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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6   40여년전, KBS 에서는.... [64]
2008/12/30   MBC가 기득권인것 누가 모르나요? [122]
2008/12/19   100분 토론 400회 특집, 김제동 승! [122]
2008/08/07   MBC, MB씨를 부탁해! [18]
2008/06/16   10년전 알바생이 MBC에게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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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전, KBS 에서는....


지난 토요일, 어머니랑 나란히 앉아 MBC 뉴스후-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날 뉴스후-는 MB 7개 악법에 맞선 언론노조의 총파업이 주제였습니다. 차분히 조중동의 주장을 하나하나씩 까고 있는데, 삼성과 중앙일보, 그리고 TBC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이야기를 보다가,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여십니다.

"저때 TBC가 심했지... 심지어 이병철 회장이 전라도 사람들 싫어한다고 해서, TBC에는 전라도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했었어."

"에에? 어머니 TBC에 계셨었어요?"

"아니, 난 KBS에 있었지. 19살에 KBS 들어갔다가 아나운서로 5년정도 일하고, 나중에 MBC 개국하면서 라디오 PD로 옮겨갔잖니."


에에- 어머니께서 MBC 개국공신(?)이시고, 아나운서하다가 라디오 PD 하신 것은 알았지만... 그 직장이 KBS 였을 줄은 생각을 못했네요. -_-; 아참, 물론 제주도 지국..-_-; 입니다.


▲ 육지에서 높으신 분들 내려오셨을때 찍은 사진. 누구인지는 모르겠어요. 윤보선이었던가...(?)


그리고 침묵 -_-; 다시 열심히 뉴스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계엄령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왠 계엄령 얘기인가 싶었습니다.

"예전에 계엄령 내리고, 방송국 앞에 군인들 쫘악 깔린적 있었거든"

"언제요?"

"그러니까.. 언제더라... 아무튼 아나운서 할 때였어."


어머니가 45년생이시니, 19살에 KBS에 들어가셨으면 63년 무렵입니다. 그 이후로 10여년을 근무하셨으니(73년 결혼후 퇴사), 그 가운데 계엄령이 떨어졌다면 박정희 정권 시절, 63년 굴욕적 한일회담 반대 투쟁을 막기 위해 내렸던 비상 계엄령과, 72년 유신체재 발족을 위해 내린 계엄령, 그 2가지 뿐입니다. 그럼 아마도 63년일텐데...;; 제주도에도 계엄군이? 그건 나중에 다시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 당시 사무실에서. 뒤 책장에 꼽힌 것이 음반들이네요.


"그때 낮 12시에서 1시 사이에 나오는 가요 프로그램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땐 방송국이 지금처럼 크지 않아서, 프로그램 내보내는데 엔지니어 하나, PD 하나, 아나운서 하나.. 이렇게 딱 셋 뿐이었거든. ... 그래서 아나운서들이 방송시작하기 전까지 대본쓰고 그랬는데...

갑자기 군인들이 오더니, 앞으로 자기들 한테 대본 다 검사 맡으라는 거야. 그때 방송국 위쪽에 군인들 사무실이 있었는데... 오전에 출근해서 아슬아슬하게 대본다쓰고, 가지고가면은 자기네들이 뭐 아나, 그냥 휙휙 넘기다가 도장 찍어주고- 그래서 그거들고 다시 방송국와서 방송하고... 그랬지."


별 시기가 다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넘어가려는데, 어머니가 한마디 덧붙이십니다.

"요즘 이명박 정권 하는 것 보면... 꼭 그때로 되돌아가려는 것 아닌가 싶어."



▲ MBC 근무시절(당시 MBC는 남양방송, TBC는 동양방송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문득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 처음 들어갔던 직장에서 맞았던 계엄령의 기억이, 어머니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였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공포속에 타인이 나를 감시하고, 타인에게 모든 것을 검열받아야 했다는 그 상황이. 몇십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어머니는 지금, 그 옛기억을 일깨워주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몇십년을 같이 살았지만, 어머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뭔가 하나를 더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면서도, 이런 기억까지 떠올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싫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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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9/01/06 03:39 | 미디어 갖고놀기 | 트랙백(4) | 덧글(64)



MBC가 기득권인것 누가 모르나요?


예상한 그대로 조중동의 언론 플레이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언론노조 총파업은 MBC만의 총파업이며, 이건 민영화가 되면 월급이 적어질 것을 걱정한 MBC 구성원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몇몇 블로거들도 이와 비슷하게 동의하는 분들이 있기에, 몇가지만 적어봅니다.

