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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종각에 도착했을 때 조금 당황했다. 사람들이 세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종각에 머무른 사람들이 하나, 일본대사관 앞쪽으로 간 사람들이 하나. 동십자각 앞에서 대치하는 사람들이 하나.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건가-정도로만 생각했다.
동십자각 앞으로 이동해서 상황이나 살펴보자-하고 가는데, 사람들이 전경버스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전경들이 소화기도 계속 뿌려대서, 공기가 조금 매캐했다. 아니- 뭔가 답답한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해야하나. 사람들은 숨막혀 하고 있었다. 그동안 그토록 얘기해도 눈 앞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다 오해에요~'라는 말만 반복하는, 그런 사람과 대화하다 어이없이 열이 받은 분위기-라고 해야하나.
뭔가는 해야겠고, 계속 전방위로 탄압은 들어오고, 하지만 아이디어는 많지 않고, 대책위는 착하게만 살자고(?) 하고... 그런 답답함이 공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리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_-; 몇몇 사람들이 화풀이하고 있는 정도고, 누군가는 그러지 말라고 말라는 분위기. 살수차만 안나왔어도 사람들이 악이 받히진 않았을거다.
이날 경찰은 살수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한 후 바로 살수를 시작했다. -_-; 처음엔 경고겠거니-했는데, 왠걸 -_-; 위력이 꽤 쎘다. 게다가 앞에 있는 사람들에겐 이것저것 안가리고 무조건 쏴대는 분위기였다. 덕분에 이날 나와 내 카메라는 직격(?)만 여러번 맞았다. 괜찮겠지-하고 버티고 있었는데, 세번 정도 맞더니, 결국 카메라는 사망했다. ㅜ_ㅜ
물대포에서 쏘는 물도 예전과는 달랐다. 얼굴에 직격을 맞았는데, 눈이 굉장히 아팠다. 다행히 근처에 의료봉사단이 있어서 바로 셀라인으로 씻어줬다. 아마 최루액은 아니었을 거다. 내 경험으로 따지자면, 최루액은 이것보다 훨씬 독하다. 하지만 형광 색소라고 해도- 화학물질이다. 사람 눈에 들어가면 자극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아래 동영상에는 카메라의 사망장면(?)이 담겨있다.
그런 식으로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데, 누군가가 종각쪽에서 경찰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국동 로타리에 가서 확인해 보니, 정말 전경들이 우르르 올라오고 있었다. 동십자각, 정독도서관 방면, 종각 방면의 세군데에서 동시에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아래부터 올라올 동영상과 사진들은, 모두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라 그리 화질이 좋진 않다.
전경들이 올라오자 사람들이 흩어졌다. 뒤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는데,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해서 아쉽다. 앞에서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아무 준비도 안하고 갔기에 온몸도 흠뻑 젖었고...(우산도, 우비도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인사동을 따라서 종로로 간다고 했다. 잠시 쉬고 싶어서 그대로 인사동 입구쪽에 남아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과, 전경들 사이에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다. 아까 대치 상황에서 전경들 사이에서 너트가 날라왔다고 한다. 그 너트를 머리에 맞아 몇명이 부상당했고, 그 중 한 아저씨가 전경들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 머리에는 빵꾸(?)가 나 있었다.
그때 휴대폰 밧데리도 사망-_-을 알렸다. 정말 준비성이 없었던 날이랄까... 솔직히 물대포가 나올거라고 예상도 못했다는 것이 더 맞다. 촛불 집회 자체는 천천히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고, 다양한 의제로 확산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그렇게 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또는 자신들을 계속 괴롭히는 것에 대해 짜증나 있는 상태랄까.
편의점에 맡겼던 휴대폰 밧데리 충전도 끝나고, 종로쪽으로 나왔다. 분위기는 어수선했지만 조용해 보였는데, 곳곳에서 경찰의 불법연행 시도가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위에 연행될뻔한 사람이 왜 연행당할뻔 했는 지는 모른다. 걷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과 사람들이 달려오고 아수라장이 됐을 뿐이다.
