. 캄캄한 집에서, 무엇인가가, 갑자기 튀어나와, 너를 죽일꺼야. 그렇게 말하며 나를 찌를 것 같았다. 사람들은 모두 어디간 것일까. 나를 빼고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아직 지랄탄 가루가 남아있어서 인지, 눈이 자꾸 매웠다. 방에 들어가 불을 켰다. 문득, 손에 낯선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까만 점들이 손등에 콕콕 박혀 있었다. 뭐야, 이건. 손을 들어 자세히 보는데, 코를 찌르는 지랄탄 냄새. 맞아. 아까 지랄탄이 날라왔었지. 그리고 나는, 그것을, 손등으로 쳐냈었다. 시커멓게 탔던 목장갑. 괜찮은 줄 알았는데, 목장갑의 사이사이로, 지랄탄은, 내 손등을 태우고 달아나 버렸다. 아아, 정말 지독하군.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그러다 다시, 이불위로 쓰러지듯 주저 앉았다. 담배를 피고 싶어. 그렇게 중얼거렸다. 피곤해. 눕고 싶은데, 잠을 자고 싶은데, 다시 악몽을 꿈꿀까봐 그러지도 못하겠어. 전화를 하고 싶어. 아무라도 상관없이 전화를 하고 싶어. 전화를 해서 아무 얘기나 하고 싶어. 지금은 아무도 없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발이 아파. 눈이 매워. 피곤해. 피곤해. 피곤해. 피곤해. 피.곤.해.

벌써 몇일째 이렇게 사는 것일까. 일주일에 나흘은 저녁밥 대신에 지랄탄을 먹고 살았다. 그런데 살은 왜 안빠지는 것일까. 나, 치열하게 살고 싶은데, 정말 그렇게 살고 싶은데, 가끔 그렇게 생각을 해. 나, 혼자만 치열한 것은 아닐까. 혼자 지랄탄 맡아가며 악악 대다가, 나, 어디서, 혼자, 그렇게 쓰러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기기 위해 시작했던 싸움은 언제나 깨졌었다. 깨지다보면 언제나 난 혼자였고, 친구들은, 벌써, 저기, 멀리에 서있었다.

바보, 아직까지 거기에 있니?
바보, 아직까지 정신 못 차렸구나.
바보, 너 밥벌어 먹을 자신은 있니?
바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바보, 넌 관점에 문제가 있어.
바보, 변혁적 학운은 너처럼 행동하지 않아.
바보, 너 토익은 몇 점이니?
바보, 나를 따라와, 아니면 널 정치적으로 매장시킬 거야.
바보, 넌 우리와 갈 길이 달라.

하지만, 막상 이길 때가 되면, 사람들이 떼거지로 모이기 시작하면, 나는 다시, 걱정하기 시작한다. 이러다 정말로 깨지는 것은 아닐까. 지리하게 싸움을 끌다가 망하지는 않을까. 정말 우리가 저들을 이길 수 있을까. 저들은 지금 단지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린 승리할 수 있을까. 정말 이길 수는 있을까. 세상의 여기저기서, 여전히, 목소리 큰 친구들은 떠들어대고, 이러면 이길 수 있다고, 투쟁은 이렇게 해야한다고 떠들어대고.

사람을 사랑하냐고, 누군가가, 그런 편지를 보냈었다. 사람을 믿냐고, 사람을 사랑하냐고. 아냐, 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정말로, 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그저 사랑하는 척 하구, 사랑하는 듯 행동하지만, 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사람을 사랑하는 척 해야 사랑받으니까, 나, 사람을 사랑하는 척 했을뿐. 미안해. 정말은, 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아무도 믿지 않아. 지멋데로 목청만 큰 사람들, 나, 정말로 믿지 않아. 자기 얘기만 할 줄 아는 사람들, 나, 정말로 믿지 않아.

나흘동안, 네시간 정도를 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몸에 피 대신 다른 약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찌뿌둥. 그런데도, 무서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을 뜨고, 문서를 쓰고, 사람들이랑 싸우고, 전경이랑 싸우고, 명동 성당에 가서 사수를 서고, 얼굴 따가운 것이 싫어서 세수도 안하고 ... 그러다 문득, 쓰러져 악몽을 꾸고, 악몽이 무서워, 잠도 자지 못하고.

...너를 죽일거야.

제발 죽여주렴. 이 못난 놈을 차라리 죽여주렴. 이름 모를 공포. 제발 나를 죽여주렴. 차라리 나를 죽여주렴. 그러다, 그러다, 그러다, 바보 같았던 내 친구. 큰 두 눈을 껌벅이며, 그저 어눌하게 가끔 말을 해주고 했던 내 친구. 내 이야기만 하기 좋아하던 나를, 아무 이유없이 이해해주던 친구. 그러다 그만, 스스로, 이 세상을 떠난 내 친구.

미안. 나, 정말 바보야. 또 투정을 부렸구나. 너에게, 나, 또 투정을 부렸구나. 또 내 얘기만 하구, 내 얘기를 사람들이 안들어준다고, 너에게, 그렇게 투정을 했구나. 사람들 얘기를 들어줄 생각도 없이, 나, 또, 내 얘기만 했나 보구나.