그러기 전에, 언론을 경제논리로 바라보자는 어떤 나라 대통령의 논리에 대해서만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 참, 알고는 있었지만, 그 인식의 천박함에 계속 놀라게 되는 내가 더 불쌍할 지경이네요. 언론이 무슨 콘텐츠 제공업체인줄로만 아시나요? 언론의 기본적인 기능은 정보 제공 + 오락 제공 +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고 보통 정의합니다. 이 정도는 상식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느라 바쁜 것은 알지만, 공부는 좀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삽질이나 하라고 대통령 뽑아준 것은 아니니까.

그 가운데 켈리와 돈웨이의 주장에 따르면, 미디어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감시 기능이고, 그 다음은 민주주의 기능입니다. 그런 기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미디어의 자유이고, 그 자유는 미디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적극적 자유의 실천으로만 얻을 수 있습니다.

공영 방송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고, 공공성은 그런 자유를 끊임없이 사유화 시키려는 국가권력과 시장의 개입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거나, 최소한 중화시킬 수 있을 때에만 얻어지는 것입니다. 사적인 이익에 좌우되는 언론을 결코 공공적이라고 얘기하지는 않지요. 공공성은 곧 시민사회의 이익, 다시 말해 우리의 이익과 직결됩니다.

언론의 공공성 획득 노력을 우리가 지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았을때 생기는 가장 불행한 사례가 바로 히틀러와 괴벨스의 나치...이고, 80년대 있었던 평화의댐 소동이 되겠습니다. ... 여기까진 쌀로 밥 짓는 이야기지만, 이런 기본 전제조차도 부정하고 넘어가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잠깐만 끄적.


출처_류동협의 맛있는 대중문화


MBC, 기득권인 것,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몇 사람들의 비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우선 붉은매님은 「언론노조 파업에 냉소를 보내는 이유」에서, 과거 기자실 폐쇄(취재 선진화 방안)에는 비판적이었던 방송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결국 자기에게 좋은 것만 취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기존에 있던 방송, 결코 문제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저는 MBC도 분명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사회 상층부는 아니더라도(방송사의 구성원은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언론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번 언론악법 개정은, MBC 지키기 이전에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MBC가 민영화가 되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재벌과 보수 언론이 방송에 개입할, 그래서 그들의 사적 이해관계에 복무하게 될, 방송의 공공성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문제이기에 분노하는 겁니다. 그들이 위선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냉소를 보내게 되면, 이익을 볼 사람은 누구일까요? ... 잘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투사님의 「역시 대한민국 네티즌들의 떠받들림을 받기 위해서는...」글 역시 동의하지 않습니다.



독과점은 문제 있지 않냐구요?

해달님은 「언론 노조 총파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통해 아래의 8가지 생각을 정리해 주셨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하나 체크해 봅니다.

1. 현행 우리나라의 방송 체계가 독과점 형태이며 독과점은 여러가지 문제를 가질 수밖에 없다.

보통 정부는 공공성을 내세워 미디어 산업의 소유를 규제하고, 이념의 자유로운 유통을 내세워 미디어 산업은 정부 제약을 반대합니다. -_-; 현재 우리나라에선 반대가 되었는데... 유감스럽지만, 미디어 소유에 대한 규제 완화는 오히려 소유의 집중을 낳게 된다는 것이 현재 학계에서 일반적인 정설입니다. 미 FCC의 1998년 보고서가 한가지 사례가 될 수 있겠네요.

2. 현재 파업이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고 부정할수 없다는것. (민영화가 문제라면 SBS의 존재 의의는 참 궁금하다.)

이번 파업은 언론 공공성 사수가 목적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SBS도 동참했죠. 밥그릇 지키기가 목적이라면 어떤 밥그릇을 어떻게 지키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 주셔야 합니다. 참고로, 이번 파업의 참가자는 MBC만이 아닙니다. ...KBS가 왜 빠졌는 지는 KBS에 물어보시는 것이 나을듯. (오히려 KBS 노조가 밥그릇 지키기였죠?)

...이건 조금 딴 소리인데, 밥그릇 지키기 위해 파업하면 뭐가 문제가 되나요?


3. 단순히 방송장악이 문제라면 여당 입장에서 국영방송 장악이 훨씬 쉽다는 것.

현재 한나라당이 재벌, 보수언론과 적대적인 관계라면 그렇습니다. :) 실제로 공영방송은 항상 국가의 개입이 일정선에서 중화될 수 있도록 항상 신경써야 하며, 영국 BBC의 사례로 살펴볼 경우, 그것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은 '방송 스스로의 자기 규제' 문화입니다(조항제, 2000).