제일 기억남는 것은, 이 영상 중간에 담겨있는 할머니 한 분. 아까 연행하려한 사람을 놓치자 전경 1개 소대(?)가 그쪽으로 뛰어왔다. 이 할머니는 그 경찰들을 계속 쫓아다니면서 말렸다. 우리끼리 이러면 안된다고, 이명박 하나 때문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이러다가 정말 유혈 충돌 난다고, 그것만큼은 절대 막아야 한다고.
...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바뀌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용감하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거리에선 촛불다방 차가 연행되고 있었다. 길에 차 세워놓은 것이 위반이란다. 그럼 딱지를 떼면 된다. 그건 의경들이 할 일이다. 하지만 렉카차만 무려 3대를 동원해서 끌고 가더라. 그 동안 도로교통을 방해한 것은 경찰이었다. 경찰이 도로를 점검하고 차들을 보내주지않았다. 누가 봐도 무리한 연행이었다.
그 이후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끼리 토론이 이뤄졌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정말 많은 주장들이 나왔다. 어떤 사람은 종로서로 간다고 가고, 어떤 사람은 80년대처럼 신발벗고(?) 해야 한다고 하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다. 지난 5월 25일이 생각났다. 정말로 깃발이 없었던 집회. 결국 무참히 연행당하긴 했지만, 어디로 갈지 아무도 없었던 행진.
사람들이 다시 종로 3가로 가자고 행진을 시작하는데, 전경들이 따라 붙었다. 서로 달리기 경기를 했는데 시민들이 졌다. -_-; 종로 뒷편 골목에 모인 사람들이 다시 종각으로 나가고, 을지로 입구를 지나고, 남대문까지 갔다가- 시청으로 향했다. 중간 중간 교차로마다 계속 토론이 이어졌다. 길을 걸으면서 바로 새로운 전술과 행동방법들이 제출됐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_-가 생각났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회사원 아저씨, 나이가 많은 할머니, 잠깐 화장실 갔다 온다고 내 핸펀 번호를 따갔던 -_-;; 아저씨. 회사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 커뮤니티에서 나온 것 같은 사람들, 유모차를 끌고 있던 아주머니, 교복을 입고 있던 청소년, 교복을 입지 않고 있던 청소년, 인터넷 중계방송 보다 나왔다는 아저씨. 거기에 노숙자 아저씨까지 -_-;; ... 그렇지만 깃발은 오직 태극기 2개 -_-;
..몇몇 사람들은 알아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 맡기 시작했다. 나 같은 사람은 차량 정리(?)를, 사자 TV에서는 생중계를, 깃발은 선두를, 오토바이는 상황을, 의료진은 차량을 타고 뒤따랐다. 누군가는 구호를 외치고 호각을 불었다. 아 정말 딱 5월 25일이었다. -_-;
정말 징한 사람들 -_-;;; 걷고, 잠깐 쉬다 또 걸었다. 결국 새벽 4시, 시청광장을 지나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앞까지 갔다. 거기까지였다. 대기하고 있던 전경들이 들이닥쳤고, 사람들은 가볍게(?) 해산 당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삼삼오오 흩어졌다가 시청 광장에 모여 앉았다. 여기저기서 토론-을 빙자한 즐거운 수다판이 벌어졌다. 출근하기 위해 몇몇 사람들이 일어섰다. 동이 터오고 있었다.
5시쯤 첫차가 다니기 시작하자 물차가 거리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집에 가기 위해 일어섰다. 동이 터오고 있었다. 제발, 집에 가서 잠 좀 자자-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언제까지 거리에 나와야만 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고, 많이 피곤했고, 많은 다툼을 봤다. 그렇지만 많은 따뜻함도 느꼈던 밤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잠깐 졸았던 시간이, 그렇게 편안하게 느껴졌던 건 처음이었다.
* 집에 돌아오는 길에 몸에서 냄새가 좀 나기에, 이거 뭐야-_-? 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하수도 물로 물대포를 쐈다고 한다...-_-;;
지하식 소화전이라고 합니다. 다만 물관리를 잘안하면 심한 녹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군요. ...(08.07.21.01:47pm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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