헤헤, 아까 돌 던지다 다쳤어요. 시커멓고 피가 엉겨붙인 손을, 자랑스레 내밀던 후배 녀석 하나. 난 녀석에게, 잘했다고, 그 한마디를 해주지 못했다. 왜 목장갑을 안꼈냐구, 담부턴 장갑을 끼고 싸우라고, 기껏 다친 녀석에게, 그런 얘기밖엔 해주지 못했었다. 그래, 난, 기껏해야 그런 이야기밖엔, 해주지, 못했었다.

무서워도 잠을 자야해. 그리고 꿈을 꿔야 해. 그래, 무서워도 다시 잠을 자야해. 무서워말고, 이러다 미치는 것이 아닐까라고 걱정하지 말고, 다시 잠을 자야해. 꿈을 꿔야 해. 그래야 다시 잠에서 깨어나지. 안그러면 언젠간 쓰러질지도 몰라. 다시 잠을 자고, 힘을 내야지. 정말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사랑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기왕 사랑하는 척할거면, 정말 사랑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정말로 열심히 사랑하는 시늉이라도 내야지.

하지만, 그래도, 왜 자꾸 무서운 것일까. 혼자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그냥, 눈물이 날려고 했다. 나, 눈이 매워, 피곤해, 발이 아파, 전화를 하고 싶어. 아무나 붙잡고, 아무 얘기나 하고 싶어. 잠이 들기 전에, 잠에서 깨면 볼 누군가가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어. 그렇게 믿으며 잠들고 싶어. 전화를 하고 싶어. 아무나 붙잡고, 그렇게, 전화를 하고 싶어. 이렇게 울지만 말구. 혼자, 투정만 하지 말구.





'jeff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나우누리에 남겨놓은 옛날 글들이 생각나 찾아읽었다. 그래, 한 시대가 있었다. 사람들에게 너무 쉽게 지워지고 잊혀져버린, 그런 시대가. 그리고 나는 그 시대를, 나약하고 나약하고 나약하게,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기어가며, 발버둥치면서 살아왔다.

저 글이 씌여진 시기는 1997년초다. 1996년 12월 크리스마스, 신한국당(현 한나라당)에서 노동법을 날치기로 개정하는 바람에, 민주노총에서 총파업을 벌이던 시기다. 여전히 최루탄과 쇠파이프가 서로 난무하던 때였다. 나우누리에서 친하게 지내던, 지하철 노동조합에 근무하던 형이 급하다고, 빨리 와달라고 해서 명동성당 농성단에 갔다가, 한달 가까이 결합해 있었던 것 같다.

가끔 집에 들어와서는 기절하듯 쓰러졌는데, 그렇게 쓰러지고 나면 꼭 악몽을 꿨다. 악몽이야 항상, 몇년째 계속되던 귀신꿈. 겁이 많아서인지, 악몽을 꾸다가 때면, 또 한참을 잠을 이루지 못했다. ... 그리고 윗 글은, 그때 깨어나서 피씨통신 게시판에 적었던 글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독감이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느라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았었지만.

김영삼 정부의 수없는 뻘짓들이 이어졌던 그 때, 그 전해에는 많은 아이들이 죽었었다. 스스로 분신한 해인이, 경찰에 쫓기다 사망한 수석이, 학교 당국의 횡포에 항의하다 분신한 영권이... 이제 그 이름을 기억할 사람이 있을까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랬다. 그 전전해와 전전전해에는 다리 끊기고 건물 무너지고 해서 더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 어쨌든, 그해 겨울, 한국은 결국 IMF를 맞이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가끔 그 시대를 꺼내 혼자서 복기해 보고는 한다. 무엇이 어떻게 연결되어 결국 어떤 결과를 낳았는 지에 대해. 그리고 반성한다. 하면 좋았으나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보면 좋았으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뭐, 여전히 나는, 나약하고 나약하다. 그래, 나는 그저 나약할 뿐이다.

지난 일요일 아침, 광화문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웃고 춤추던 사람들을 보면서, 눈물이 쏟아졌던 이유가 그래서였을까. 기쁘고 즐거웠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어줘서. 행복하고 고마웠다. 이렇게 끝까지 춤추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어서. ... 정말 나는 10년전에, 전화할 친구가 필요했었다. 끝이 다가와도 남게될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라고, 등을 빌려줄 누군가가 필요했었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 정말 원했던 것은, 함께 있어줄 누군가였다.

피식, 웃음이 난다.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찾고 있는 것은 결국, 똑같구나. 응, 정말 무정할 정도로 똑같구나-하고. 그리고 10년전의 나에게 가만가만 말을 건넨다. 괜찮다고, 잘 버텨왔다고, 그다지 나쁘진 않았다고- 도닥도닥, 위로를 한다. 괜찮다고, 응, 조금 더 나약해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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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8/22 16:57 | 오후의 잔디밭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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