...다만 이런 식으로 정권이 직접 개입하고자 할 경우, 그에 따른 강력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누가 그걸 두눈 뻔히 뜨고 놔두겠습니까?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바엔,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이 방송을 먹어삼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더 낫죠 :)


4. 가까운 시일에 방송시장이 개방될수밖에 없다는것.

한미FTA 얘기 같은데... 개방된 것은 주로 PP시장입니다. 무료로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진 지상파 방송과 착각한 오류.

5. 현재 인터넷 티비를 비롯한 몇가지 컨택츠 개밸이 필요하며 현행체재 안에서는 쉽지 않다는것.

개발은 개발이겠죠? 다시 말해 IPTV를 비롯한 뉴미디어 시장에서는, 매체 개발에 따른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현행 체재에서 쉽지 않다는 거죠? 왜요? :)

새로운 매체 등장에 따른 컨텐츠 개발 문제는 몇십년전 TV가 등장했을 때도 동일하게 나타난 문제였습니다. 새로운 매체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는 원래 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재벌이 들어오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컨텐츠를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 그런데, 그건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_-;

해봤자 안팔려서 문제인 거지...


6. 방송국이 가지고 있는 비효율이라는 문제는 민영화가 가장 손쉬운 해결이라는것

역시 공공성을 망각한 주장입니다. 공공성이 필요없고, 언론을 이익기업으로 본다면 가능한 주장입니다. 자고로 효율적인 공공기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공공기업이라면, 이미 지하철 요금 및 난방비 등은 천정 부지로 올랐어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방송국에 어떤 개혁적 흐름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만- 아직까지 내용을 모르는 분야기에 말하기도 어렵네요. 어떤 효율성에 대한 개혁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거 따지면 몇십억 들여서 다큐멘터리 찍을 수도 없죠.

* 참고로, 작년 MBC의 당기 순이익은 1142억 입니다. ...;;;; 누가 적자나는 방송이라 그래요?


7. 사람들이 우려하는 MBC등을 조중동을 소유할수도 있다는 문제는 차라리 MBC가 조중동 주식을 사서 조중동의 사주가 되는게 더 현실적이라는거.(둘다 불가능하지만, 경영권 방어도 못하면 죽어야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까지 비교하기는 귀찮아서, 조선일보와 MBC만 비교해봅니다.

MBC 주식 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조선일보 주식 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유감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MBC가 조선일보 주식을 사서 조선일보 사주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요? :) 반면 법이 개정되어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의 주식을 내다팔게되면, ... 재벌이나 보수 언론이 MBC 지분의 20%까지도 살 수 있게 됩니다. 어찌될라나요? :) ...뭐, 최대 주주는 박근혜의 정수장학회이긴 하지만...(응?)


8. 겸업금지는 사실 문제가 있다.

...완전히 신문방송 겸업금지 푼 나라는 OECD 가입국 가운데 일본밖에 없습니다.



근데 쓰다보니, 해달님의 주장은 왠지 조선일보에서 하는 주장과 굉장히 비슷해서, 당황했습니다. 사실 제가 일일이 반박할 필요도 없이, 다른 분들 글 소개만 해버리면 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비판은 분명 개인 자유입니다. 근거 없이, 그냥 떠오른 생각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에 관련된 논쟁이 확장되어 간다면, 최소한 어느 정도 자료 조사에 기반을 둔 주장을 펼쳐주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생각해 봅니다. 이번 언론노조 총파업은 결국 "재벌과 보수 언론에 방송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싸움"입니다. 뭐, 법 바뀐다고 당장 집어삼키겠습니까만... 언젠가는, 반드시 집어삼킵니다. 현대 사회에서 방송의 영향력이란 것은, 재벌입장에선 이윤 정도는 가뿐히 무시하게 해줄 정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MBC를 비롯한 기성 언론들, 상당 부분 언론권력인 것은 맞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들이 시민들의 방송, 공공성과 재미를 함께 담보한 방송이 되는 것이지, 특정 재벌이나 보수 언론의 사적인 이해관계에 종속된 방송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금 정부는, 그런 방송이 될 길을 열어주려하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이 현 정권의 치부, 감추고 싶었던 부분을 그동안 드러냈던 것에 대한 앙갚음이자, 앞으로 자신의 정권 재창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원하는대로 되면, 삼성 X파일을 보도했던 이상호 기자같은 사람은 이제 두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80년대 후반에야 겨우 얻은 언론 자유가, 20년만에 시장과 정부에 종속되고 마는 거죠.

...그리고 저는, 그런 모습을 마주하기가 정말로 싫습니다. 다시 한번,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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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12/30 04:26 | 미디어 갖고놀기 | 트랙백(5) | 핑백(3) | 덧글(122)



100분 토론 400회 특집, 김제동 승!


오늘 EBS 스페이스 공감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넥스트 콘서트였죠. 신나는 공연이 끝나고 앵콜을 외치는데, 신해철씨가 나와서 그러더군요. "오늘 100분 토론 가야해서, 앵콜은 한곡만 하겠다"고. 그리고 공연 복장 그대로 나갈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대로 입고 나왔더군요. -_-)b!

원래 TV를 많이 보지는 않는데, 덕분에 오늘 100분토론 400회 특집을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토론자들도 화려했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제성호 중앙대 교수, 전원책 변호사, 이승환 변호사, 전병현 민주당 의원,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가수 신해철과 방송인 김제동등. 전체적으론 조금 중구난방으로 진행된 면이 없진 않지만, 주로 논의된 논제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과 촛불집회, 사이버 명예훼손법, 그리고 교과서 수정 파동.



개인적으로, 오늘 은근히 두드러졌던 사람은 방송인 김제동씨. 솔직히 오늘 쟁쟁한 입담꾼들 사이에서 얼마만큼 선방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역시 그의 가치는 입담 보다는 진지함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사이버 명예훼손법에 대해서 "그 정도는 우리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라고 한방에 잠재운 발언이나, 교과서 수정 파동에 대해서 "그 시간에 가난한 아이들 조금 더 공부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고민해 달라"라는 발언은... 최고-_-b 였다고 할까요.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자기 주장의 프레임을 짜오고, 그 프레임에 갇힌 느낌이었는데,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로운 위치여서 그랬는지... 상대방의 프레임을 벗어나, 핵심을 치고 찌르는 모습은 은근히 강자였습니다. 두루뭉실하게 양비론이나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는 모습도 신선했구요. 결론적으로, 다시 봤습니다.






진중권 선생님은, 오늘은 선방 정도. 전체적으로 토론 분위기를 좌지우지 한 것은 사실이지만, 뭔가 새로운 얘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 위기에 있어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켜라-라는 것은 당연한 주장이지만... 너무 당연하잖아요? :) 조금 날카로운 맛이 떨어져서 아쉬웠습니다. ... 뭐, 워낙에 상대가 뻔한 소리들만 하고 있긴 했지만.



예상외로 신해철씨는 오늘 개그 캐릭터... 맞는 이야기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면 우리편을 설득시킬 수는 있지만, 상대를 한방 먹이기에는 약해요. 그런 것들, 예를 들어 어떤 공포감, 내가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기분. 그걸 상대방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공포라고 표현하지 않지요. 법치라고 표현하지.

...그리고, 따지자면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오래되지 않은 기억, 그리고 살아있는 인물이라서 부정적인 취급이지, 조만간 전직 대통령들이 죽는다면, 그들을 신비화하면서 이용하려는 사람은 분명히 나옵니다. 전두환때가 물가도 안정되고 살기 좋았다는 식으로.)



유시민 전 장관은, 예전에 비해서 많이 부드러워 졌더군요. 토론 후반이 되니 다시 날카로운 모습이 조금 살아나기도 했지만. :) 오늘 가장 반박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했죠. "이명박 정권에서, 노무현 정권 시절 국무위원들 전원의 뒷조사를 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중에서 몇가지를 터트리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렇게 남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뻥- 터트려주면, 상대방도 반격하기 힘들죠.

소심하게 "나는 스스로를 조금은 좌파라고 생각한다"라고 얘기할 때는 귀여워서 웃기도.



오늘의 패자. 나중엔 성질내는 모습까지 화면에 잡혔지요. ... 그건 그렇고, 바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명예훼손으로 잡혀갈라나요? :) 예를 들어 사이버 명예훼손죄. 다른 사람들이 "채찍이 아니라 당근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데 "채찍만 아니라 당근도 준비했다"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센스는...-_-;;

교과서 수정 파동도 마찬가지. 절차를 지켜라-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교과부에서 수정 건의 받아왔다-라고 뒷부분의 '강제 수정 지시'가 있었던 부분은 쏙 빼먹은 채, 언론 장악 문제도 YTN에 대해 국제기자협회에서 문제제기하고 있는 마당에 그 부분은 쏙 뺀채, 이야기 하는 것보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는.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욕설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미안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욕설의 자유입니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당연히 문제가 되겠지만, 그 정도 수위에 대한 처벌은 현행법에서도 가능하구요. 유감스럽지만, 표현의 자유는 온갖 더러운 것들의 자유입니다.

좋고 깨끗한 곳에서 자란 당신 같은 분은 모르겠지만, 그 더러운 것들보다 더러운 것을 더럽다고 누군가가 함부로 판단내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은, 지금까지 있어온 민주주의 역사에서 이미 확인된 부분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충돌되는 것은 주로 프라이버시 문제이지, 욕설이 아니라구요.

그래도 양심은 있으신지 '좌파' 단어 문제에 있어선 가만히 있으시더군요. "진정한 민주화세력이 아닌 친북 수구좌파일 뿐인 우리당의 '위장 민주화 세력'은 발끈하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링크)"라고 스스로 얘기하신 것은 기억하고 계신가 보죠?

제성호 교수, 그 동안 말만 듣고 누군지는 몰랐는데... 오늘 보니, 이 사람 좀 문제있더군요. 법치란 말로 전체주의를 포장하고 있어요. 법이 모든 것을 판단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법으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습니다. 이 정도는 상식입니다. 그런데 법치란 이름으로, 법의 자의적 해석과 적용까지 모두 용납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 특히 사법이나 경찰 기관에 많은 제약을 두고 있는 것은, 권력은 언제라도 남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의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것, 경찰의 권한 행사를 제약하는 것, 그리고 입법-사법-행정의 3권이 분리되어 있는 것은 모두 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인 자유민주주의를 자본주의 + 선거민주주의 정도로 딱 규정내려버리고, 자신이 보기에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모두 반헌법적이라고 몰아가고 있더군요. .... 그것 역시 여러가지 해석중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일종의 근본주의인데... 이건 학문하는 사람이 아니라 종교 믿는 사람입니다.



전원책 변호사. 입만 살은 동네 할아버지 -_-;



이승환 변호사, 이 분은 이미지도 찾기 힘드네요. 뭐하시는 분? 기왕 나오신 것 얘기 많이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X맨 치고는 별로 활약하지 못했네요. 전병현 민주당 의원. 뭔가 쌀로 밥짓는 이야기만... 이 분은 그냥 NPC로 칩시다. 퀘스트에 별로 도움 안됨. 인공지능 떨어짐.

어찌됐건, 2시간동안 재미있게 봤던 토론이었습니다. 김제동씨를 빼면 각자 주장의 프레임이 그냥 보여서 ... 까는 맛은 좀 떨어지긴 했지만. 사람들이 저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지켜볼 수 있었네요. 그렇지만 진중권 선생님의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없다'거나 신해철씨의 '이명박 정부는 포용력이 부족하다'라는 주장에는 조금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이 정부는 머리 속에 삽 하나 밖에 없긴해도, 분명히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 토건업체들, 고소영 인맥의 이익을 위해. ...다만 비전이 삽이어서 문제일뿐. 그리고 포용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포용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애들을 말 잘듣게 만들 것인가-하는 생각뿐. 국민이 국가를 무서워 해야 하는 것을 당연히 아는 사람들, 여당 대표 입에서 전쟁 모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사람들에게... 포용 같은 것을 기대하시면, 실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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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12/19 03:23 | 미디어 갖고놀기 | 트랙백(5) | 덧글(122)



MBC, MB씨를 부탁해!


촛불의 열기가 사그라지면 이명박 정부의 역공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대중들이 촛불을 들고 MBC에게 지지를 보낸 것은, 어쩌면 바로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부의 언론 탄압 속에서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제역할을 다하라는 바람에서였을 것이다. ‘경제 위기론’은 많은 경우 효과적으로 기능해왔다. 경영 합리화를 내새워 공영방송을 민영화하자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도 언제 여론의 힘을 얻게 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 MBC는 어떠한 길을 가야 할 것인가.

- MBC, MB氏를 부탁해 보도자료 중에서.
 




에에, 그러니까, 조금 쪽팔리지만... 제가 필자(?)로 참여한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지난 주에 나왔는데, 제 블로그에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제야 알려드립니다. 프레시안북-에서 나온 『MBC, MB氏를 부탁해』입니다. ... 그렇지만, 여기에 실린 제 글은 이미 다들 읽어보셨을 거에요. 예전에 블로그에 썼던, 「10년전 알바생이 MBC에게」가 바로 그 글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의미깊은(?) 책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잡지에는 글을 많이 써왔지만, 대부분 제가 연재하는 잡지들이 폐간-_-이나 휴간-_-되는 바람에, 연재원고가 묶여서 나왔던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예전 이후 출판사에서 나왔던 『오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2』란 책에 원고를 실은 적은 있지만, 이 책을 보신 분은 거의 없으시죠? :)

...어찌되었건, 제 원고가 실린 두번째 책이 이 책입니다. ㅜ_ㅜ 그런데 사실, 제 글보다는 다른 분들의 글이 더 볼만할 것 같습니다. 참여한 필자들의 이름이 꽤 쟁쟁합니다. 독설닷컴으로 유명한 시사IN의 고재열 기자, 김보슬 MBC PD, 김정섭 경향신문 기자, 에세이스트 김현진, 미디어 활동가 김형진, 민임동기 '미디어스' 기자, 완군, 88만원세대의 저자 우석훈, 채은하 프레시안 기자, 최성진 한겨제 기자, 인터넷 논객 한윤형 (이상, 대충 무순)등등...

책 내용은 이 한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촛불의 거리에 나선 집단지성들의 공영방송 지키기 프로젝트"! 공영방송 수호와 MBC와 PD수첩 지키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서점에서 한번 살펴봐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MBC, MB氏를 부탁해 - 8점
집단지성 엮음/프레시안북


* 그런데 책에 나간 제 소개가 좀 슬프네요. ㅜ_ㅜ

자그니 춤과 노래, 글쓰기와 여행이 좋아서 취직을 미루고 있는 백수 블로거


제가 출판사에 보낸 자기 소개 전문-은 아래와 같았다구요!

춤과 노래, 글쓰기와 여행이 좋아서 취직을 미루고 있는 백수 블로거. 알고보면 대학원 졸업하고도 미적미적 논문 쓰기를 미루고 있는 귀차니스트. 민예총 '컬처뉴스' 팀장과 '네오룩닷컴' 연구원, 월간 '넥스아트' 편집장을 거쳐 중앙대 문화연구학과에서 공부중이다. 좋아하는 문장은 '굳세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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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8/07 15:06 | 끄적끄적 | 트랙백(2) | 덧글(18)



10년전 알바생이 MBC에게



10여년전, 나는 MBC의 알바생이었다. 지금은 알바-라고 하면 너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아서, 이렇게 고백하기도 무섭지만(?), 소품보조 알바를 했었다. 학교를 휴학하고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막상 엑스트라로는 한번도 나가지 못하고 소품 보조 일만 계속 했다. 그것도 MBC만. 혹시라도 외모 때문이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ㅜ_ㅜ

그때 느낀 MBC는 이랬다. 모두 다 바쁘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일하며, 별의 별 것이 방송국 안에 다 있고, 생각보다 위계질서가 엄격하며, 몰아서 일을 처리하는 것(?)에 능하다-라는 느낌. 덕분에 드라마 하나 찍다 보면 날새기가 일쑤였다. ... 왠지 MBC에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진 않은데, 오해다. :) 그때 나는 진심으로 이런 회사라면 계속 일해보는 것도 재미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오래했던 일은 아니다. 몇 번 스튜디오 촬영에 일용직 잡부로 동원되다가 우연히 '별은 내 가슴에'라는 이름의 드라마에서 고정 소품 보조를 맡았는데, 일한 지 한달 만에 경찰에 잡혀가야만 했다(나는 몰랐는데 그때 내가 수배중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모 여성잡지에도 촬영 에피소드 형식으로 내 이야기도 실렸다. 구속영장에 체포장소가 '청담동 룸싸롱 xxx 앞'이라고 나오는 쪽팔림도 겪었고(주인공이 술집에서 행패(?)를 부리는 씬을 촬영할 예정이었다. 진짜다.).

...덕분에 조서를 쓰고 난 다음에 잠은 푹 잘 수 있었으니,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지금은 모르겠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미니시리즈 스텝 보조들은 거의 밤을 새다시피 일했다.).


티브이, 우리가 하는 이야기의 쏘스

나는 티브이를 잘 보진 않는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내가 편한 시간에 내가 끌리는 정보들을 볼 수가 있는데, 굳이 번거롭게 TV앞에 앉아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언제 나오나-하고 기다리기가 귀찮다. 얼마전에 구입한 PMP에 DMB TV 보기 기능이 있기에 그거라도 한번 볼까,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같은 이유로 그만뒀다. 앞으로도 DMB가 주문형 TV로 바뀌기 전까지는 잘 볼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다른 의미로 티브이의 열렬한 시청자이기도 하다. 물론 인터넷으로 본다는 조건이 붙지만. TV로 보는 것보다 빨리 볼 수는 없지만, 재밌겠다 싶은 내용을 골라서 다른 이들이 적어놓은 감상문과 함께 볼 수 있으니 나름 편하다. 필요한 때 필요한 것을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듯. 특히 PD 수첩이나 100분 토론은 꼭 본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들을 보지 않으면 친구들이 인터넷으로 나누는 얘기에 끼기가 어렵다.

...그래, 우리는 TV에 나온 것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따지고 나눈다. TV 프로그램은 우리가 인터넷으로 나누는 많은 대화의 쏘스다. 음식에 부어먹는 그 쏘스가 아니다. 보통은 원본, 또는 편집을 위한 필수요소등의 의미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대화의 발단이 되는 사건, 정보의 출처를 의미한다. 결국 매스미디어는 우리의 일상세계를 구성하는 경험중 하나인 셈이다.

누군가는 이런 것을 보고 영상이라는 귀신에 홀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보지않고 듣지않으면서 모르는 것 보다는 낫다. 아마 훈련소에 들어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밖에선 쓰레기 취급받는 스포츠 신문 쪼가리 하나를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 우리는 이미 미디어를 기반으로 세상을 알고, 미디어를 기반으로 서로 소통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파놉티콘과 매스미디어

푸코는 현대 사회를 감시의 원형감옥인 파놉티콘에 비유했다. 누군가가 우리 모두를 쳐다본다, 하지만 누가 쳐다보는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조심하면서, 권력의 뜻에 어긋나지 않게 살게 된다는 것이다. 감시로 인한 자기 규율의 강화, 한마디로 말해 알아서 권력에 기는 시스템. 그것이 파놉티콘의 사회다.

매스미디어를 파놉티콘에 비유해도 그다지 틀린 것은 없을듯 하다. 무엇보다 파놉티콘은 매스미디어의 정보 전달 시스템과 비슷하다. 누군가가 정보를 생산하고,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보낸다. 방송이나 신문을 만드는 사람에게 독자(시청자)는 구독률(시청률)을 올려주는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는 그것을 볼 것이냐 보지 않을 것이냐 정도다. 기자는 독자(시청자)를 모르고 독자는 기자를 모른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정보를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보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보를 보낼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은 정말로 강력한 힘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니까. 이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아니 지금의 많은 사람들도 매스미디어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 사람들에겐 그것이 전부다.

정말 무서운 것은 '나쁘게 보도하는 것'이 아니다. 사건이 일어났으나 보도되지 않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황우석 사태때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가장 소리높여 얘기하는 대목이다. 그때도 KBS 앞에서 수만명이 모였는데 왜 아무도 방송해주지 않았냐고. 파놉티콘적 시스템에서 '보도되지 않은 사건'은 사람들에게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나 다름 없다. ... 뭐, 알고보면 쌀로 밥짓는 이야기다.


100분 토론과 PD 수첩을 보는 이유

그런데 세상이 바뀐 탓일까. 언제부터인가 정보를 받는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받기만 하던 사람들이 우리도 정보를 생산하겠다고 나선다. 일방 전달이 아닌, 네트워크형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피씨통신 게시판을 시작으로 서프라이즈 같은 인터넷 논객의 시대를 넘어, 오마이뉴스 같은 시민 참여형 인터넷 신문의 등장, 다음의 블로거 뉴스 및 올블로그 등의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서 생산되는 숱한 뉴스들이 좋은 예다. 미디어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네트워크형 시스템이 매스미디어를 대체할 수는 없다. 수십만번의 조횟수를 기록해도 티브이 뉴스에 한번 방영된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네트워크형 시스템은 주어진 정보를 가공해 정리하고,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대화형 시스템이지, 일방적인 정보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 탓이다. 네트워크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것은 전달이 아닌 대화다.

웹2.0으로 대표되는 참여 네트워크형 시스템이 위키피디아나 딜리셔스 같은 정보 정리형 사이트에서 가장 힘을 발휘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는 서로를 참조하면서 정보를 정리/가공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정보를 만든다. 알고보면 친구랑 얘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과 똑같다. 매일같이 뉴스를 만들어 내기엔 일상이 너무 평화롭다.

그래서 우리는 100분 토론과 PD수첩을 줄기차게 본다. 100분 토론과 PD 수첩은 한번 방영되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 처음 시청율은 낮을 지 몰라도,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줄기차게 다시 본다. 중요한 부분들을 편집해서 서로 돌려보는 사람도 많다(실은 인기 있는 드라마도 그렇긴 하다.). 이 프로그램들은 우리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 또는 아직 잘모르고 있지만 꼭 알아야할 사실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우리들의 쏘스다.


파놉티콘을 지키기 위해 네트워크가 작동하다?

이제 인용되고 언급되지 않는 매스미디어의 정보는 죽어가는 정보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뉴스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리얼리티쑈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감상만 하지 않고 가지고 논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세계를, 자신들의 이야기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PD수첩에 나온 정보를 다시 분석하고,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끼리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며, 편집과 패러디를 통해 다시 새로운 정보로 만든다.

그리고 이제는 방송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든다. 아마 독립 언론이나 저항 언론이 아닌, 대한민국의 지배적인 방송사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 집회를 여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지 않을까 싶다. 사실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오프라인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예전 황우석 사태때 PD수첩이 여론의 수세에 몰렸을 때에도 많은 블로거들은 'PD수첩 사수를 위한 릴레이 글쓰기'를 벌였고, 디씨인사이드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황우석을 믿는 사람들과 일전을 불사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해 조금 어이없기는 하다. 아니 세상이 어이없게 변했다고 해야만 할까. 우리는 지배 언론을 믿지 못해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집회장에 나왔다. 그들이 1~2분 보도하고, 한두 문장 단신으로 처리하는 것에 화가 나서 열댓시간 동안 촛불 집회를 내내 중계하고 사진찍고 글을 쓰고 다녔다. 경찰 채증에 맞서서 시민 채증을 했다. 그런 우리가 이제는 오마이뉴스도 아니고 프레시안도 아니고 한겨레도 아니고 경향도 아니고 다음 아고라도 아닌, KBS와 MBC를 지키기 위해서 촛불을 들어야만 하다니, 세상이 뭔가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하게 돌아간다.

알고는 있다. 이것은 우리의 쏘스를 잃지 않기 위한 싸움이다. 우리는 파놉티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알고 있고, 그 시스템이 우리의 네트워크형 시스템과 어떻게 경쟁하고 갈등하는 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절박하다. 파놉티콘을 뺏기면 쏘스를 뺏긴다. 많은 사건은 왜곡되거나 아예 보도되지 않을 것이다. 네트워크도 당연히 상처받는다. 인사권과 감사권을 쥔 권력은 파놉티콘 시스템을 장악하며, 동시에 네트워크형 시스템을 정지시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방송국을 지키기 위해서도 촛불을 들 수 밖에 없다. 아- 정말, 시민들이 나서서 지켜야할 것이 너무 많아 피곤할 지경이다.


살아남아줘, MBC!

예전 동아일보의 예를 봐도 알수 있지만, 권력이 잘못 요구하면 생각이 올바른 사람들이 짤린다. 한번 사람들이 짤리고나면 그 매스미디어는 짜를만한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고개숙이며 따라갈 사람들만이 남는다. 30년동안 정신 못차리고 있는 동아일보를 보라(요즘 하고 있는 짓을 보면 동아일보 기자들의 굴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조금만 한 눈을 팔아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알 수 없게된 세상이다. 2004년엔 PD수첩을 운좋게 어떻게든 구해냈더니, 이번엔 방송국 자체를 갈아엎겠다고 정권이 나서고 있다. 조선일보는 황우석 사태때 PD수첩이 당했던 광고거부 운동은 이해할만 하다고 낄낄대더니, 자신들이 시민들에게 광고거부 운동을 당하자 시민들을 고소고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정권은 '나를 따르라'라고 명령하면 '오~ 예~'하고 따라가는 군중을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우리를 총알받이로 쓰려는 것이 갈수록 명백해지는 지금, 그것을 따를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파놉티콘이 지배당하면 네트워크도 무너진다.

이미 세상은 어쩔수 없는 미디어적 전환, 두 시스템의 공생 관계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글을 쓰고, 촛불을 든다. 방송국 직원보다 월급도 적은, 방송국 직원이라는 프라이드도 없는 우리까지 나선다. 티브이를 별로 보지 않는 나같은 사람까지 나선다.

물론 주의깊고 현명하게 행동해야만 한다. 네티즌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2002년 노무현을 당선시켰던 네트워크의 힘은 한나라당이 개정 선거법을 발의한 이후 2007년 대선에선 아무런 힘도 못쓰고 주저앉아 버렸다. 이번에도 같은 역사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살아남아 주기를 바란다. 우리도 열심히 할테니, MBC와 KBS도 끝까지 우리에게 쓸만한 쏘스를 제공해주는 방송사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좀더 질 좋은 쏘스를 제공해주면 더 좋고, 시청률만 고려한 저질 프로그램은 수준 좀 높이고, 몇몇 프로그램은 CCL 저작권도 한번 고려해 줬으면 좋겠지만... 그건 나중에, 세상 좋아지면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지금은, 살아남아줘 MBC, KBS!

...그런데 이런 말을 하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왜 이렇게 서글퍼 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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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 2008/06/16 06:05 | 디지털문화 | 트랙백(2) | 핑백(1) | 덧글(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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